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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사드가 한류에 보약이 됐다

등록 2017-11-20 08:49:19   최종수정 2017-11-21 09:3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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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재훈, 뉴시스 문화부 기자.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2010년대 초반 일본에 이어 중국을 자주 드나들었다. 갓 대중음악을 담당하게 된 신출내기 기자에게는 '신세계'였다. 일본에 이어 중국이 '한류의 황금알 낳는 거위'라는 얘기가 새벽에 닭이 울 듯 매일 들려왔다. 이후 몇 년 동안 그 기대는 진리가 됐다.

사드(THAAD)가 그 견고한 믿음의 성에 균열을 낸 복병이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즉 적의 탄도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방어할 목적으로 제작된 공중 방어 시스템은 한한령(限韓令) 앞에 속절없이 무너지는 중국 내 한류까지 방어해줄 수는 없었다. 중국은 다시 먼 땅이 됐다.

악화 일로를 걷던 한중 관계가 해빙을 시작했다. 중국에서 폭풍처럼 휘몰아치던 한류는 불구덩이에서 상처투성이가 됐지만, 다시 위풍당당해질 것으로 업계에서는 기대하고 있다. 방심은 금물이다. 한류는 여전히 초봄 살얼음 위를 걷고 있다.

한류의 꺾이지 않는 절창(絕唱)을 위해 필요한 건 무엇인가. 판로 다변화다. 중국 내 한류가 활황일 때 보이지 않던 동남아 시장은 사드 이후 급부상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등을 순방한 이후 핫스팟이 됐다.

한일 관계 악화로 한류가 사그라진 일본에서도 '트와이스'가 K팝 그룹으로는 6년만에 NHK의 연말 가요축제 '홍백가합전' 출연을 확정하는 등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 트와이스 외에도 중국 진출이 막히자 다른 K팝 팀 역시 이미 다시 일본에 다시 공을 들이고 있다.
 
사드가 보약이 됐다. 중국은 거들 뿐 동남아와 일본 그리고 남아메리카의 호위를 받으며 팝의 본고장인 북아메리카와 영국을 비롯한 유럽으로 총진군한다면 사드 같은 위기에도 한류는 안절부절할 필요가 없다.

새로운 판로 개척은 상당한 수고가 따른다. 하지만 그 지난함은 결국 얼음 비수처럼 차갑게 다가오기보다 끝내 뜨거운 창이 될 것이다. 지난 몇 년간 세계 정치·경제의 권력 지도는 급변했고 앞으로도 계속 변화할 것이 뻔하다. 이런 흐름에 귀속될 수밖에 없는 대중문화가 그나마 자생력을 갖기 위해서는 황야를 헤매며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여기에 민요 록 밴드 '씽씽' 같은 팀은 아이돌 일변도 한류에 비장의 카드가 될 수 있다.

한국의 소리꾼 세 명과 연주자 3명으로 구성된 이 팀은 미국 공영라디오 NPR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음악 힙스터들 사이에서 큰 인기인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에 한국 뮤지션 최초로 출연한 이후 '조선의 아이돌'이 됐다.운도 따랐지만, 정치·경제와 무관하게 본인들이 해오던 것을 보여줬을 뿐인데, 새로운 K팝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한류의 지평을 넓히는 일은 뮤지션이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판을 만들어주는 것과 상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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