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사회일반

[분노 못 참는 사회➁]'분노 범죄' 왜 반복되나?

등록 2017-08-16 05:50:00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associate_pic
【울산=뉴시스】안정섭 기자 = 울산 울주경찰서는 층간소음에 항의하는 아랫집을 찾아가 출입문과 주차된 차량을 부순 강모(47)씨를 특수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고 23일 밝혔다. 사진은 강씨가 파손한 차량 유리. 2017.03.23. (사진=울산 울주경찰서 제공) [email protected]

층간소음·보복운전·데이트폭력 일상화된 분노 범죄
누구나 잠재적 가해자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최근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고 저지르는 이른바 분노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층간소음과 보복운전, 데이트폭력 등 분노로 인한 크고 작은 사건들이 하루에 70여 건이나 접수될 정도로 분노 범죄는 이미 일상화됐다.

 특히 자신의 감정을 제어하지 못해 일어난 분노 범죄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이른바 묻지마 범죄나 살인 등 강력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분노 범죄의 원인은 무엇일까. 

◇갑자기 '욱'···강력 범죄  10건 중 4건 우발적 범행

 최근 발생한 살인 등 강력 범죄 10건 가운데 4건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표출하는 '분노조절장애(충동조절장애)'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분노조절장애는 충동으로 인한 분노와 화를 없애기 위해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일종의 정신질환이다. 간헐성 폭발장애와 병적 방화, 병적 도벽 등으로 분류되고, 환자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또한 지나친 의심, 공격성, 폭발성을 보이기 때문에 타인과의 관계 형성이 어렵고, 잠정적으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방화, 절도 등 자신과 타인에게 해가 될 만한 행동을 하려는 충동을 자제하지 않고 바로 행동으로 옮겨 반복적으로 할 때 '충동조절장애'라고 진단한다.

 김선미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공통적으로 유전적, 생물학적, 환경적, 사회심리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생물학적으로는 뇌의 변연계와 안와전두엽 부위의 기능장애, 세로토닌 신경전달이 감소된 경우가 흔히 원인으로 거론된다"며 "과거의 뇌손상, 두부손상, 뇌염등과도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분노조절장애는 화를 내는 것 외에 언어폭력, 적대적 행동, 폭력행동, 충동성, 비행 등 파괴적 행동과 방화, 도둑질 등 내적 긴장을 해소하기 위한 특정 행동을 반복하는 경우로도 나타난다.

 이에 따라 ▲병적도박 ▲발모광 ▲인터넷 중독 ▲충동적-강박적 성행위 ▲상처내기 ▲소아기 품행장애 ▲폭식장애 ▲신경성폭식증 ▲성도착증 ▲양극성장애(조울병)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물질사용장애(알코올이나 약물 등에 대한 의존이나 남용) ▲B형 인격장애(자기애성 인격장애, 히스테리 인격장애, 경계성 인격장애, 반사회적 인격장애) 등도 충동조절장애에 포함된다.

 아울러 술과 같은 독성물질을 만성적으로 사용하면 섭취기간이 늘어날수록 뇌의 기능 저하를 일으키면서 충동조절장애의 유발인자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분노조절장애와 이로 인한 범죄는 특별한 동기 없이 일어나고 생물학적, 환경적 등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나타난다는 점에서 어렸을 때부터 적절한 훈육을 통한 조절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김 교수는 "환경적, 사회 심리적으로 아동기에 알코올중독, 학대와 방임, 부모간의 불화 등이 많았던 환경에서 성장한 경우 더 흔하게 일어난다"며 "참았을 때 보상을 적절히 해주고 가족이 옆에서 가르쳐줌으로서 조절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자기 스스로가 충동을 조절하는 방법을 배우고 아이들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는 적절하게 훈육을 해야 한다"며 "부모와 함께 충동조절에 관한 교육과 훈련을 꾸준히 하는 것이 충동조절장애를 막는 예방법"이라고 말했다.

◇분노, 개인 일탈 행위 아냐···스트레스 제때 풀어야

 분노 범죄를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하기보다 사회적 문제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과도한 경쟁이나 압박 등으로 스트레스가 쌓이고, 또 쌓인 스트레스를 평소에 풀지 못하는 사회적 환경이 중요한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심리상담센터 관계자는 "사회 구성원으로 살면서 느끼는 좌절과 분노 등이 포함된 스트레스가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결국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하면 폭발하게 된다"며 "분노 범죄를 단순히 개인의 일탈 행위나 문제로 치부하는 것보다 사회적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분노 범죄는 공정하지 못한 우리 사회의 사회·경제적 상황과 맞물려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불공정한 사회에서 과도한 경쟁에 내몰리고, 쌓인 스트레스와 분노를 평소 적절한 방법으로 풀지 못하는 상황에서 촉발 요인이 생기면 갑자기 분노가 폭발한다"며 "절차적 정의나 공정 등 사회적 규범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사회에서 좌절과 분노를 지속적으로 경험하면 결국 극단적인 방법으로 통해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어 "공정하는 못한 절차와 과정보다 결과만 중시하고, 갈수록 심각해지는 양극화 등 우리 사회의 잘못된 구조와 시스템이 분노를 쌓이게 하고, 분노 범죄로 이어지는 것"이라며 "노력한 만큼 적절한 보상이 보장되는 사회 문화를 만들고, 공정한 기회와 절차를 지키며 무너진 사회 규범을 바로 세우고, 쌓인 분노를 적절히 풀 수 있는 사회 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