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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관계, 봄날은 오나①]성균중국연구소 양갑용 교수 “한중, 천안문 망루시절로 갈 수 없어”

등록 2017-11-05 06:14:43   최종수정 2017-11-07 08:3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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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양갑용 성균중국연구소 교수가 30일 서울 명륜동 성균관대학교600주년기념관 내 연구소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양갑용 성균중국연구소 교수는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의 사상을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에서 당장에 명기한 중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갈등을 봉합하고 나선 데 대해  “세계를 보는 시각 자체가 달라진 것 같다. 중국이 자신감을 갖고 국제질서의 행위자로 올라가겠다는 의도”라고 평가했다. 

양 교수는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명륜동 성균관 대학교에 위치한 성균중국연구소에서 진행된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 (시진핑 사상의) 키워드로 ‘평화발전’과 ‘인류운명 공동체’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런 전반적인 분위기가 한중 관계에 영향을 주는 것”이라며 이같이 진단했다.  그는 “(사드의 교훈은) 경제교류는 경제 교류대로, 정치교류는 정치교류대로 해야 한다는 점이다. 중국도 반성을 많이 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불과 넉 달 전만 해도 사드 갈등의 여파로 중국 현지 기류는 최악이었다. 한국 기업 주재원들이 현지 경제전문가를 만나기도 쉽지 않다는 하소연을 할 정도였다. 뭐가 달라진 건가.

“중국이 세계를 보는 시각 자체가 달라진 것 같다. 이건 굉장히 큰 의미다. 19차 당 대회가 분기점이다. (당장에 들어간) ‘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사회주의 사상’ 16자는 중국의 변화를 보여준다. 시진핑 사상의 의미는 이렇다. 중국이 기존에는 후발주자로서 (선발주자를) ‘캐치업(따라잡는)’하는 전략으로 갔다면, 이제는 아주 높은 시선을 가지고 세계를 영도하겠다는 것이다.”
 

-덩샤오핑의 중국특색 사회주의 사상에 ‘신시대’라는 한 단어가 더 들어간 정도가 아닌가. 인류를 위해 공헌하는 신시대를 비전으로 제시했으니 한국을 상대로도 속 좁게 굴지 않겠다는 뜻인가.

“중국 특색사회주의는 원래 덩샤오핑이 제시한 이념이다. 그래서 시 주석이 중국사회의 새로운 지도원리로 ‘신시대’를 넣은 것이다. 하지만 그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세계를 보는 시각 자체가 변했음을 보여준다. (시진핑 사상의) 키워드로 ‘평화발전’과 ‘인류운명 공동체’ 등을 꼽을 수 있다. (그 방안을 보면) 협력과 대화를 강조한다. 그런 전반적인 분위기가 한중 관계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전체적 기조는 중국이 자신감을 갖고 국제질서의 행위자로 올라가겠다는 것이다. 이것(사드 보복)은 (국제사회에) 좋은 신호를 주는 것은 아니었다.”


-현실을 호도하는 ‘레토릭(수사)’은 아닌가. 시 주석이 독재의 길을 가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후계자를 지정하지 않는 등 덩샤오핑 이래 격대지정(隔代指定)의 원칙도 깨지지 않았나.

“동의하지 않는다. 시진핑 주석이 5년 뒤 한번 더 집권을 시도할 가능성은 개인적으로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중국에서는 이미 10년 집권 관행이 정착됐다. 그것을 굳이 깨서 역사에 오명을 남기지않을 것으로 본다. 그는 이번 19차 당대회에서도 기존의 관행을 거의 건드리지 않았다. 왕치산도 물러나지 않았는가.”


-시 주석의 후계자로 거론돼온 50대의 천민얼(陳敏爾) 충칭시 서기나 후춘화(胡春華) 광동성 서기가 이번 당 대회에서 상무위원에 진입하지 못했다. 그건 팩트 아닌가.

“격대지정은 현재 지도자가 차차기 후계자를 지정하는 것이다. 사실 격대지정은 경쟁이 필요없다. (후계자를) 찍으면 되는 것이다. 시진핑은 (일방적으로 후계자를 낙점하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다. 5년간 (다양한 후보자들 사이에) 경쟁을 붙여 보자는 그런 취지인 것 같다”
 

-꿈보다 해몽이 좋은 것은 아닐까.

“시진핑 시대 정치국 집체 학습 얘기를 하고 싶다. 그 방식이 상당히 흥미롭다. 시진핑 집권 1기 동안, 상무위원 빼고 정치국원 18명 중에 17명이 한번 이상 발표를 했다. 발표자가 특정 이슈, 특정 사안에 대해 의견을 밝히고 자유 토론을 한다. 토론을 하다보면 지식이 깊은지 짧은지, 보는 눈이 협소한지, 아니면 잘못된 정보에 경도돼 있는지 다 드러난다. 시진핑 1기에는 43차례에 걸쳐 정치국 집체 학습을 했다”


-집체 학습이 후계자 군을 넓히고, 이들의 역량을 시험하는 또 다른 장이 되고 있다는 뜻인가.

"정치국원뿐만 아니라 일반 장관들도 많이 브리핑을 했다. 예컨대, 환율전쟁이 일어나면 환율을 담당하는 주무 부처 장관을 불러 발표를 시킨다. 또 서로  토론시키고. 스스로를 디펜스(방어) 할 수 있는지 없는 지, 또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지 없는지 등을 본다. 그렇게 하면 후춘화와 천민얼 양자구도로 굳혀져 있는 후계구도가 확 넓어진다."


-중국은 그동안 사드가 전략적 균형을 해친다는 완강한 입장을 고수해왔다. 현실주의적 관점에서 볼 때 중국이 갑자기 갈등 봉합에 나선 배경은 어디에 있는가.

“사드 보복의 득실을 분석한 중국 내부보고서가 있다. 이 보고서는 (사드 갈등으로) 중국의 ‘국제적인 이미지’가 실추된 사실을 꼽고 있다. 대국이라는 중국이 (주변국을 상대로) 너무 쪼잔하게 구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또 실추된 이미지를 어떻게 다시 끌어올리겠느냐. 이런 문제를 보고서는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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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AP/뉴시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 개막식에 참석하고 있다. 그 뒤를 장쩌민과 후진타오 전 주석이 따르고 있다. 2017.10.18
-중국이 사드를 빌미로 문재인 정부를 압박할수록 한국이 미국, 일본과 삼각동맹에 기우는 딜레마가 있던 것은 아닌가. 

“물론 중국은 한미일 군사협력 관계가 공고화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 그래서 한국을 (한미일 삼각동맹에서) 떼어내려고 했고, 우리도 그것을 활용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천안문 망루에도 올라갔다. 중국 국내에서는 한국과 동맹을 맺어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다. 옌쉐퉁(閻學通) 칭화대 국제문제연구소장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한중관계 교착상태가 역설적으로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사드 갈등은 이제 해소된 것인가. 사드 문제가 한일간 독도 이슈처럼 될 것이라는 관측도 고개를 든다.

“사드 파동이 양국에 주는 교훈은 ‘정경분리’다. 경제교류는 경제 교류대로, 정치교류는 정치교류대로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쪽이 안 된다고 나머지 교류도 전부 막아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게 한중 양국이 깊이 새긴 깨달음이 아닌가. 중국도 반성을 많이 할 것으로 본다. 덩샤오핑은 1972년 일본과 수교할 때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 등 민감한 영토문제 등은 후손들에게 맡기자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지금 논쟁해봤자 답이 없으니 뒤로 미뤄두자는 것이다. ”

-한중 관계는 변화의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오는 11일 베트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계기로 열릴 것으로 보이는 정상회담에서 뭘 준비해야 할까.

“역사를 되돌아보면, 이웃나라끼리 싸우지 멀리 있는 친척과는 싸우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동맹인) 미국과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중국과 관계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이번(정상회담)에서 중국이 놀랄 정도의 획기적인 제안을 할 필요가 있다. (한중) 비자의 완전한 철폐가 그 중의 하나일 수 있다고 본다”


-문재인 정부는 올해중 사드 갈등 해소를 위해  관련부서를 총동원하는 말 그대로 총력전을 펼쳐왔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중국의 정치 일정상 지금이 제일 적기다. 12월 중순으로 넘어가면 경제공작회의가 있다.  그럼 내년 계획을 세워야 한다. 또 내년 1월에는 1중, 2중 전회가 예정돼 있다. 정치 일정이 계속 있다. 내년 2월  평창올림픽이 열리고, 그 다음 개최지가 베이징이다. 그것을 명분삼아 (시주석 초청 작업 등을 )하면 쉽게 풀릴 것 같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인사들이 중국에 경사돼 있다는 진단도 일각에서는 내놓는다. 이영희 선생의 저술을 대학시절 읽은 이들이 중국을 움직여 북한에 영향을 준다는 환상에 집착한다는 것이다.

“저는 그것(중국을 통해 북한을 움직인다는 생각)이 환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국에 요구하면서도) 우리가 주동적으로 뭔가 국면을 변화시켜 나가려고 해야 한다. 그동안 (보수정부에서는) 중국한테만 일임한 측면이 있다. 건설적인 역할을 해 달라고 요구하되, 우리도 같이 했어야 한다. 그러면 문제가 쉽게 풀릴 수 있는데, 중국한테만 요구해왔다. 다만, 중국은 우리가 중국을 생각하듯, 더 이상 우리의 비중을 높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중국에 가장 중요한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 전문가인 양제츠(외교담당 국무위원)을 19차 당 대회에서 정치국원으로 올린 것도 이 때문이다. 남북한과의 관계도 중미 관계라는 더 큰 그림에서 바라본다.”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을 말하는 것인가. 우리가 중국을 통해 북한에 영향을 주기 위해 주동적으로 할 수 있는 조치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한 중국 학자가 이런 얘기를 하더라. 중국 기업 5000개 정도가 북한에 들어가 있는데, 중국이 원유공급을 끊으면 당장 이들 중국 투자기업의 공장이 안 돌아간다는 것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대표적인 지역이 지린성을 비롯한 동북 삼성이다. 지린성 경제에서 북한과의 변경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중국이 북한에 제재를 하면) 기업에 있는 사람들이 중앙정부에 로비하고, 싫은 소리하고 풀어달라고 한다. 중앙에서 아무리 뭐래도 밑에서는 알아서 밀수하고 이런 식이다. 중국이 할 수 없는 부분에서 우리가 협조하고 하는 그런 부분이 있을 것이다.“


-한중 관계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천안문 망루에 오른 2015년 가장 좋았지 않았나싶다. 이제 양국이 당시로 돌아가는 일만 남은 것인가.

“저는 (당시의 한중 관계가) 비정상적인, 과대 포장된 관계였다고 본다. 박근혜 정부 들어 정상 간의 (우호적인) 관계가 국가 간 관계로 등치되면서 시주석과 박대통령간 사이가 좋으니까 양국관계도 좋은 것처럼 착시현상이 있었는데, 그것이 깨졌다. 지도자의 신뢰에 기반 한 관계는 취약하다. 그런 학습효과를 우리가 한 것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서로 만나야 한다. 지도자들도 그렇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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