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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배구, 최약체 평가 속 월드리그 2그룹 잔류 쾌거

등록 2017-06-26 10: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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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뉴시스】홍찬선 기자 = 한국 남자배구대표팀 선수들이 20일 오후 인천공항에 귀국하고 있다.  김호철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리그 2그룹에서 5승 4패(승점 12점)로 12개팀중 6위에 올라 잔류에 성공했다. 남자배구가 월드리그 예선에서 5승 이상의 성적을 낸 것은 1995년 이후 22년 만이다. 2017.06.2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문성대 기자 = 김호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남자배구대표팀이 2017 월드리그 국제남자배구대회에서 5승을 거둬 목표했던 2그룹 잔류에 성공했다. 한국은 지난 6월19일(한국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끝난 슬로바키아와의 2그룹 최종전에서 3-2(25-18 18-25 25-18 20-25 15-7)로 승리했다.

1승도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를 깨고 5승4패(승점 12)를 기록한 한국은 슬로바키아(4승5패·승점 13)를 따돌리고 12개팀 중 6위를 차지했다. 문성민(현대캐피탈)과 서재덕, 전광인(이상 한국전력), 김학민, 한선수(이상 대한항공) 등 주축 선수들이 대거 빠진 가운데 일궈낸 성과라서 더욱 값진 결과였다. 2년 만에 코트에 돌아온 김호철 감독의 노련한 용병술도 전력을 끌어올리는 데 한몫했다.

◇김호철과 최약체 대표팀

2년 만에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이번 월드리그 목표를 ‘2그룹 잔류’로 설정했다.

내로라하는 에이스 선수들이 없었다. 저마다 부상과 컨디션 난조를 이유로 대표팀 선발에 난색을 표했다. 이에 김 감독은 젊은 선수들의 패기로 난관을 극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젊은 선수들이 큰 대회를 통해서 한 단계 성장할 것이라는 계산도 있었다. 김 감독은 대표팀 소집 후 “예선 9경기 중 최소 4승은 해야 한다. 첫 무대인 서울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하는 바람이다. 쉽진 않겠지만 선수들을 믿는다”고 말했다.

이강원(KB손해보험), 최홍석(우리카드), 박주형(현대캐피탈) 등이 공격을 분담해주기를 바랐고, 노재욱(현대캐피탈), 이민규(OK저축은행), 황택의(KB손해보험) 등 세터를 3명이나 발탁해 잠재력을 폭발시킨다는 복안을 세웠다. 모험이었지만,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역대 최약체 대표팀이라는 평가를 들었고, 감독 스스로도 현재 전력은 2진급이라고 시인했다. 그러나 선수들의 열정과 패기를 엿봤다. 대회 직전 라이트 이강원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 최홍석과 이민규 등의 선전도 바랐다. 짧은 시간 손발을 맞췄지만, 조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안방에서의 좋은 출발

한국은 지난 6월2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체코와 만났다. 어려운 상대였다. 이 경기 전까지 역대 체코전에서 3승12패로 열세를 보였다. 체코는 역대 한국전에서 높이와 파워에서 한 수 위의 기량을 선보였다. 그러나 한국은 이번에 체코를 잡는 이변을 연출했다. 세트스코어 1-2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4, 5세트를 내리 이겼다. 박주형과 이강원, 정지석이 맹활약해 서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한국을 잘 알고 있는 체코는 한국의 수비를 무너뜨리기 위해 약점을 집중 공략했지만 무너뜨리지 못했다.

그러나 한국은 두 번째 경기인 슬로베니아전에서 참패를 당했다. 슬로베니아의 고공폭격과 높은 블로킹 벽에 무너졌다. 이에 분발한 한국은 6월4일 핀란드를 상대로 박주형의 맹활약을 앞세워 풀세트 끝에 귀중한 1승을 따냈다. 한국은 2승1패(승점 4)로 서울 시리즈를 마쳤다. 한국은 당초 1승도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안방에서 두 경기를 잡아 2그룹 잔류의 청신호를 켰다.

◇‘유럽의 높은 벽‘ 앞에서 선전

한국은 6월9일 일본 다카사키로 무대를 옮겼다. 2그룹 2주차 첫 경기에서 슬로베니아를 다시 만난 것이다. 한국은 설욕을 다짐했고, 선전을 펼쳤다. 그러나 풀 세트 끝에 다시 패배를 맛봤다. 불안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다음 상대는 터키였다. 2010년 세계선수권에서 터키에 이긴 후 7년간 이긴 적이 없었다. 그러나 투지로 뭉친 한국은 풀세트 끝에 터키를 제압했다. 이강원-송희채(OK저축은행)-박주형으로 구성된 삼각편대가 터키 진영을 맹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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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2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17 월드리그 국제남자배구 대한민국과 체코의 경기, 대한민국 김호철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2017.06.02. [email protected]


이후 한국은 일본과 네덜란드에 완패를 당했다. 일본의 스피드와 조직력 앞에 자멸했고, 네덜란드의 높이에 막혀 제대로 된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했다. 3승4패를 기록해 2그룹 잔류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전열을 재정비한 한국은 서울 시리즈에서 이겼던 체코를 다시 한 번 잡아 2그룹 잔류를 확정했다. 최홍석의 득점포가 불을 뿜었고, 조직력이 살아나 다시 한 번 ‘난적’을 물리 친 것이다. 한국은 마지막 상대인 슬로바키아를 3-2로 제압해 유종의 미를 거뒀다.

목표 이상의 성과를 냈다. 그러나 보완할 점은 있었다. 불안한 서브 리시브로 인해 자멸하는 경우가 잦았다.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과제다. 일본이 보여준 조직력에 스피드가 더해진 배구도 눈여겨 볼만 했다.

한국대표팀은 당초 1승도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5승4패의 호성적을 올렸다. 체력이 바닥난 3주차 경기에서 한국이 보여준 투혼은 2그룹 잔류 이상의 가치가 이는 성과였다. 기대하지 않았던 선수들의 선전과 그들이 가져온 경험과 자신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득이었다.

그러나 아쉬운 부분은 있었다. 선수들의 문제가 아니다. 파행을 이어오고 있는 대한배구협회의 부실한 대표팀 지원, 선수 차출에 대한 구단의 이기심, 전임감독 문제 등은 앞으로 한국 배구 발전을 위해 풀어야할 숙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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