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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계란' 파문에 유럽 식품안전 명성 '흔들'

등록 2017-08-22 09:2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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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와 벨기에에서 발생한 살충제 오염 달걀사태가 유럽 각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독일은 지난 7일 이번 사건에 대해 정식 수사를 시작했다고 밝혔으며, 프랑스도 살충제 '피프로닐' 에 오염된 달걀이 자국 내에 유입됐다고 밝혔다. 사진은 4일 독일 뮌스터의 수의과조사실에 쌓여있는 달걀들의 모습. <프랑크푸르트=AP/뉴시스>

 【서울=뉴시스】 유럽에서 촉발된 살충제 오염 계란 파문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헝가리 식품당국이 지난 15일(현지시간) 독일에서 수입한 살충제 오염 계란을 전량 수거하기로 했다. 당국은 당시 자체 웹사이트에 발표한 성명에서 헝가리의 식료품 무역회사에 독일로부터 수입한 계란의 수거를 명령했다고 밝혔다. 또 독일에서 수입한 계란에서 피프로닐이 검출된 사실을 유럽연합(EU) 식품안전 경보체계에 따라 EU에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15일까지 살충제 계란이 발견된 벨기에, 독일,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스웨덴, 오스트리아, 아일랜드,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폴란드,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덴마크, 스위스, 헝가리 등 유럽 17개국을 비롯해 홍콩과 한국까지 합쳐 총 19개국으로 늘었다.

그러나 살충제 계란 파문이 닭고기 파문으로도 이어질 우려도 제기되면서 파문은 더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가디언은 지난 14일 살충제 계란 문제가 처음 제기된 벨기에에서는 계란을 낳다 죽은 암탉에서 피프로닐이 검출됐으며, 이에 따라 아프리카에 수출된 닭고기도 살충제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염된 산란계의 고기가 벨기에 시장에서는 유통되지 않았으나, 냉동 닭고기로 벨기에 식민지였던 콩고 등 아프리카로 팔려나간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가디언은 벨기에 연구소들이 수출된 닭고기의 샘플을 수거해 건강 이상이 발생할 정도의 살충제 양이 함유됐는지 검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살충제 계란 파문이 유럽뿐 아니라 전 세계로 확산된 이유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면서 이 문제가 처음 제기됐던 네덜란드와 벨기에 정부의 늑장 대응이 키운 재앙이라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벨기에·네덜란드 서로 “네 탓”

유럽연합(EU)은 지난 7일 인체에 해가 되는 살충제 피프로닐이 검출된 달걀이 독일에 이어 스웨덴 스위스 프랑스, 영국에서도 유통됐다며 주의를 당부하고 바로 다음날 벨기에 당국이 늑장 통보 사실을 알아내고 통보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미나 안드레바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지난 8일 정례 브리핑에서 “벨기에 당국이 지난달 20일에야 신속경보시스템에 따라 EU집행위에 ‘살충제 오염 계란’에 대해 알렸고, EU는 그 때서야 살충제 오염 계란에 대해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벨기에 당국이 공공보건을 위협하는 정보를 획득하면 이를 즉각적으로 EU에 통보할 EU 회원국의 의무를 준수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벨기에 정부는 지난해 11월 네덜란드에서 이미 살충제 오염 계란에 대한 내부보고서가 있었는데 이를 묵인했다며 책임을 네덜란드로 떠넘겼다.

2016년 11월 네덜란드 방역회사 칙프렌드가 사용한 살충제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으나 당시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이후 벨기에 식품안전당국이 지난 6월2일 살충제 계란을 발견했으나 지난달 20일 EU에 보고한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자 네덜란드 정부는 당시 보고서에 살충제 계란에 대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며 반박했다. 

이에 EU 집행위를 비롯해 살충제 계란이 발견된 EU 회원국들은 양국에 남 탓 하지 말고 진상파악에 나서라는 비난을 쏟아냈다.

결국 네덜란드는 벨기에 당국과 협력해 본격적인 조사에 나섰고 지난 10일 피프로닐 살충제를 불법 사용한 혐의로 방역회사 간부 2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다. 벨기에 정부도 살충제 계란 사건을 조사하고 피해 가금류 농가를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특별조사단을 구성했다.

스페인의 소비자단체(FACUA)의 대변인은 지난 16일 신화통신과 인터뷰에서 일부 EU 회원국들이 살충제 계란이 발견된 사실을 늦게 알려 다른 EU 회원국 뿐 마니라 비EU 회원국들로부터도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 소비자연합의 대표도 이날 성명에서 네덜란드 당국과 벨기에 당국이 EU에 한참 뒤에 통지하고 대응도 느리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고 실망했다며 이들 당국의 미흡한 대처를 비난했다. 

  ◆ EU 식품안전 관리 투명성 타격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로 계란 주요 수출국인 네덜란드 경제뿐만 아니라 EU의 식품안전 관리 투명성에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퀸즈대학의 크리스 엘리엇 교수는 지난 15일 블룸버그에 이번 사태가 “네덜란드의 양계업과 식품업계에 불어 닥친 재앙”이라며 “이들 업계는 신뢰를 잃어 앞으로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겠지만, 반대로 경쟁 업계는 자신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또한 “이번 사태로 각국 정부는 수입산 계란에 의존하기보다 국내산 계란 생산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네덜란드는 연 100억 개의 계란을 생산하며 이중 약 65%를 해외로 수출한다. EU 통계당국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네덜란드는 지난해 5억200만 유로(약 6760억원) 상당의 계란과 계란가공식품을 수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EU는 식품안전 신뢰도가 높은 것으로 명성이 자자했지만, 이 명성이 타격을 입었을 뿐 아니라 공중보건 문제에 대처하는 능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스페인소비자단체(FACUA)의 대변인은 16일 신화통신에 EU는 규정을 위반하고 투명하지 않은 EU 회원국들에 책임을 지우고 진상을 조사해 제재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식품안전 문제에 대해 퉁명하게 밝히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민단체와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소비자보호단체에 관련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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