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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을 막아라③]이광필 한국연예인자살예방센터장 "사행심은 막다른 길"

등록 2017-09-20 08:4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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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가수 겸 산소주의 생명운동가 이광필 한국연예인자살예방센터장. (사진=뉴시스 DB)
【서울=뉴시스】이광필 한국연예인자살예방센터장 = 지난해 이맘때 필자에게 자살 관련해 상담해온 20대 후반 남성이 있다. 그는 자신을 '취업준비생'이라고 소개했다.

문제는 그가 자살을 생각하게 된 이유다. 그는 취업이 안 돼 자살을 택하려 한 것이 아니다. 지난해 여름부터 불법 스포츠 도박, 이른바 '사설 토토'에 빠져들었다 빚까지 지게 돼 자살을 계획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그의 비극은 우연히 날아온 문자 한 통에서 시작했다. 대학 재학 중 '2014브라질 월드컵'이 열렸을 때 친구들과 술값을 만들자며 토토를 한 적은 있었지만, 본격적인 스포츠 토토 마니아는 아니었다. 그런데 취업 스트레스를 받던 때라 문자에서 '대박'이라는 문구에 마음이 동해 링크를 클릭해 사설 토토 앱에 접속했다.

거기서 처음에는 30만원가량을 땄는데 그게 아무래도 미끼였던 것 같았다. 엄청나게 짜릿했고 그 기분을 절대로 잊지 못 했다. 그는 이후 사설 토토에 심취해 틈날 때마다 베팅하게 됐고, 아르바이트로 번 돈은 물론 집에서 받은 학원비까지 모두 털어 넣었다. 그가 그랬던 이유는 '대박만 터지면 힘들게 취업할 필요가 뭐가 있느냐'는 일종의 보상 심리였다.
하지만, 그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취업을 위해 공부해야 할 시간에 스포츠 뉴스를 읽으면서 베팅을 준비했고, 공부해야 할 시간에 경기를 지켜봤다. 학원비나 교재비로 써야 할 돈으로 베팅을 했다. 그러나 대박은 좀처럼 터지지 않았다. 여기서 멈춰야 했지만, 카드론까지 받아 악착같이 베팅을 했다.

 병원에 가서 수면제를 잔뜩 타다 먹으려다 대박은커녕 부모님에게 빚만 남기고 죽는 것이 억울해 내게 전화를 했다고 했다.

나는 그에게 일단 핸드폰을 없애라고 했다. 다소 불편할 수는 있지만 유혹에서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 서둘러 고향 집으로 내려가라고 했다. 혼자 있으면 자신을 통제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자살 충동이든, 도박 심리든 가족에게 털어놓고 도움을 청하는 것이 낫다고 했다. 빚은 부모님에게 도움을 받아서라도 갚으라고 했다. 빚을 못 갚아 신용불량 상태가 되면 취업에도 지장이 있지만, 무엇보다 빚을 한 번에 갚아버리고 싶어서 계속 도박 유혹에 빠져들기 때문이다. 다행히 사채는 쓰지 않고 카드론 몇 개뿐이었다. 나는 그의 부모님에게 따로 전화를 걸어 상황 설명을 차분히 해드렸다. 다그치지도, 야단치지도 말고 "이해한다, 용서한다, 믿는다"는 말만 하시라고 했다. 부모님은 당황하셨지만, 이내 "고맙다"고 하셨다. 얼마 전 내 사무실로 그 청년이 연락을 해왔다. 공기업에 취업했다고 자랑하면서 '"모두 선생님 덕"이라고 말했다.

'일확천금'을 내걸고 현대인을 유혹하는 수많은 사행산업 중 스포츠 토토는 스포츠를 기반으로 해 20~30대 젊은 층이 현혹되기 가장 좋은 형태를 갖췄다. 특히 사설 토토는 인터넷 게임과 같은 인터페이스에 실시간 베팅이 가능한 데 따른 경쟁 심리 자극 등 다른 요소까지 더해 더욱 위협적이다. 정부의 지속적인 단속이 필요한 이유다. 사설 토토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등도 뒤따라야 한다.

하지만 단속에도 한계가 있다. 결국 도박 심리에서 사람들이 벗어날 수 있게 하는 작업이 병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어떤 부류의 사람이 사설 토토 같은 불법 도박에 내몰리는지를 알아야 한다.

취업난, 자영업자 경영난 등으로 한계 상황에 내몰린 사람들이 결국 현실을 타개할 방법으로 일확천금을 노린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결국 부익부 빈익빈을 타개하고, 일한 만큼 보상을 받고 일하고 싶은 사람은 일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나라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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