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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목표 다른 길…삼성·LG, '4차 산업혁명' 올라탄다

등록 2017-12-05 09:2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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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제품 보유한 LG, 구글 플랫폼과의 시너지 '무궁무진'
삼성, AI 중심으로 IoT 통합하는 독자 생태계 확대에 '주력'

【서울=뉴시스】최현 기자 = 삼성전자와 LG전자가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물결에 올라타기 위해 전담 부서를 만들면서 잰걸음을 내딛고 있다.

 하지만 대응 방향은 사뭇 달라 눈길을 끌고 있다.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사물인터넷(IoT)를 포괄하는 독자 생태계 형성에 집중하는 반면, LG전자는 구글 플랫폼을 활용하는 협업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거대한 기회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파고 속에서 어느 모델이 더 성공적일지는 멀지 않은 장래에 시장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구글의 종속에서 벗어나 직접 플랫폼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을 펴고 있고, LG는 글로벌 IT공룡 구글과 전방위적으로 협력을 넓히며 밀월관계를 더욱 강화하는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

 AI(인공지능)는 블록체인 및 빅데이터와 함께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분야로, 사물인터넷을 통해 수집한 빅 데이터를 가공, 유용한 정보와 비즈니스 통찰력을 뽑아내는 가장 핵심적인 기술이다.

 로봇으로 치면 브레인에 해당하는 분야로 당장 휴대폰과 가전기기에  AI 기술이 적용되는 등 향후 기업 경쟁력과 제품 품질을 좌우하는 필수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AI의 3대 기술 요소는 알고리즘과 컴퓨팅 파워, 데이터다. 이 중에서도 AI의 핵심 경쟁력은 빅데이터다. 양질의 데이터를 누가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머신러닝(기계학습)의 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나오는 대량의 데이터 확보가 필수적이다. 소프트웨어 분야인 플랫폼이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이지만,  IoT(사물인터넷)의 발전으로 가전이나 기기 등 하드웨어의 강점도 흡수해서 빅데이터를 끌어모아야 한다.

 ◇'SW·HW 강자' 삼성, 독자적인 생태계 확대에 주력

 현재 삼성은 자사의 스마트폰인 갤럭시 시리즈를 중심으로 독자적인 생태계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사업 방향성을 뜯어보면 AI를 중심으로 IoT를 통해 기기를 한데 묶어 통합하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올 상반기에 나온 갤럭시S8 시리즈를 보면 삼성전자가 구글의 지배력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삼성은 구글의 OS(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를 탑재하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했다.

 아직까지 삼성은 스마트폰에 안드로이드를 탑재했지만 OS로 영역을 넓히는 등 구글로부터의 종속을 탈피하려 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자체 모바일 OS인 '타이젠'도 이와 비슷한 노력이다.

 선진국 시장에서는 갤럭시 시리즈에 보편화된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했지만 인도 등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는 이머징마켓에서는 타이젠이 들어간 스마트폰으로 소비자들을 상대로 학습을 시키고 있다.

 특히 AI 비서 '빅스비(Bixby)'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빅스비를 만들어 갤럭시 시리즈에 탑재한 것은 구글 입장에선 선전포고와 다름이 없다. 구글 역시 AI 비서 '구글 어시스턴트'로 포스트 시대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년간 안드로이드 OS에 의존해왔던 삼성은 우선 구글로부터 벗어나야 향후 펼쳐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한 판 승부를 벌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은 구글에 비해 하드웨어 부문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 스마트폰을 비롯해 가전, TV 등 글로벌 무대에서 잘나가는 다양한 제품 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는 코드명 '베가(Vega)'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내년 출시를 목표로 음성 인식 스피커를 개발 중이다. 디자인이나 기능 등에 대해선 알려지지 않았지만 빅스비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것을 감안하면 다양한 언어 지원이 가능해지는 시점 이후 시장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지난 7월19일 빅스비에 영어 기능을 지원하기 시작했고, 오는 30일부터는 중국어 서비스를 시작한다. 한국어, 영어에 이은 3번째 언어 지원이다. 스페인어, 독일어 등 다른 언어의 빅스비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최근에는 국내 AI 스타트업 플런티(Fluenty)를 인수하기도 했다. 플런티는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한 대화형 인공지능 스타트업으로 AI 기반의 메시징 앱을 제공하는 회사다. 빅스비 성능 향상을 위한 포석이다.

 삼성은 스마트폰을 비롯해 가전, TV 등 다양한 제품 라인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을 우선 선점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향후에는 빅스비나 AI 스피커를 통해 각종 기기에 음성명령 기능이 적용 가능할 전망이다.

 그렇게 되면 삼성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모든 가전기기를 하나로 묶는 등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람 말의 맥락을 이해하고 학습 능력을 갖춘 AI 등이 새로운 패러다임 등의 혁명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AI 비서는 음성만으로 정보를 확인하는 수준을 벗어나 일정을 관리하고 음식점을 예약하거나 가전기기들을 제어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는 추세다. 자연어 처리, 딥러닝(심층학습) 기술 고도화와 반도체기술이 맞물려 AI 플랫폼 시장을 성장시키고 있다.

 현재 스마트폰, 가전 등 기기를 사용하는 방식은 터치가 주를 이루고 있는데 최근에는 음성인식이 차세대 인터페이스로 부상하고 있다. 손가락으로 직접 누르는 방식에 비해 음성 명령이 기기의 기능을 더욱 쉽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AI나 사물인터넷으로 완전히 새로운 시장이 들어서면 모든 라이프스타일이 이와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게 된다. '연결성'으로 미래 가전·미래 홈 변화를 이끌어가겠다는 계획이다.

 미래에는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는 초연결 사회에서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날 수밖에 없다. 결국 직업 만든 생태계에 타 기업들을 종속시키느냐 혹은 종속되느냐의 싸움인 셈이다.

 ◇'가전 명가' LG, 플랫폼 강자 구글과 협업…'시너지 무궁무진'
 
 LG는 구글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있다. AI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중심이 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IT 무대를 아우르고 있는 구글과의 협업을 선택한 것이다.

 구글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AI 퍼스트'를 외치며 시장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검색엔진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로 전 세계 플랫폼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여기에 AI를 접목해 포스트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순다 피차이 구글 CEO(최고경영자)는 올해 개최된 '구글 I/O 2017' 기조연설에서 "우리는 모바일 퍼스트 세계에서 AI 퍼스트의 세계로의 전환을 목격하고 있다"며 AI업계의 선구자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LG는 인공지능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플랫폼 시장에 진출하는 방법 대신에 구글과 손을 잡는 것을 선택했다. 기약되지 않은 미래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 붓는 것보다 하드웨어 부문에 충실하겠다는 '선택과 집중' 전략인 셈이다.

 삼성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모바일 플랫폼 시장 장악에 성공한 구글은 세계 가전 분야의 선두 주자이자 스마트폰을 비롯해 다양한 하드웨어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는 LG를 선택했다.

 구글 입장에서는 직접 AI 플랫폼을 개발 중인 삼성과 손을 잡기에는 애매하다. 삼성은 자체적으로 만든 AI 빅스비를 자사가 지닌 제품과 연동하는 것이 실익이 크다.

 구글 어시스턴트는 애플의 '시리'처럼 음성으로 안드로이드 기기에서 수행 가능한 기능들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도와주는데 기존 음성인식과 달리, 사용자의 취향이나 의도를 파악하고 대화를 주고받는 것이 가능하다.

 LG와 구글의 달라진 관계는 지난 3월 출시된 상반기 전략 스마트폰 G6에 '구글 어시스턴트'가 탑재되면서 이미 예고된 바 있다. G6는 구글 전용폰 이외에 구글 어시스턴트를 처음으로 탑재한 제품이다.

 구글은 지난 9월 구글 어시스턴트에 한국어 서비스를 도입했다. 한국어는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브라질-포르투갈어, 힌디어, 인도네시아어, 일본어에 이어 구글 어시스턴트가 지원하는 9번째 언어다. 하반기에 나온 LG V30부터 적용됐다.

 구글은 가정용 IoT 허브인 구글홈에 이어, 안드로이드TV에도 어시스턴트 AI를 적용할 계획이다. 향후에는 자동차나 가전, TV 등 일상생활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 기기와도 연동이 가능할 전망이다.   

 LG는 스마트가전에서부터 생활로봇까지 대대적인 로드맵을 구상하고 있다. 로봇 플랫폼에 자율주행 기능을 융합해 상업용 로봇 분야에서도 사업기회를 모색한다는 것이다.

 특히 인공지능을 적용한 스마트 가전은 각종 센서와 무선인터넷을 통해 사용자의 생활 패턴이나 주변 환경 등 다양한 정보를 수집한 이후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 생활 패턴과 환경에 최적화된 방식을 찾아준다.

 4차 산업혁명으로 온·오프라인을 통합한 새로운 판이 만들어지고 있는 가운데 LG 입장에서는 이같은 변화 추세가 '퀀텀점프(대약진)의 기회'인 동시에 '도전'일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각 기업들이 미래의 떠오르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물밑으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각자 다른 방법으로 준비를 하고 있는 셈인데 결과에 따라 시장 판도 변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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