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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의 스크리닝]'캐리비언 해적'부터 '트랜스포머'까지 3D 상영관 찾아 삼만리

등록 2017-06-27 06: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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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할리우드 SF 블록버스터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감독 마이클 베이)의 한 장면.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사업가 이모(40·서울 송파구 잠실동)씨는 지난 21일 개봉한 할리우드 SF 블록버스터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감독 마이클 베이)를 개봉 첫 주 일요일인 오는 25일 밤 3D 버전으로 보려 했다.
 
 거대한 스케일, 화려한 CG로 가득한 이 영화의 이전 시리즈를 3D 버전으로 계속 보며 열광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집 앞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서 이날 이 영화 3D 버전 상영은 세계 최대 규모(622석)라는 수퍼플렉스G에서 불과 오후 2시 단 1회뿐이었던 것. 4D 3D 버전으로는 총 4회를 상영하지만, 의자가 흔들리고, 바람이 나오는 등 특수효과가 있는 것을 싫어해 볼 수가 없었다.

 결국 그는 아내, 아들과 함께 일부러 잠실대교를 건너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 가서 오후 8시30분 상영분을 봤다. 소원대로 3D 버전을 볼 수 있었으나 175석의 작은 상영관이어서 아쉬움은 컸다. 국내 흥행 1위를 달리는 작품답게 더 큰 상영관에서도 많이 틀었으나 죄다 2D 버전이었다.

 이날 국내 3대 멀티플렉스 극장체인인 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의 서울 시내 상영관에서 ‘트랜스포머’ 3D 버전을 상영한 횟수는 4D관에서 진행한 것을 포함해도 전체의 20%에도 미치지 못 했다. 4D 상영관이 없는 메가박스는 코엑스점 MX관에서 3회 목동점 MX관에서 2회 등 총 5회에 불과했다.

 롯데시네마는 가산디지털점 4D 3D 6회, 건대입구점 3D 2회, 김포공항점 4D 3D 6회, 노원점 4D 3D 6회, 월드타워점 3D 애트모스 1회와 4D 3D 4회, 청량리점 4D 3D 6회 등 총 31회에 그쳤다.

 국내 최대 상영관을 보유한 CGV가 가장 많아 총 82회였다. 왕십리점 아이맥스 3D 7회와 4DX 3D 6회, 영등포점 3D 3회와 4DX 3D 7회, 여의도점 3D 사운드X 2회와 4DX 3D 사운드X 6회, 강남점 3D 2회, 강변점 4DX 3D 6회, 목동점 2회, 불광점 2회, 상봉점 4DX 3D 6회, 상암점 아이맥스 3D 6회와 4DX 3D 6회, 성신여대점 1회, 송파점 4DX 3D 6회, 중계점 3D 1회, 천호 아이맥스점 3D 7회, 청담점 4DX 3D 사운드X 6회 등이었다.

 이처럼 3D 영화를 보기 힘든 것은 ‘트랜스포머’뿐만 아니다.
 
 ‘캐리비안의 해적: 죽은 자는 말이 없다’(감독 요아킴 뢰닝, 에스펜 잔드베르크), ‘원더우먼’(감독 패티 젱킨스), ‘미이라’(감독 알렉스 커츠만) 등 최근 개봉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도 모두 일부러 찾아다녀야 할 정도로 3D 버전 상영관이 적었다.
 미국 파라마운트 픽쳐스는 자사 영화의 한국 내 배급을 롯데엔터테인먼트에 맡긴다. 신작인 ‘트랜스포머’ 역시 그렇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바로 롯데시네마의 투자·배급 사업부다.
 
 그런데 정작 롯데시네마 산하 극장에서도 ‘트랜스포머’를 3D 버전으로 보기 쉽지 않은 셈이다. 아니 그나마도 직접 배급한 영화여서 그간 개봉한 할리우드 직배사의 블록버스터보다 3D 버전 상영 회차를 늘린 것이라고 업계는 평가한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바로 이런저런 이유로 영화를 3D 버전으로 보는 관객이 급감해서다,
 
 영화팬이라면 누구나 한 차례 이상 봤을 정도여서 3D 영화는 이제 더는 신기한 경험이 아니다. 어지럽다고 싫어하는 관객도 있다.
 
 여기에 경기 불황으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도 한몫했다.
 
 한 멀티플렉스 내 같은 상영관에서 다른 회에 상영하거나 비슷한 규모 상영관 두 곳에서 상영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2D, 3D 버전 관람료를 비교하면 대부분 평일은 1000~2000원, 주말·휴일은 2000~3000원가량 3D가 더 비싸다. ‘혼영(혼자 영화 관람)’하는 경우 큰 부담이 되지 않을 수도 있으나 연인, 친구, 가족 등 2명 이상이 보는 경우 차액에 대한 비용 부담이 적잖다.
 
 가장 큰 문제는 이처럼 돈을 더 들여 3D 버전으로 봐도 만족도가 크게 높지 않은 영화가 허다했다는 사실이다.
 
 앞서 2009년 할리우드 SF 블록버스터 ‘아바타’(감독 제임스 캐머런)가 사상 최초로 등장한 이후 3D 영화는 ‘영상예술의 총아’ ‘대중문화의 혁명’ 등으로 칭송을 받으며 전 세계 극장가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후 등장한 영화 중에는 애초 3D 버전으로 제작된 영화도 있었지만, 2D로 제작한 다음 3D 버전으로 변환해 상영한 작품도 많았다. 3D로 제작했다지만, 품질이 조악한 작품도 적잖았다,

 그러다 보니 3D 영화를 봐도 ‘아바타’ 등 진짜 3D 영화를 볼 때와 같은 놀라움과 감동할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관람료는 비싼데 만족도는 큰 차이가 없으니 관객은 3D 버전을 외면한 채 2D 버전으로 회귀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멀티플렉스 입장에서도 관객이 덜 찾는 3D 버전의 상영 횟수를 점점 축소할 수밖에 없게 됐다.
 결국 뼛속까지 3D인 '트랜스포머' 등 할리우드 대작들마저 피해를 보게 된 셈이다.
 
 이에 “이러다 오는 2020년 ‘아바타2’가 개봉해도 3D가 아니라 2D로 보는 거 아니야?”라는 우스갯 소리도 나오고 있다.
 
 '아바타' 시리즈는 1편 개봉 이후 10년 넘게 지난 뒤에 2편의 막을 올리면서 또다시 3D로 승부를 걸어 2D가 더 많은 관객을 동원하는 '굴욕'을 당할까, 아니면 야심 차게 준비한, 새로운 영상 혁명으로 아바타 신드롬을 재점화할까.
 
 궁금증이 풀리려면 수년 더 남았다. 지금은 '트랜스포머'를 2D 버전으로 볼지, 3D 버전으로 볼지 행복한 고민을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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