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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 "북한은 괴물국가가 아니라 현대의 산물"

등록 2017-06-08 16:01:32   최종수정 2017-06-20 09: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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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소설가 황석영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한식당에서 자전 '수인' 출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황석영의 자전 '수인'은 현대사의 굴곡을 고스란히 겪어온 그의 한국전쟁부터 5.18광주항쟁, 방북과 망명, 귀국 후 수감 그리고 엄혹한 수인생활 등 숨가쁜 생애가 담겼다. 2017.06.08. [email protected]
■1천페이지 분량 자서전 '수인' 출간

【서울=뉴시스】박정규 기자 = "유럽이나 미국의 지식인과 언론인들이 갖고 있는 북한에 대한 편견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마치 유리방 속에 들어가 있어 일그러진 채로 보는 서구인으로서의 편견이 존재합니다. 북한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괴물들의 국가가 아니라 현대의 산물입니다."
 
 소설가 황석영은 "북한이 독재에 신음하는 통제사회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를 만든 서구 중심의 세계가 빚어낸 또 하나의 부산물"이라고 강조했다.

  80년대 방북과 함께 망명이라는 또 다른 감옥을 겪고 귀국 후에도 수감생활을 해야 했던 황 작가가 1000페이지에 이르는 자전 '수인'으로 독자들 앞에 섰다.

 책 제목대로 파란만장한 현대사의 굴곡 속에 70여년을 언제나 감옥 속에서 살아온 듯한 인생이라고 돌이켰다.

  8일 '수인' 출판 기념 기자간담회를 연 그는 "책을 내면서 비로소 석방됐다고 얘기했는데 진정으로 석방됐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6월항쟁 30주년을 맞아 두 권으로 출간되는 이 책에는 자신을 작가로 키워준 그의 유년시절과 전쟁의 기억, 베트남전 참전, 유신독재에 대한 저항의 시간과 5·18 광주민주화운동, 그리고 방북과 망명 이후 수감생활 등이 교차해서 담겼다.

 당초 자전을 쓸 생각은 없었다. 아직도 이 사회가 개인의 내면을 드러내놓고 얘기할 정도로 여유롭지는 않다는 판단에 한가하다는 핀잔이나 받지 않겠느냐는 생각이었다.

 그러다 '자전이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 문학작품인데 그러느냐. 당신이 겪은 인생은 혼자 겪은 게 아니고 한국문학의 자산인데 함부로 할 수 있느냐'는 강태형 전 문학동네 대표의 말에 저술을 결심하게 됐다.

 황 작가는 "채 정리되지 못한 지난 일들을 써서 동시대 사람과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느끼게 됐다"며 "내가 죽은 뒤에도 뒤에 오는 사람들이 다시 역사적, 문학적 자료로 중요하게 간직할 수가 있을 것이라고 뒤늦게 깨닫게 됐다"고 돌이켰다.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면서 읽는 이들에게 감동을 줬던 루소나 안데르센, 크로토프킨 등의 자전 등도 이번 책을 쓰는 데 용기를 주었다고도 했다.

 애초 원고는 신문에 연재하다 중단한 4000장 분량의 원고에 새로 쓴 2000장 분량을 더한 내용이 담겼지만 편집자 출신인 아내와 출판사가 함께 상당부분을 쳐냈다.

 "잘려나간 대부분이 제가 잘난 척하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늘 자괴감에 빠져있고 좌절하고 그런 구성만 부각돼있습니다. 제가 겪은 일중 5분의 1 정도나 표현됐다고 할까요. 나머지 5분의 4는 시간 속에 가라앉아 버렸죠."

 그러면서도 "내가 주변사람들과 내 귀중한 벗들에게 얼마나 많은 잘못을 저질렀는지 뒤늦게 성찰하게 되는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가장 감추고 싶었던 것은 가족들을 남겨두고 광주에서 집을 떠나던 1985년이었다고 했다. "사주 같은 걸 보면 '역마살'이 있고 '파가(破家)'라는 말이 있는데, 파가하기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있죠. 그리고 특히 어머니에게 상처를 준 그런 것들도요."

 책 제목인 '수인(囚人)'은 바꿔 말해 '자유란 무엇인가' 정도라고 곱씹었다. '수인'으로 정한 것은 이 시대가 감옥같은 상황에서 한 치도 벗어날 수 없는 것 같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촛불시국을 넘어 새 정부로 들어서기까지의 과정에 대해서는 그도 놀라움을 숨기지 못했다.

 "이명박에서 박근혜로 이어지는 이 정체된 이행기, 돌아가는 굽이에서 좀 더 갈 줄 알았어요. 난 정말 우리 시민이라고 해야할까 백성이라고 해야할까, 이 사람들을 믿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정말 여기서 살기 싫다고, 여기까지 차오른 그 때 사람들이 이 변화를, 돌이켜보면 그런 사람들이었죠. 여기 사는 사람들이. 한 번도 그러지 않은 적이 없어요."

 또 하나 그를 완전히 자유롭게 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역시 한반도 문제다. 북한에 대해서는 '감동과 절망'이 엇갈렸다는 방북 당시의 감회처럼 모순돼있는 남한의 현실을 짚었다.

 "9년 동안 보수정부의 실책은 북한 리스크인데, 리스크를 관리하면 주도권이 자기한테 오는 것인데 그 주도권을 뺏기고 한반도 문제를 남들이 이러쿵저러쿵하게 만들었다는 것이죠. 치킨게임 같은 겁니다. 내가 몽둥이 들고 나오면 저쪽에선 장대를 들고 나오는 식이죠. 북한의 농성체제를 바꾸는 건 농성을 풀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지금은 해양세력의 섬으로서 전초기지 역할을 해주고 있는 꼴인데 원래 우리는 저 대륙에서 노는 민족이었다"며 "대륙으로 가자는 것으로 남북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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