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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 "이런 시나리오는 처음···'남한산성' 매력은 감정의 중립"

등록 2017-09-26 14:19:56   최종수정 2017-10-10 09:2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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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최명길은 "전하. 만백성과 죽음을 각오하지 마시옵소서. 적의 아가리 속에도 분명 삶의 길은 있는 것이옵니다"라고 말한다.

 이에 김상헌은 "명길이 말하는 삶은 곧 죽음이옵니다. 한 나라의 군왕이 어찌 치욕스러운 삶을 구걸하려 하시옵니까"라며 맞선다.

 1636년, 청의 침략을 피해 인조는 남한산성으로 간다. 청의 군대는 남한산성을 포위한 채 압박하고, 조선의 왕과 신하 그리고 백성은 추위와 굶주림에 점점 지쳐간다. 40일 넘게 버텼지만, 청의 황제 칸이 산성 앞에 도착, 조선의 운명은 풍전등화다. 그때 최명길은 청과 군신관계를 맺고 화친할 것을, 김상헌은 오랑캐에 맞서 결사항전할 것을 주장한다.

 영화 '남한산성'(감독 황동혁)에서 배우 이병헌(47)이 연기한 인물은 주화파(主和派) 최명길이다. 그는 "죽음은 견딜 수 없고 치욕은 견딜 수 있는 것이다. 치욕은 죽음보다 가볍다"며 임금에게 청과 화친할 것을 설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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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작 소설을 읽었을 때, 최명길과 김상헌 어느 쪽에도 제 마음이 치우치지 않았어요. 이런 시나리오는 처음이었습니다. 이럴 때는 이 사람에게, 저럴 때는 저 사람에게 마음이 가더라고요. 두 사람의 논리가 다 이해가 되니까요. 영화라는 게 관객의 감정 이입이 중요한 건데, 그런 게 없어서 위험한 부분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그게 바로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기도 한 거죠."

 이병헌이 말하는 감정의 중립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장면은 칸의 공격 날짜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날이다. 최명길과 김상헌의 대립이 극한으로 치닫고 두 사람은 서로의 소신을 굽힐 생각이 없다. 이병헌과 김상헌 역의 김윤석이 내뿜는 에너지가 스크린 넘어 느껴지는 명장면이다.

 김훈 작가가 2007년 내놓은 동명 소설이 원작인 이 작품은 두 충신의 고뇌를 집중적으로 담는다. 관객 또한 이병헌이 말한 것처럼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할지 쉽게 판단하기 힘들다.

 "제 마음을 울린 대사가 있었어요. 많은 대사가 있었고, 김상헌과 대립하는 장면에서 좋은 말들이 있었지만, 제가 영화를 보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명길이 칸에게 '우리 백성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었죠."

 이병헌은 "그게 바로 최명길의 매력"이라고 했다. 그는 "'백성을 살려야 한다'는 것, 나도 그 쪽을 선택하지 않을까 싶다. 또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 이 난리 속에서도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부분도 인상적이다. 결국 최명길이 임금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지만, 상헌을 버리면 안 된다고 하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말이 중요한 작품인 만큼 배우들의 연기가 중요한 영화다. 이병헌을 비롯해 김윤석·박해일·박희순·조우진 등 뛰어난 연기력의 배우들이 필요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관객이 기대하는 것처럼 배우들은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다. 25일 '남한산성'이 언론 시사회를 통해 처음 공개된 직후 평단은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만장일치에 가까운 호평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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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헌은 상대 배우인 김윤석의 연기를 극찬했다.

"다른 영화라면 서로를 마주 보고 대사를 주고 받잖아요. 그러니까 서로의 표정을 볼 수 있죠. 이번 작품은 다릅니다. 왕을 보고 말하니까 김윤석 선배가 어떤 표정으로 연기하는지 몰랐어요. 영화를 통해서 처음 본 거죠. '한 나라의 군왕이 어찌 치욕스러운 삶을 구걸하려 하시옵니까'라고 말할 때 그 표정이 확 꽂히더라고요. 정말 뜨거운 배우라고 생각해요."

 최근 이병헌은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며 열정적으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15년에 '협녀, 칼의 기억' '내부자들'을 했고, 지난해에는 '마스터'를, 올해는 '싱글라이더' '남한산성'을 했다. 최근 '그것만이 내 세상' 촬영을 마쳤고, 내년에는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 출연도 확정했다. 왕성하다는 말이 무색한 행보다.

 "잠깐이지만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으면 한국영화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을 때가 있어요. 그럴 때마다 한국영화가 정말 좋아졌다는 생각을 합니다. 마치 홍콩영화가 전성기를 누리던 그때처럼 말이에요. 제가 그 좋은 시기를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활동을 쉴 수가 없겠더라고요. 체력이 될 때 해야죠. 아직 하고 싶은 역할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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