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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엄마, 딸은 좌절했고 후회했다

등록 2017-07-18 14:15:08   최종수정 2017-08-01 09: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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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기억은 어디로 갔을까' 감동 실화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후회는 상실감때문에 자각한다.

있을땐 모르고 없으면 안다.  이 책에 나오는 딸 이야기는 남 얘기가 아니다.  이제는 가족도 남 같은 세상, 병이 닥치면 서로 곤란해진다.

엄마가 알츠하이머병에 걸렸다.

먼동이 트기 전 엄마는 잠옷 바람으로 집을 나갔고, 아버지는 엄마를 찾으러 나갔다가 계단에서 구르는 사고를 당하고 만다. 엄마가 동네 거리를 헤매는 그 시간, 아버지는 의식이 오락가락하는 상태로 계단 맨 아래에 홀로 누워 있었다. 추락 사고로 병원에 실려 간 아버지는 기도 삽관을 하는 과정에 폐에 구멍이 생기고, 그 폐렴이 일으킨 신부전과 싸우다 결국 세상을 떠나게 된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홀로 남겨진 엄마와 함께한 시간은 오해와 당혹감, 좌절과 죄의식이 공존하는 시간이었다.

 비극적인 사고로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치매 엄마'를 돌보게 된 딸은 변해가는 엄마의 모습에 좌절하고, 분노하고 슬퍼한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 엄마를 다그치고, 가르친다.  점점 더 퉁명스러워지고 화를 내고 엄마를 더 의심했다.

"나는 당신의 엄마가 아니고 당신의 딸"이라고, "공공장소에서는 옷을 벗으면 안 된다"고,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떠날 때 뜨개질바늘을 넣어가면 안 된다"고…

엄마는 갈수록 망상증이 심해졌다. 엄마의 삶의 겉 모습은 엄마가 예측할 수도, 막을 수도 없는 방식으로 변해갔다. 뒤늦게 깨달은 사실은 알츠하이머병은 엄마에게 다른 세상 하나를 제공했고, 우리가 사는 세상과는 다른 존재의 차원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다.

치매 걸린 부모와 살고 있는 자식이라면 "딱 내 얘기네"하는 책이다. 누군가가 알츠하이머병에 걸리면 받아들여야 한다. 정말이지 다른 선택은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저자가 겪은 실화다. 알츠하이머라는 질병이 주는 아픔과 그 고통을 이겨내려 노력하는 모습을 통해 감동과 사랑의 메시지, 그리고 나이 들고, 병들고 늙고 죽는 것에 대한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하는 묵직한 깨달음을 준다.

 어느 날 갑자기 내 가족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린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딸의 후회막심한 말이 힌트다.

"엄마의 말에 동의해주고 어떻게 해야 엄마가 더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지 물었더라면 좋았을 거라는 것을 안 것은 너무 늦어버린 후였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점이 후회스럽다. 엄마는 갈수록 망상증이 심해졌다. 나는 바로바로 엄마를 용서하고 엄마를 더 많이 달래주지 못했다는 점이 후회스럽다. 내가 엄마를 진심으로 용서했을 때는 엄마가 알츠하이머병 말기 상태라 심하게 아팠기 때문에 내가 엄마를 용서했다는 사실을 엄마는 알지 못했다. 엄마가 얼마나 오래도록 당신의 증상을 감춰야 했는지, 그 기간 동안 얼마나 두려웠을지 생각하면 정말 울고만 싶다." 낸시 에이버리 데포 지음, 이현주 옮김, 한경BP,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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