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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키워드로 한국사회 진단…'감정 있습니까?'

등록 2017-11-17 18:27:08   최종수정 2017-12-05 09:4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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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감정의 순수성을 가치로 확립하는 순간 낭만성은 감상성과 혼동되기 시작한다. 동시에 이기적 소유욕과도 쉽사리 뒤섞인다. 데이트 폭력에 나타나듯 잔인하고 이기적인 폭력 자체도 감정의 순수성으로 합리화할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감정-사랑'으로 이해되는 사랑은 언제든 감정 과잉의 감상주의나 이기적 나르시시즘이나 광적인 소유욕에 불과한, 사랑을 빙자한 폭력으로 쉽게 변질되어버리는 것이다."(102쪽)

건국대 몸문화연구소에서 '감정 있습니까?'를 냈다. 인간만이 갖는 다양한 감정, 감정과 관련된 사회 현상들을 통해 우리 사회를 진단한 책이다.

연구소에 소속된 문학, 법학, 철학 등 다양한 전공의 인문학자들은 감정을 외부의 자극에 대한 몸의 반응으로 정의했다.

같은 자극이라도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이 다른 것처럼 같은 자극이라도 시대마다 사회마다 다르게 재해석돼 감정으로 표현되는 것에 주목하면 그 시대상을 읽어낼 수 있다고 봤다.

김종갑(건국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소장 등 필자들은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7가지 감정으로 연애 감정, 혐오, 시기심, 수치심, 공포, 분노, 애도(우울) 등을 꼽는다.

"분노하는 자는 불합리한 상황 앞에서 질문하는 자이다. 분노하는 자는 상식적 좋음으로 통칭되는 예의범절과 효, 사회성, 효율성 등의 프레임을 깨뜨리는 이다. 즉 불합리의 원인 제공자에게 다시 질문을 건네며 이제껏 전제되어왔던 침묵의 카르텔을 부수는 이다. 혐오는 불합리의 서사를 구성하도록 한 발신인에게 상흔의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 전혀 다른 이에게로 그 부조리의 상처를 수신하도록 한다. 이에 반해, 분노는 불합리의 서사가 개인적 서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사회적 구조 안에서 견고화되고 전수되는가에 주목한다. 다시 말해 분노라는 파토스는 부조리가 서사화되고 발신, 수신되는 양식이 어떻게 자신을 정체화하고 주체화하는 방식들을 결정하는가를 추적 가능하게 한다."(216~217쪽)

이 책은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감정들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관리되고 축소되고 단순화돼 상품의 하나로 변용된 감정 노동 논의로 끝을 맺는다.

감정 노동은 사회 분위기나 본인의 자발적인 의지가 아니라 ‘갑’의 요구에 따라 감정을 상품화하는 행위다.

"그렇다면 판매자는 인간적 기준이 적용되지 못하는 존재일 수밖에 없는가? 자기 자신으로서 존중받고 싶다는 것은 자아 정체감의 확인과 인정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레비나스의 주장처럼 타자의 얼굴에 직면하는 것은 나의 기득권(재산)을 버림으로써 타자와 동등한 선상에 놓일 때 그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극단적으로는 감정 노동의 현장에서 지켜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인간이 인간으로 존중받는 것'이라 할 수 있다."(293쪽)

저자들은 "감정은 인간의 항수가 아니라 문화적·역사적 변수"라면서 "나의 감정을 인정하고 타자에게도 감정이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 진정 감정을 잘 관리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296쪽, 은행나무,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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