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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인터뷰②]정영선 브랜드스토리 이사 "도시재생, 소프트웨어가 중요"

등록 2017-06-27 05:50:00   최종수정 2017-07-04 09:2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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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정영선 브랜드스토리 이사가 15일 서울 종로구 브랜드스토리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브랜드스토리는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한 도시 브랜딩, 공간 브랜딩을 하는 회사다. 2017.06.26. [email protected]
"도시 재생, 관이 아니라 민의 눈높이에 맞춰야"
"문화 콘텐츠가 하드웨어 밑이 아니라 위에서 일해야"
"정부 성과 평가, 정량 아닌 정성 평가로 이뤄져야"

【서울=뉴시스】김민기 기자 = "도시재생은 지문입니다. 이 세상에 지문이 같은 사람이 없듯 지역마다 도시재생 콘셉트는 다 다릅니다. 그 지역에 맞는 콘셉트를 만들어주는 것이 저희의 일입니다."

 정영선 브랜드스토리 이사는 스토리텔링 마케터다. 10년간 방송계에서 드라마와 교양프로그램을 써온 작가다. 가상현실(VR) 콘텐츠 사업도 하고 있다. 

 2005년 스토리텔링 마케팅 실무회사 '브랜드 스토리'를 만들어 수원 팔달문 재래시장 활성화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종로구 윤동주 문학관도 정 이사의 작품이다.

 현재는 시흥 배곧신도시 해안초소 리모델링 시범사업, 월곶역 재생 사업 등을 진행 중이다. 최근엔 중국에서 연락이 와서 관광특구 개발 사업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브랜드스토리 사무실에서 정 이사를 만났다.

 그를 처음 본 곳은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이 주최한 도시재생·전략포럼에서다. 교수와 공무원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정 이사는 유일하게 현장을 경험한 민간 업자였다.

 이명박 정부 시절 문화관광형 재래시장 육성 사업인 '문전성시' 프로젝트를 설계하고, 수원 팔달문 재래시장을 재생해 30%의 매출 증가를 이끌어 냈다. 문전성시라는 네이밍도 정 이사가 직접 지은 것이다. 수원 못골 시장에서는 스토리텔링 사업을 했다.

 하지만 그는 그날 도시재생 사업에 대해 장밋빛 미래보다는 현장의 애로사항을 담은 쓴소리를 쏟아냈다. 이날도 정 이사는 현재 도시재생 사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지역 브랜딩에 대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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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정영선 브랜드스토리 이사가 15일 서울 종로구 브랜드스토리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브랜드스토리는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한 도시 브랜딩, 공간 브랜딩을 하는 회사다. 2017.06.26. [email protected]
정 이사는 "도시재생 사업이 도로 정비, 인프라 구축 등 하드웨어는 인정해주지만, 콘셉트를 만들고 아이디어를 짜는 소프트웨어는 인정해주지 않는다"면서 "지적 재산권 개념이 부족하고, 이에 대한 비용도 너무 적게 책정돼 업자들이 사업을 맡는 것을 꺼린다"고 지적했다.

 정 이사는 스토리텔링 마케터지만 도시재생 사업에 '스토리텔링'이라는 단어보다는 '전략 설계'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도시 재생은 단순히 지역 민담이나 전설을 묶어 책을 내는 스토리텔링으로는 역부족이다. 그 지역에 들어가 지역 주민들과 살을 부딪치면서 관광 상품을 개발하고 지역 브랜드를 높여야 한다.

 즉, 기존 토목이나 건축 등 정비에서 벗어나 그 지역 이야기를 발굴하고 매력적인 이미지를 덧입힌 '문화 콘텐츠'가 조성된 사업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수원 팔달문 재래시장도 팔달문 시장의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지면서 방문객이 다시 늘어 매출이 상승한 사례다. 그곳은 한때 방문객이 끊겨 시장이 많이 어려운 상태였다.

 정 이사는 "재래시장을 활성화를 위해 상인들이 대형마트나 백화점처럼 만들고 아케이드를 쳐달라고 하는데 그렇게 한다고 고객들이 늘진 않는다"면서 "남자는 수렵 본능이 있지만, 여자는 채집 본능이 있어 아케이드를 만들려고 기둥을 세우면 오히려 그곳을 빠져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재래시장은 여자들이 물건을 사러 가면서 입구에서부터 순차적으로 가게를 들러 수다도 떨고 가게 주인 며느리 욕도 하는 곳이다"라면서 "하지만 시장 상인회도, 지자체 공무원도, 지역 대학교수도 다 남자다 보니 여성의 특성을 무시하고 간판 사업, 아케이드 설치 등으로 환경을 개선하려고만 한다"고 덧붙였다.

 정 이사는 수원 팔달문 시장을 살리기 위해 상인회에 부탁해 시장에서 제일 오래 일한 상인들과 함께 이틀간 막걸리를 먹으면서 원인을 파악했다.

 이곳은 중저가 의류 매장이 많아 삼성전자 직원부터 시작해 수원대, 장안대, 아주대 등 지역 대학생들의 방문이 잦은 곳이었다. 이에 술집이랑 치킨집도 많이 생겼다. 하지만 주변에 아울렛이 들어오고 수원역에 애경백화점이 생기면서 시장이 죽었다.

 정 이사는 "시장 치킨집에 방문한 손님과 대화를 나눠보니 '이산' 드라마 이후 정조가 좋아져 이곳을 방문한다는 사람이 많았다. 전문가에게 물어보니 팔달문 시장이 정조가 만든 시장이더라"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세종시를 만들었듯 정조도 수원을 제2의 도시로 만들기 위해 팔달문 시장을 만든 것이다"고 전했다.

 이에 정 이사는 화성을 방문한 사람들이 재래시장으로 발길을 옮길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고려했다. 정조가 시장을 만든 것과 상인들의 이야기를 드라마 형식으로 만들어 오디오 CD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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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정영선 브랜드스토리 이사가 15일 서울 종로구 브랜드스토리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브랜드스토리는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한 도시 브랜딩, 공간 브랜딩을 하는 회사다. 2017.06.26. [email protected]
신문 기사가 난 것을 스크랩해서 화성 행궁에 붙여놓았다. 만화가 이현세 씨에게 부탁해 정조를 도와 시장을 만든 충신 8명을 상인회 임원들 얼굴로 바꿔 달력을 만들었다. 달력 그림을 키워 12개 패널을 만들어 화성 행궁에서 재래시장으로 가는 길목에 설치했다.

 정 이사는 "정부에서 오디오 CD를 보고 왜 QR코드로 안 만들고 CD로 만들었냐고 했지만, 지방에서는 너무 앞선 기술을 적용하면 따라가지 못하므로 적정한 기술을 적용해야 한다"면서 "상인회 임원들을 달력에 넣은 것도 문화 단체에서 반대했지만, 민(民)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하면 지역 주민들이 직접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는 정조임금이 술을 따라 주는 '불취무귀(不醉無歸)' 조형물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인증샷으로 자주 등장하는 단골 콘텐츠다. 정조는 백성이 먹는 만큼 먹어야 한다며 하루에 2끼만 먹었고, 백성이 마시는 막걸리를 좋아한 애민 군주였다.

 이 조형물이 지금은 팔달문 시장의 명소가 됐으나 처음에는 반대도 많았다. 예술가에게 부탁했더니 정조의 형상은 없고, 원 모양 형태만 있는 스케치만 보내왔다. 정부에서는 "조형물에 때가 타면 안 된다"면서 유리관을 씌우자고 했다.

 정 이사는 "도시 재생을 할 때 조형물을 많이 만드는 데 지자체에서 잘 모르니 유명한 예술가나 평소 아는 사람에게 부탁한다"면서 "하지만 일반인이 이해하지 못하는 예술작품을 만들어 놓고선 왜 사람들이 안 오고, 지역 주민들이 관리를 안 하냐고 하면 말이 안 된다"고 일침을 놓았다.

 홍보관도 꾸몄다. 50년 동안 팔달문 시장에서 일한 상인들을 인형으로 만들고 관련 스토리를 적었다. 상인들은 그 내용을 갖고 전단을 만들어 뿌렸고, 방문객은 그 인형을 보고 그 가게를 찾아갔다. 다만 최근에 다른 사업자가 팔달문 시장과 다른 시장을 연계하는 사업을 맡아 상인 인형은 없어진 상태다.

 지금은 수원 팔달문 시장이 재생사업을 통해 많이 활성화했으나 도시재생 사업을 시작하기는 쉽지 않았다. 연고가 없고, 학위가 없으면 사업을 따기도 어려웠다. 

 소프트웨어와 관련해 인건비가 너무 낮게 책정되다 보니 능력 있는 전문가를 쓰지 못해 콘텐츠 질이 떨어졌다. 사비를 들이기도 했다.

 가장 큰 문제는 전략 기획을 하는 사람이 사업 주도권을 쥐는 것이 아니라 시공 업체가 사업을 콘트롤 한다는 사실이다.
 
 정 이사는 "수원 팔달문 시장이 우수 사례가 되자 지자체에서 너도나도 해당 아이디어를 무분별하게 가져갔다"면서 "정부에서는 민간 업체들을 아이디어 공급처나 돈을 빼앗아 가려는 사기꾼으로만 여긴다. 결국 실력 있는 업체들은 다 빠지고 도시재생 사업도 성공하기 어려워진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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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정영선 브랜드스토리 이사가 15일 서울 종로구 브랜드스토리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브랜드스토리는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한 도시 브랜딩, 공간 브랜딩을 하는 회사다. 2017.06.26. [email protected]
저작권을 인정해주지 않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정 이사는 "도시재생 콘셉트를 내고 전략 설계를 하는 것을 단순히 자문 정도로만 생각하고, 관련 비용도 자문료 수준으로만 제공하려고만 한다"면서 "반면 중국의 경우는 관련 학위나 자격증이 없어도 전략 설계를 맡게 되면 총공사비의 일부를 줌으로 콘텐츠와 아이디어의 질적 수준이 매우 높아진다"고 말했다. 

 도시재생 사업이 성공하려면 중앙 정부가 평가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 정 이사의 제언이다. 정량 평가로 하다 보면 지자체와 해당 공무원 입장에서는 사람들을 모으기 위해 이벤트를 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보여주기식 사업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정 이사는 "도시재생은 1~2년으로는 성과가 나지 않는데 지자체에서는 정부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 무리하게 성과 위주의 사업을 벌이게 된다"면서 "도시재생은 몇 명이 왔는지, 상권의 매출이 얼마나 올렸는지가 아니라 지역 상황에 맞는 정성 평가로 해야 한다"고 전했다.

 현재 정 이사는 배곧신도시의 39개 해안초소를 리모델링하는 도시재생 사업을 하고 있다. 그곳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지역 주민들은 해안초소를 없애달라고 요구하지만, 국방부는 전시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치울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정 이사는 배움을 얻는 곳이라는 뜻의 '배곧'의 아이디어를 얻어 해안 초소를 젊은이에게 필요한 지혜와 용기, 희망을 얻을 수 있는 곳으로 만들기로 했다.

 각 해안초소에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차,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 이순신 장군의 판옥선 등을 만들었다. 이 곳이 나중에 명소가 돼 젊은 층이나 가족 방문객이 많아지면 주위는 자연스레 교통편이 늘어나고 상가가 생기게 된다.

 정 이사는 "사람들은 거북선만 기억하지만 실제 전장에서 싸움을 승리로 이끄는 것은 판옥선이고, 이순신도 이 판옥선에 탔다"면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판옥선처럼 평범한 우리와 같은 사람, 우리 아버지들이라는 스토리를 담았다"고 전했다.

 한편 정 이사는 도시재생이 성공하려면 현장에서 백병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정부가 매우 경청해야 한다고 짚었다.

  "정책을 입안하고 토론을 하는 사람들은 전부 전투기를 몰고 공중에서 싸움을 벌이는, 공중전을 하는 사람들이다. 업자라는 이유로 백병전하는 사람들의 발언권이 가장 없다 보니 정책이 산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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