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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구속영장 갈등과 검찰의 '내로남불'

등록 2017-09-28 14:17:18   최종수정 2017-10-16 09: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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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준모 기자 = '열혈형사' A는 화법이 거칠다. 수년 전 그날 밤 술자리도 그랬다. A의 입에선 육두문자까지 나왔다. 자신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검사가 반려한 것에 대한 분노였다. 사정은 이랬다.

 A는 공무원 뇌물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애초 '카더라' 수준 첩보였다. 하지만 주변인 조사를 한 뒤 A는 어느 정도 범죄 심증을 갖게 됐다. A는 계좌추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검사에게 영장을 신청했다.

 A가 신청한 영장은 그러나 반려됐다. 검사는 보강수사를 통해 범죄혐의를 더 구체화 하라고 지시했다. A는 계좌추적을 해야 수사가 한 발 더 나아간다고 따졌지만 소용 없었다.  

 A는 서너번 더 계좌추적 영장을 신청했다. A는 결국 영장을 받아내지 못했다. 그날 밤은 A가 신청한 영장이 또 한 번 반려된 날이었다. A가 그 수사를 접었다는 얘기를 한참 뒤 전해 들었다.

 A가 기억난 건 최근이다. 검찰 때문이다. 한국항공우주(KAI) 관련 구속영장이 잇따라 기각되자 검찰이 반발하는 모습을 보면서 추억이 오버랩 된 것이다.
 
 지금 검찰 심정이 바로 수년 전 그날 밤 A의 그것과 같을성 싶다. 구속 수사가 절실한 상황에서 매번 법원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으니 좌절감이 상당했을 법하다. 영장발부 기준이 뭐냐고 따지는 심정이 이해가 간다.

 이런 이유로 검찰 주변에선 요즘 영장항고제 도입 의견이 나오는 모양이다. 영장항고제란 구속영장이 기각될 경우 상급 법원에 영장을 다시 청구하는 일종의 불복제도다.   

 검찰은 이런 여론이 조성되길 내심 바라는 눈치다. 영장항고제는 사실 검찰의 숙원사업이다. 영장을 기각한 법원 판단에 오류가 있을 수 있으니 상급법원에서 다시 한 번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명분도 어느 정도 축적된 상태다.

 그런데 영장항고제 도입을 예의주시하는 건 검찰만이 아니다. 경찰도 반색하고 있다. 경찰 역시 검찰에 신청한 영장이 반려되는 상황을 반복적으로 겪으면서 불만이 누적된 상태다.

 경찰은 검찰의 영장항고제 도입 추진시 자신들도 유사한 제도 도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사법경찰관이 신청한 영장을 검사가 계속 반려할 경우 관할 법원에 이의 제기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경찰 안팎에선 거론되고 있다.

 이런 논의는 아직 수면 위로 오르지 않은 상태다. 검찰은 법원의 눈치를, 경찰은 검찰의 행보를 눈여겨보며 일단 여론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상태다.
 
 이 대목에서 검찰 입장이 궁금해진다. 만약 경찰이 검찰의 영장 반려에 불복해 관할법원에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제도를 추진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말이다. 

 경찰 측 입장은 '검찰이 영장을 계속 반려할 경우 관할 법원에 이의제기를 해서 심사를 다시 받아보겠다'는 것이다. 사실 검찰의 영장항고제와 같은 논리다.

 과연 검찰은 경찰 논리를 수용할까. 검찰에 대한 불신이 큰 모양이다. 일단은 고개가 갸우뚱거린다. 우리는 그동안 검찰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너무 많이 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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