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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정부, 장기소액연체자 159만명 채무정리…"도덕적 해이 최소화"

등록 2017-11-29 13:37:15   최종수정 2017-12-05 09:2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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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장기소액연체자 지원대책 브리핑을 하기 위해 연단에 들어서고 있다. 왼쪽부터 최성일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김윤영 서민금융진흥원장, 최종구 위원장, 문창용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2017.11.29. [email protected]
금융위, 29일 '장기소액연체자 지원대책' 발표
상환능력 없으면 추심 중단…3년 내 채권 소각
장기소액연체 채권 매입 위한 별도 기구 설립
장기연체 발생 방지…대부업체 진입 규제 강화
은닉재산 발견 시 불이익…도덕적 해이 최소화

【서울=뉴시스】이현주 강지은 위용성 기자 = 정부가 장기소액연체자 약 159만명에 대한 채무정리에 나선다. 채권추심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이들의 재기를 돕기 위해서다. 다만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상환능력 심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29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장기소액연체자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최종구 위원장은 "오늘 발표한 장기소액연체자 지원 대책은 가계부채 종합대책의 주요 후속조치 중 하나"라며 "장기소액연체자의 규모가 가계부채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가장 아픈 곳이 내 몸의 중심'이라는 말처럼 가장 취약한 채무자에 대한 대책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그동안 신용회복위원회와 법원 개인회생, 국민행복기금 등을 통해 연체자 채무조정제도를 마련했다. 그러나 협약 미가입 업체와 법원의 미인가 결정, 적극적인 지원 미비 등은 채무조정 지원의 한계로 지적돼 왔다.

현재 원금 1000만원 이하 생계형 채무를 10년 이상 상환하지 못한 장기소액연체자는 약 159만명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진 빚은 총 6조2000억원이다.

국민행복기금 내 장기소액연체자가 83만명이다. 국민행복기금은 6개월 이상 연체된 1억원 이하 채권에 대한 채무부담 경감을 위해 2013년 3월 출범한 채무조정기구다. 아직 약정을 맺지 않고 연체 중인 사람 40만3000명, 이미 약정을 맺고 상환 중인 사람 42만7000명이다. 

그 외 민간 금융회사, 대부업체, 금융공공기관 등이 보유한 장기소액연체자는 76만명이다.

국민행복기금 내 미약정 장기소액연체자의 60.8%는 제2금융권 채무자였다. 이들의 평균 채무액은 약 450만원, 평균 연체기간은 약 14.7년이었다. 대부분이 중위소득 40% 이하의 저소득자, 신용등급 8~10등급의 저신용자였다.

정부는 국민행복기금 내·외 장기소액연체자 159만명 중 상환능력이 없는 채무자를 대상으로 채무정리 지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명순 금융위 중소서민금융정책관은 "지원 대상에 해당되는 분들에 대해서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무정리 방안의 큰 틀은 상환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면 즉시 추심을 중단하고, 유예기간 후 채권을 소각하는 것이다. 회수 가능한 재산이 없고, 중위소득 60%(1인 가구 월소득 99만원) 이하인 경우다.

구체적으로 국민행복기금 내 장기소액연체자 83만명에 대해서는 상환의지 등 채무자 특성을 감안해 차등적으로 채무를 감면한다.

미약정자는 채무자 본인 신청 없이 재산·소득 조회를 통한 심사 후 상환능력이 없으면 추심을 멈추고 최대 3년 이내 채권을 소각한다. 미약정자의 평균 잔여시효는 약 3.3년이다. 약정자의 경우 본인 신청 시 상환능력이 없으면 즉시 채무를 면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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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장기소액연체자 지원대책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7.11.29. [email protected]
국민행복기금 외 장기소액연체자 76만명에 대해서는 본인 신청 시 채권 매입 등을 통해 채무를 신속하게 정리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내년 2월 장기소액연체채권 매입을 위한 별도의 기구를 설립할 예정이다. 신규 기구는 매입채권 소각을 위한 한시적 기구로서 시민단체 기부금과 금융권 출연금 등으로 운영된다.

민간에 채무조정을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이 정책관은 "채무자도 책임이 있지만 금융회사도 상환능력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대출해준 데 대한 책임을 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채무정리 신청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금융회사와 구체적인 내용을 마련한 뒤 내년 상반기 접수할 계획이다.

최 위원장은 이번 채권 정리가 문재인 정부 내 처음이자 마지막이냐는 질문에 "장담할 수 없다"며 "현재 목표는 일회성으로 내년까지 마무리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지원 규모에 대해서는 "본인들이 신청을 얼마나 할지, 상환능력 심사 결과 얼마나 지원 대상이 될지 정확하기 알기 어렵다"며 구체적 수치를 제시하지 못했다.

아울러 정부는 장기연체 발생을 막기 위해 대부업체에 대한 규율도 강화한다.

금융회사가 매각한 개인 부실채권은 주로 대부업자(42%) 등에 집중된다. 문제는 부실채권 재매각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영세 대부업자의 과도한 추심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부실채권 주요 매입자인 매입채권추심업자의 자기자본을 3억원에서 10억원으로 상향해 영세업자의 무분별한 진입을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자금조달을 제한해 반복적인 채권 매입과 과잉 추심 등도 방지한다.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소멸시효 연장을 제한하고,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의 매각과 추심은 금지한다. 정부는 규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내년 상반기 법제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장기소액연체자 지원대책이 도덕적 해이 논란을 야기하지 않도록 관련 장치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면밀한 재산·소득 심사를 거쳐 자력으로 재기하기 어려운 취약계층 지원에 집중하되, 이를 은닉하고 지원받을 경우 채무감면 부분을 취소하고 '금융질서문란자'로 등록해 신용거래상 불이익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이 정책관은 "채권소각 유예기간을 최대 3년으로 둔 것도 향후 은닉 재산이 발견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다만 채무자가 정상적으로 취직해서 소득이 발생하는 부분은 예외"라고 말했다.

채무자 중 성실 상환자에 대해서는 상환기간에 따라 소액대출과 신용카드 발급지원을 확대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한편 정부는 국민행복기금 운영도 개선한다. 이 정책관은 "회수금이 서민금융 재원에 활용될 수 있도록 장기소액연체자 외 채무자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채무 정리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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