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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의 맛볼까]“돼지의 참맛, 뒤에 있었네”···서울 구의동 달배뒷고기

등록 2017-08-02 06: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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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서울 광진구 구의동 ‘달배뒷고기’의 ‘뒷고기모둠’.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국내에서는 소고기는 등심이나 안심을, 돼지고기는 삼겹살이나 목살을 주로 먹을 뿐 다른 부위는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선호하지 않으니 마트나 음식점이나 취급을 안 하고, 다른 부위를 맛볼 기회는 점점 더 없어지기 마련이다.

나름 ‘미식가’라고 자부하는 사람으로서 그런 국내 상황을 늘 아쉬워하던 중 서울 광진구 구의동에 돼지 특수부위를 전문으로 파는 음식점이 생겼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가히 ‘복음’이자 ‘설법’이었다. 부리나케 달려갔다.
 
그런데 구의동 지하철 2호선 구의역 1번 출구 인근 한신포차를 중심으로 한 먹자골목에 있겠거니 했던 예상과 달리 그 집은 먹자골목 옆 한적한 골목에 있었다.
 
‘달배뒷고기’. 바로 저기다.

7월의 어느 평일 오후 7시, 폭우가 예고된 날이었으나 20평 가게 안은 이미 손님으로 가득했다. 먹자골목을 지나쳐오며 본 여러 가게의 한산한 모습과 대조적이었다.

자리를 잡고 앉아 이 집의 대표메뉴인 ‘뒷고기모둠’을 주문했다.
 
‘500g에 1만9000원이라니 정말 싸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삼겹살, 목살 같은 각광받는 ‘앞’고기가 아니라 잘 안 팔리는 ‘뒷’고기라서 그런가. 주문하고 기다리다 보니 벽에 있는 달배뒷고기 소개 글이 눈에 들어왔다.

“옛날 도축장에서 일하던 달배라는 사람이 두항정, 뽈살, 호두살, 꼬들살, 납작살, 안중살, 설하살, 흰살, 삼각살, 치맛살, 설중살 등 돼지 한 마리에서 200g 이내의, 아주 조금 밖에 나오지 않는 맛있는 부위만 골라 남몰래 뒤로 빼돌리다가 들켜 곤장 맞기를 밥 먹듯이 하면서도 계속 뒤로 빼돌렸다는 데서 돼지고기 중 맛있는 특수부위를 ‘뒷고기’ 또는 ‘달배고기’로 전해져 내려온다”는 내용이었다.
 
“전설의 고향이네”하며 마냥 신기해하는데 숯불이 들어오고 뒷고기 모둠이 나왔다.
 
어느 것이 두항정이고, 어느 것이 뽈살인지는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일단 굽기 시작했다. 향기롭게 구워지는 이름 모를 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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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서울 광진구 구의동 ‘달배뒷고기’의 ‘우렁된장짜글이’.

“식용으로 기르는 돼지는 굳이 고기를 바짝 구워 먹을 필요는 없다”는 감염내과 전문의의 말을 떠올리며 적당히 구워졌을 때 한 점을 집어 입에 넣었다.
 
삼겹살이나 목살에 전혀 뒤지지 않는, 아니 그런 식상한 맛이 아닌 색다르면서 탁월한 맛이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이번엔 다른 모양의 고기 한 점을 먹어봤다. 직전 고기와는 또 다른, 꼬들꼬들한 맛이 일품이었다. 생김새가 각기 다른 고기들을 차례로 입에 넣었다. 그때그때 맛이 달랐다. 물론 같은 것은 있었다. “아, 맛있다!”는 탄성이었다.
 
고기가 들어가니 김치가 그리워졌다. 이 집은 김치를 안 준다. 대신 각종 야채를 무제한 셀프서비스 방식으로 제공한다. 
 
굳이 김치가 그립다면 ‘옛날 김치찌개’(3000원)에 주문하면 된다. 양은냄비에 담겨 나온 찌개. 그런데 김치만큼 돼지고기가 가득했다. ‘김치고기찌개’ 수준이었다.

저녁 시간에 고기와 김치찌개를 시키고 소주 여러 병을 더하니 남자 세 명이 먹어도 충분했다.
 
다소 허전하게 느껴진다면 돼지껍데기(100g 3500원)나 식사 메뉴인 ‘짜글이’(김치짜글이 3800원~우렁된장짜글이 5800원)를 추가로 시키면 된다.
 
뒷고기도 앞고기 못잖게 맛있었다. 그러나 당분간 그냥 소외된 뒷고기에 머무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래야 내가 값싸게 많이 먹을 테니.
 
주차장은 없으나 주변 주택가 골목에 잠시 실례할 수는 있다. 단, 연락처는 남겨둘 것. 매일 오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2시까지 문 연다. 좌석 44석.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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