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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재판부 불신' 전직 대통령 발언…이거 실화냐

등록 2017-10-26 15:11:37   최종수정 2017-10-30 10: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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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나운채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오랜 침묵을 깼다. 지난 1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본인의 재판에서였다. 그날은 법원이 박 전 대통령 구속을 연장하기로 결정한 후 처음 열린 재판이었다.

 박 전 대통령의 법정 발언은 충격적이었다. 그는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선언했다. 국정농단 사건을 가르켜 '정치 보복'이라는 말까지 썼다.

 5분 남짓한 발언을 쏟아내는 동안 박 전 대통령의 표정은 작정한 듯 비장했고, 흡사 현직 시절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는 듯했다.

 박 전 대통령 발언 후 변호인단은 줄사퇴를 감행했다. 결국 예정된 이날 심리는 파행했고, 반년간 진행됐던 재판도 멈춰서게 됐다.

 이후 법원은 5명의 국선 변호인을 선정했다. 재판을 서두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재판은 법원 기대와 달리 본궤도에 오르지 못할 것 같다. 법원이 선정한 국선 변호인에게 박 전 대통령이 협조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의 이런 일련의 행보가 과연 전직 대통령이라는 신분에 걸맞은 것인지 의문이 든다.

 무엇보다 '재판부 불신' 발언은 경악스러울 정도로 비이성적이고 자기부정적이다. 임기 내내 '법치'를 강조해 왔던 그가 그것도 법정에서 법치주의를 부정했으니 말이다. 더구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3년 2월 취임하면서 헌법을 준수하겠다고 선서까지 하지 않았는가.

 박 전 대통령 재판은 이제 예측 불가한 상태다. 정상적인 재판 진행이 상당 기간 불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만큼 국정농단 사건의 실체 규명도 멀어져 가고 있다. 

 물론 형사재판 피고인에게 주어진 권리는 마땅히 존중돼야 한다. 자신이 무죄라는 점을 입증하고자 방어권을 행사하는 것은 법에서 보장하는 권리다.

 그러나 재판 자체를 부정하고 '보이콧'을 선언한 박 전 대통령의 행보를 과연 피고인의 권리로 봐야할지를 생각하면 고개가 절로 갸우뚱거린다.

 사실 박 전 대통령 재판은 시작하기 전부터 정치 재판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진실을 알아낸다는 재판 본연의 목적이 소모적인 이념적, 당파적 색깔로 덧칠될 수 있다는 것이다.

 탄핵된 전직 대통령의 최근 옥중 행보는 이런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앞으로 재판에 당당하게 임할 것이라는 믿음이 좀처럼 가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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