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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된 대형재난]반복되는 인재(人災)…개선책 나와도 사고는 도돌이

등록 2017-12-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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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뉴시스】이병찬 기자 = 21일 오후 3시50분께 발생한 화재로 불탄 충북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 건물에서 소방대원들이 현장 수습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날 화재로 오후 11시 현재 29명이 숨졌다.2017.12.21.  [email protected]
전문가 "안전강화·비용 등 고려해 개선책 찾아야"

【서울=뉴시스】임재희 기자 = 대형참사가 또 발생했지만 미진한 대응은 여전했다. 몇년이 지났지만, 대책을 마련됐다고는 하지만 원인은 또 반복됐다. 인재(人災)였다.

 58명의 사상자를 낸 21일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화재도 2015년 경기 의정부 화재 때도 문제가 됐던 필로티 구조물과 불에 취약한 단열재 '드라이비트(Drivit)'가 문제가 됐다. 리모델링해 새로 운영된지 한달여 밖에 안됐지만 스프링클러는 돌지 않았다.

 22일 소방당국은 복합 스포츠센터 노블휘트니스스파 화재는 불이 났을 당시 중앙계단과 화물용 승강기 등을 통해 유독가스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인명피해가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상민 제천소방서장은 이날 오전 언론 브리핑을 통해 "목재와 타일로 내장된 화물용 승강기와 주출입구를 통해 열과 연기가 빠르게 올라가 위층에 있던 피해자들이 미처 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차적으로는 필로티 형태 건물 구조가 이 같은 피해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2015년 1월 5명이 숨지고 125명이 다친 2015년 1월 의정부 대봉그린 아파트 화재도 필로티 구조로 돼 있다. 하지만 필로티 구조에 대한 화재대책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1층 벽면을 개방하고 기둥만으로 건물을 떠받치는 필로티 구조물은 불을 키우는 산소 공급이 원활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2층부터는 사방이 막힌 채 계단 통로 등은 좁아진다. 제천 화재처럼 1층에서 불이 시작하면 중앙통로가 굴뚝 역할을 해 연기와 유독가스가 통로를 따라 타고 올라가게 된다.

 지난해 한국화재소방학회의 '필로티 구조 건물의 화재 위험성 연구'에 따르면 6개 기둥으로 10층 건물을 지탱하는 필로티 구조물의 경우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차량에서 발생한 화재 연기가 전체로 퍼지는데 걸린 시간은 100초였다. 반면 건물 안에 있던 사람은 화재를 인지하는 데만 420초가 걸렸다.

 주차공간 확보가 용이한데다 MB때인 2009년 소방시설 기준 등의 규제를 대폭 완화한 것이 화를 불렀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화재소방학회 연구진은 주차장 활용을 자제하고 필로티 외에 비상문을 설치해 화재 발생시 탈출 통로를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건물 외벽의 가연성 외장재 '드라이비트'도 참사를 부른 원인중 하나로 꼽힌다.

 드라이비트는 건물 외벽에 접착제를 바르고 단열재를 붙인 뒤 유리망과 마감재를 덧씌우는 단열 시공법이다.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지만 불에 약한 스티로폼 등 저렴한 단열재를 쓰다 보니 화재엔 취약하다.

 의정부 아파트 화재가 130명의 사상자를 낸 원인으로도 드라이비트가 지목됐다. 정부는 가연성 외장재 사용 금지 대상 건축물을 2012년 30층 이상에서 의정부 참사 이후 6층 이상으로 확대했지만 제천 스포츠센터(2011년 신축)처럼 기준 강화 이전에 지어진 건축물은 사각지대로 남았다.

 행정안전부와 국토교통부가 지난 8월30일부터 9월15일까지 전국 37개 지역 6층 이상 건축물 802개소를 표본점검한 결과 38개소에서 불에 잘 타지 않는 재료가 아닌 기준에 미달되는 저가 일반 단열재를 사용했다.

 해당 건물의 스프링클러 작동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소방청에 따르면 화재 당시 스포츠센터 1층 로비에 설치된 스프링클러 설비는 알람밸브가 폐쇄된 상태였다. 통상 스프링클러는 화재 발생 시 알람밸브의 압력이 떨어지면 배관이 열리며 작동하는데 이번 화재 땐 알람밸브가 제 역할을 못해 건물 모든 층의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알람밸브와 상관없이 주배관 개폐밸브만 정상 작동했다면 다른 층의 스프링클러가 제 역할을 했을 것이란 얘기다. 소방당국은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생존자 등의 증언을 토대로 물을 분사하는 스프링클러 감열부에 문제가 있는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통유리 건물이 화재에 무방비란 점도 문제다. 미관과 에너지 절감 등을 고려해 통유리 건물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지만 불이 나면 뾰족한 수가 없다. 이번 화재에서도 유리는 못깨고 물만 뿌렸다는 목격자 증언이 나온것도 손망치 등 장비가 없으멷 안에서 깨기 힘든 강화유리란 점이 이를 대변한다.

 지난해 10월 경부고속도로 언양 분기점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화재로 차안에 있던 승객 10명이 숨지고 7명이 부상을 당한것도 통유리를 깨지 못해 발생한 참사였다.

 물론 화재 발생시 통유리를 잘못깨면 백드래프트(backdraft, 차단된 공간에 산소가 주입되면 작은 불씨에도 불이 커지는 현상)가 발생해 또다른 위험에 노출될 수 있지만 이를 감안한 대책들도 마련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기존 법령 등에서 허점으로 대형재난이 거듭된 데 대해 전문가들은 안전을 강화하는 동시에 그로 인한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절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기존 건물 외장재를 현행법상 기준에 맞도록 소급적용한다면 건물주의 비용 상승이 예상되는데 이는 고스란히 세입자들에게 부담으로 갈 수 있다"며 "안전을 강화할수록 경제적 비용 상승이 큰 만큼 비용을 부담할 수 있고 안전에도 문제가 없는 절충적인 부분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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