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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왕실, 진정한 21세기 진입"…해리♥매건 결혼 의미는?

등록 2017-12-03 05:30:00   최종수정 2017-12-05 09:5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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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AP/뉴시스】영국의 해리 왕자가 27일(현지시간) 약혼녀인 미국 영화배우 메건 마클과 함께 런던 켄징턴 궁의 정원에서 사진촬영을 하던 중 서로 마주보며 웃고 있다.두 사람은 2018년 봄 결혼할 예정이다. 2017.11.28
  【서울=뉴시스】 조인우 기자 =  영국의 해리 왕자(33)가 지난 27일(현지시간) 약혼 소식과 함께 내년 봄 결혼 계획을 발표했다. 상대는 미국인 여배우 매건 마클(36)이다. 해리 왕자보다 나이가 많은 데다 이혼 경력이 있는 흑인 혼혈이라는 점에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보수적인 영국 왕실에 이는 변화의 상징인 셈이다.

 ◇ 해리와 매건, 만남부터 결혼까지

 해리 왕자는 마클과의 첫 만남을 두고 "기적이 일어났다"고 묘사했다. 그는 약혼 소식 발표 직후 기자회견 및 인터뷰에서 "매건을 처음 만났을 때 그녀가 나의 '단 한 사람'이 될 것이라는 걸 알았다"며 "아름다운 마클이 갑자기 나의 인생으로 뛰어 들어왔다. 우리는 놀라울 정도로 빨리 사랑에 빠졌다"고 회상했다.

 지난해 7월 지인의 소개로 만난 두 사람은 같은해 11월 교제를 공식화했다. 올해 9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리는 휠체어 테니스 경기장에 처음 함께 모습을 드러낸 것을 시작으로 공식 석상에도 동행하기 시작했다. 이달 초 런던에서 결혼을 약속하고 해리 왕자가 지내는 켄싱턴궁의 노팅엄 코티지에서 함께 지내고 있다.

 두 사람은 내년 5월 런던 교외에 위치한 윈저성 내 세인트 조지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이에 앞서 지난 1일 노팅엄에서 공식적인 약혼 행사를 진행했다.

 해리 왕자는 "여느 때처럼 로스트 치킨을 만드는 중에 프로포즈를 했다"며 "내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매건이 '좋다고 해도 될까'라고 되물었고, 나는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 줬다"고 말했다. 반지에는 해리 왕자의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유품인 작은 다이아몬드 두 개가 나란히 박혀 있다.

 두 사람의 결혼은 지난 2011년 형인 윌리엄 왕세손과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비의 결혼식 만큼이나 전세계의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결혼식 비용 일체는 영국 왕실이 부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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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AP/뉴시스】영국의 해리 왕자가 27일(현지시간) 약혼녀인 미국 영화배우 메건 마클과 함께 런던 켄징턴 궁의 정원에서 사진촬영을 한 후 다정하게 얼싸안고 걸어가고 있다.두 사람은 2018년 봄 결혼할 예정이다. 2017.11.28
왕실 전문 역사가 케이트 윌리엄스는 CNN에 "전통적으로 영국에서 결혼식 비용은 신부 측이 부담하지만 이들의 결혼식은 일반적인 예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윌리엄의 결혼식 때에도 (아버지인) 찰스 왕세자가 대부분의 비용을 지불했다"고 설명했다.

 웨딩플래너 에이미 던은 CNN에 "해리와 매건의 결혼식에 50만파운드(약 7억2600만원) 이상이 들 것"으로 예측했다. 보안 비용까지 합산하면 비용은 수백만 파운드로 급등하며 또 한번 '세기의 결혼식'을 관측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혼녀·외국인·혼혈 받아들인 英왕실…"진정한 21세기 진입했다"

 두 사람의 교제 사실이 알려진 지난 9월 여론은 마클의 개인사에 집중했다. 영국 대중지는 마클이 혼혈이라는 점을 문제 삼았다. 마클은 영화 촬영감독인 백인 아버지와 요가 강사인 흑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마클이 7년 간 사귀던 영화 프로듀서와 2011년 결혼한 뒤 2년 후 이혼한 '이혼녀'라는 점 역시 입방아에 올랐다.

 마클의 과거 행동들이 왕실에 적합하지 않다는 비난 뿐 아니라 해리 왕자의 앞선 애인들이 모두 금발머리 여성이었다는 점을 들어 마클과 비교하는 인신공격성 발언도 상당수였다.

 마클은 인터뷰에서 이같은 보도에 "낙심했다"고 했다. 이어 "순진하게 들리겠지만 해리 왕자와 나의 관계에 세상이 얼마나 관심이 많은지 모른다"면서 "우리는 많은 오해에 직면했고, 나는 우리에 대한 언론 보도를 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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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AP/뉴시스】영국의 해리 왕자가 27일(현지시간) 약혼녀인 미국 영화배우 메건 마클과 함께 런던 켄징턴 궁의 정원에서 사진촬영을 하며 손을 잡고 있다. 마클이 낀 약혼 반지는 보츠나와에서 온 커다란 다이아몬드 하나와 해리 왕자의 어머니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유품인 작은 다이아몬드 두 개가 박힌 모양이다. 두 사람은 2018년 봄 결혼할 예정이다. 2017.11.28
왕실 전문가 로버트 하드만은 "예전이라면 분명히 큰 이슈가 될 사안이지만, 세상이 바뀌지 않았냐"며 "마클의 이혼 여부는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 근거로 해리 왕자의 아버지인 찰스 왕세자가 2005년 이혼녀인 카밀라와 재혼한 것을 들었다. 영국 왕실 작가 클라우디아 조셉은 "찰스 왕세자가 해리 왕자를 위한 선례를 터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보수적인 영국 왕실이 '이혼녀' 마클을 받아들인 것을 두고 "진정한 21세기에 접어들었다"고 보도했다. NYT는 "윌리엄 왕세손과 케이트 미들턴의 결혼이 평범한 사람도 왕가에 편입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희귀한 사건이었다면 해리 왕자와 마클의 결혼은 왕실이 이혼녀에 미국인, 혼혈도 포용하기로 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NYT는 다른 사설에서도 "두 사람의 결혼은 인종이 동기가 되는 범죄, 증오에 기반한 수사를 목도하고 있는 '브렉시트와 도널드 트럼프의 시대'에 대단한 해독작용을 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해리 왕자는 왕자비의 조건에 대한 왕실 규약을 내던져 버렸고 우리가 지켜봤던 것 이상으로 성숙하고 용감하게 자신의 파트너를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또 "인종차별적인 세상의 견해에도 해리 왕자가 자신의 선택을 고수한 것은 그러한 편견에 대해 던지는 명확한 메시지"라며 "영국 왕실 이미지를 현대화하는 데에도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과거였다면 논란이 됐을 마클의 종교도 이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마클은 로마 카톨릭 신도다. 헨리 8세가 카톨릭을 뒤집어 엎고 영국 성공회를 창설한 만큼 영국 왕자들은 카톨릭 신도와 결혼하면 왕위 계승권을 박탈 당했다. 그러나 지난 2015년 이같은 내용이 개정돼 해리 왕자는 마클과 결혼한 뒤에도 순위 5위의 왕위 계승권을 지킬 수 있게 됐다.

 ◇'21세기형 신데렐라' 마클, 사상과 패션의 '뉴 아이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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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AP/뉴시스】 27일 내년 봄 결혼하기로 한 영국의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이 켄싱턴궁 정원에 나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들의 결혼 계획은 이날 아버지 찰스 왕자의 클래런스 하우스 명의로 발표됐다. 2017. 11. 27.
마클은 영국 왕실 뿐 아니라 새 시대의 여성을 대표하는 상징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NYT는 "영국의 패션업계에 마클이 미치는 영향은 이미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마클이 해리 왕자와의 약혼 소식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입은 캐나다 브랜드의 흰색 코트는 한 시간 만에 브랜드 홈페이지에서 매진됐다. 브랜드 측은 "이 코트의 상품명을 '매건'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마클의 '데일리룩'을 기록하는 '매건의 거울'이라는 블로그도 생겼을 정도다. 패션지 보그는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마클의 스타일을 조명했고, 인스타일 역시 마클이 자주 입는 청바지 브랜드에 사람들이 몰렸다고 보도했다.

 마클은 해리 왕자와 함께 처음 공식 석상에 등장한 지난 9월 휠체어 테니스 경기장에서는 찢어진 청바지를 입어 젊은 감각을 드러냈다. NYT는 "해리 왕자가 왕위를 계승할 확률이 다소 낮기 때문에 이들 부부의 역할은 (왕가의)경계를 넓히는 게 될 것"이라며 "훨씬 현대적인 모습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클은 또 이미 인도주의적 활동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유엔의 성 평등 및 여성 권리 신장 운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그는 2014년 UN여성기구에서 추진하는 여성의 정치참여 보장 움직임에 동참했다. 이듬해에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20회 베이징 여성 컨퍼런스에서 "내가 여성이자 페미니스트라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연설하기도 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 등 주요 여성 인사들과 만나 관련 문제를 논의하는 한편 세계에서 여성 의원 수가 가장 많은 르완다 방문, 난민촌 방문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 왔다.

 UN여성기구는 "마클이 전세계가 성 평등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하는 활동에 기여했다"며 "해리 왕자와의 결혼 후에도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해 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마클은 인터뷰에서 "새로운 자리에서 더욱 중요한 것들에 에너지를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조인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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