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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역차별 vs 무늬만 정규직'…서울시 무기계약직 정규직화 진통

등록 2017-11-05 05:30:00   최종수정 2017-11-06 17: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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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임재희 기자 = 서울교통공사 업무직협의체가 2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박원순 시장 책임 촉구 업무직 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와 공사 측에 차별 없는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2017.11.02. [email protected]
무기계약직 필기시험 2회…작년 11월 이전 無
 전문가 "전환 조급함 노노갈등 유발...시간갖고 풀어야"

【서울=뉴시스】임재희 기자 = 산하기관 무기계약직 전원을 올해 안에 정규직화하겠다는 서울시 계획이 정규직과의 형평성 문제로 4개월째 난항을 겪고 있다. 노사가 하위직급 신설 등으로 임금 격차를 두려하자 '무늬만 정규직화'는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5일 서울시에 따르면 11개 산하 투자·출연기관중 내년부터 정규직 전환 이행을 합의한 곳은 아직 한 곳도 없다. 박원순 시장은 지난 7월 '노동존중특별시 2단계 '7대 실행계획'을 발표하며 이들 기관의 무기계약직 2442명의 연내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다.

 이 가운데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는 사측과 3개 노동조합이 협의안을 도출하고 있지만 당사자인 무기계약직이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대신 ▲하위직급(8급) 신설 ▲승진 유예 ▲마이너스 호봉 ▲군경력 미적용 ▲무기계약직 업무 기간 미인정 등 사규에 없는 내용을 조건으로 내걸었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서울시 발표 당시 전체 정규직 전환 대상자의 절반에 가까운 1147명(47%)이 서울교통공사 소속이었다. 현재 정원은 그보다 308명 많은 1455명이다.

 ◇무기계약직도 공개채용 절차 거쳐 채용

 논란의 핵심은 무기계약직의 정규직화가 '기존 정규직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주장이다.

 일부 젊은 직원들로 구성된 '공정사회를 염원하는 서울교통공사 청년모임'은 무기계약직의 정규직화가 공개채용 시스템을 무너뜨린다고 주장한다. 기존 정규직은 시험을 치르고 어렵게 공기업에 입사했는데 무기계약직은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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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11월 현재 서울교통공사 업무직 정원 현황. 2017.11.05. (표 = 서울교통공사 제공) [email protected]


 공사 관계자는 "그동안 업무직 채용때는 필기시험없이 서류전형과 면접전형을 통해 채용했지만 지난해 11월 지하철 보안관(당시 지하철 5~8호선 도시철도공사 소속)과 올해 5월 PSD(승강장안전문) 공채 등 두차례 업무직 선발때 필기시험을 치렀다"고 말했다.

 올해 공사 신입사원 공개채용은 '필기시험→인성검사→면접시험'을 거쳐 최종합격자를 선발했다. 이들처럼 필기시험을 통과한 무기계약직은 전체 업무직(일반업무직 457명·안전업무직 998명) 1455명 중 204명(14.0%)이다. 나머지 1251명은 필기시험 절차 없이 서류와 면접만으로 선발됐다.

 시험의 내용은 어떨까.

 정규직은 NCS(국가직무능력표준)를 기반으로 사무·승무·영양조리를 제외한 전문직종만 직무수행능력을 평가한다. 업무직은 NCS를 치르지 않지만 해당 업무 능력을 입증할 서류를 제출하게 하거나 업체 및 기관 조회로 검증한다.

 ◇'경쟁의 질 달라'…당사자 합의 필요

 공개채용 형식과 별개로 필기시험의 난이도와 경쟁률 등의 측면에서 기존 정규직과 상시 채용하는 무기계약직간 차이를 무시할 수 없다. 공사에 따르면 지난 5일 치러진 공사 신입사원 공개채용의 경쟁률은 입사지원서 기준 45대1(직종별 편차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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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노동존중특별시 2단계 7대 실행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시는 서울교통공사 등 11개 투자, 출연기관에서 일하는 무기계약직 2442명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면 전환한다.2 017.07.17. [email protected]


 애초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한 서울시도 현실적인 형평성 문제를 인정한 바 있다. 지난 7월 실행계획 발표 당시 조인동 서울시 일자리노동정책관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따르되 업무책임 정도, 근속연수 등을 고려해 임금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이런 점을 고려해 불이익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가 노사 합의를 진행하면서 하위직급 신설 등을 제시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처럼 다양한 문제를 고려해야 하는 만큼 서울시에서 기한을 못 박고 정규직 전환을 일괄 추진하는 '하향식 전환'이 아니라 당사자인 정규직과 무기계약직간 협의를 통한 '상향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고려대 노동대학원 노동법학과 주임교수)는 "(정규직의 반발은) 형식적인 절차 문제뿐 아니라 경쟁의 질에 대한 문제 제기"라며 "노사관계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당사자간 공론화 과정인데 정답을 던져놓고 2~3개월만에 답을 내라는 건 노사관계의 디테일을 보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섣부른 무기계약직의 정규직화 추진이 '노노 갈등'의 기폭제가 되고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에게 '희망 고문'만 가할 우려가 있다"며 "(무기계약직을 정규직화하자는) 방향에 대해서만 합의하고 구체적인 안은 시간을 두고 풀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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