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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된 대형재난]안보이는 재난시스템...국민의식개혁 우선 지적도

등록 2017-12-23 07:00:00   최종수정 2018-01-02 08:5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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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뉴시스】인진연 기자 = 21일 오후 4시께 화재가 발생한 충북 제천시 하소동의 한 대형 목욕탕에서 불이 나 소방대원들이 진화하고 있다.2017.12.21.(사진=제천소방서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지난 21일 충북 제천에서 발생한 스포츠센터 화재로 29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한 가운데 정부의 재난대응 사령탑(컨트롤타워) 역할이 다시 한번 도마에 오르고 있다.

 ◇새 정부 들어섰지만 대형참사 속출…안전부처 역할 깜깜

 이번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외에도 올들어 재난으로 인한 대형 인명사고가 잇따르고 있어 정부의 재난대응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달들어서만 경기도 용인과 평택에서 두차례 사고가 발생하는 등 올들어 전국 각지에서 발생한 타워크레인 사고는 아까운 10여명의 목숨을 빼앗아갔다. 최근에는 인천 영흥도 낚싯배 사고로 15명이 목숨이 사망했고 포항에서는 역대 최대 피해를 안긴 지진이 발생하는 등 시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5월 출범하면서 세월호 사고와 같은 재난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시스템 정비 등을 천명했지만 대형 인명사고가 연이어 터지고 이 과정에서 그동안 지적됐던 문제점들이 그대로 재현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은 가중되고 있다.

 재난이 언제 어느 때 일어날지를 예측하고 예방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현 정부의 조직체계가 재난대응에 효과적인지에 대한 의문은 커지고 있다. 

 현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기존 국민안전처(안전처)를 해체했다. 대신 행정자치부(행자부)가 행정안전부(행안부)로 바뀌면서 안전처 기능을 흡수했다.

 또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차관급으로 안전업무를 총괄케 했다. 안전처 산하에 있던 중앙소방본부와 해양경비본부는 각각 행안부 산하 소방청과 해양수산부 산하 해양경찰청으로 분리 독립시켰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재난대응 사령탑으로서 안전 관련 정부부처의 위상이 약화된 측면이 있다는 점이다.

 안전처가 세월호 사고후 이어진 부실대응과 진실은폐의 멍에를 지고 해체되긴 했지만 그 기능과 위상마저 약화된 것은 본말전도(本末顚倒)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안전처가 폐지되고 행자부와 다시 합쳐지면서 안전업무가 행정업무와 자치업무에 종속되고 재난안전업무에는 다소 소홀해져 재난대응 능력이 떨어졌다는 비판이 많았다.

 또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전에 안전처 내부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안전처를 국민안전부로 격상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결국 이같은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았다. 소방청·해경청을 새 국민안전부 산하에 둬 통솔체계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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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진우 기자 = 21일 충북 제천소방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53분께 제천시 하소동 사우나 건물 지하주차장에서 불이나 건물 전체로 확산했다. [email protected]

 ◇재난대응능력 강화 위해 행안부 위상 확대 주장 불구 한계도 있어

 이처럼 계속된 대형참사의 원인중 하나로 안전부처 위상 문제가 거론되면서 행안부의 정부조직내 위상을 강화하자는 의견이 제시되지만 이 역시 여의치 않다.

 행안부 장관을 기획재정부 장관이나 교육부 장관처럼 부총리급으로 격상시킴으로써 안전 관련 업무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없진 않았지만 이를 두고도 논란이 있다.

 현행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이 국무총리로 하여금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장을 맡을 수 있게 해놨기 때문에 굳이 행안부 장관을 부총리급으로 올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또 사고가 날때마다 부총리가 현장으로 움직이는 것은 과잉대응으로 읽힐 여지가 있다. 세월호사고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7시간' 논란의 트라우마 때문에 인명사고가 날때마다 청와대가 사령탑 역할을 자처하는 것도 전시행정이라는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안전분야 전문가는 "부총리가 나서는 것은 범정부 차원 대응이 필요한 사안이라는 뜻인데 통상적인 사고에 범정부적으로 나서는 것은 두부 하나 써는데 작두칼을 쓰는 격"이라고 말했다.

 이어 "광역자치단체에서 작은 사고가 나면 지자체장은 '뽑아놨더니 코빼기도 안 보인다'는 말을 듣기 싫어 사고가 크든 적든 직접 방문하고 의전을 받는다"며 "이는 피해자들에게 감성적인 차원의 위로는 될지 몰라도 과잉 소지도 있다. 일종의 행정력 낭비"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우리 법체계상 '안전권'의 위상과 개념이 다른 헌법상 기본권들의 수준에 미치지는 못하는점 역시 안전 관련 부처에 힘을 싣는데 장애물로 지적된다.

 이 전문가는 "안전권이 헌법상 기본권인지 약간의 다툼의 소지가 있다"며 "헌법에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한다는 내용은 있지만 과연 국민안전이 다른 기본권에 우선하는지 그리고 정부조직안에서 안전업무가 그 정도의 위상을 가질 수 있을지는 아직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행안부가 재난관리에서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는지, 그리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의 안전을 담보할 만큼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를 시민과 전문가 등 각계각층의 논의를 거쳐 재검토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부조직 개편보다 시민의식 변화가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조직을 해체하고 통합하는 행위를 반복하기보다 시민들의 안전의식을 함양하는 일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것이다.

 또다른 안전전문가는 "인류가 수십년, 수백년, 수천년전부터 안전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재난과 사고는 늘 발생해왔다. 정책으로 세상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결국은 당사자인 시설 소유자나 관리자, 그리고 일반시민들의 안전의식이 문제다. 업주나 해당시설 관리자들이 제도와 정책에 맞춰서 행동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고가 나면 난리법석을 떨지만 정작 건물 재료를 바꾸려면 돈이 추가로 드니까 소유자나 관리자들이 그냥 둔다"며 "시민들을 대상으로 안전 문제의 원인이 정부에 있는지, 아니면 시민들에게 있는지 설문조사를 하면 국민 안전불감증이 문제라는 답변이 월등하게 더 높다. 시민들 본인도 (안전의식 부재를) 자각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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