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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는 옳은 것이 아니라 필요한 것을 해야 한다"

등록 2018-01-02 09:33:28   최종수정 2018-01-09 09:5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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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좋은 조언은 그것이 누구에서 나오는지 상관없이 군주의 분별력에서 비롯한 것이지, 군주의 분별력이 좋은 조언에서 비롯한 것은 아니다."(188쪽)

이탈리아 사상가 니콜로 마키아벨리(1469~1527년)의 '군주론'이 국내 번역·출간됐다.

정치 행위가 종교적 규율이나 전통적인 윤리적 가치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마키아벨리의 생각이 담긴 책이다.

마키아벨리가 태어난 1469년 무렵의 피렌체는 르네상스 예술의 후원자로 알려진 메디치 가문이 30여 년째 지배하던 무렵이었다.

15세기부터 마키아벨리가 반역 혐의로 수감된 해인 1513년까지 이탈리아, 특히 피렌체는 르네상스의 꽃을 활짝 피웠지만, 한편으로는 메디치 가문의 오랜 통치에 따른 반대 세력의 반발, 정치와 종교가 뒤엉킨 이탈리아 도시 국가의 복잡한 역학 관계와 그들 간의 전쟁, 프랑스의 개입 등으로 혼란한 상황이기도 했다.

이러한 현실에서 국가의 안전을 유지하는 것, 그것이 군주의 의무였다. '군주론'은 이에 대해 마키아벨리가 제시하는 일종의 해답 같은 것이었다.

"잔인함을 이용했던 다른 많은 사람들이 불확실한 전시에는 말할 것도 없고 평화로운 시기에도 권력을 유지할 수 없었다는 것을 다들 잘 알기 때문이다. 나는 이러한 일이 잔혹한 행위를 잘못 사용하느냐 아니면 적절하게 사용하느냐의 차이에서 비롯한다고 믿는다. (만약 악행에 적절하다는 말을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잔혹한 행위를 적절하게 사용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지위를 보전하기 위해 필요할 때 단 한 번 결정적으로 사용하고, 백성들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다면 이후에는 그만두는 것이다."(81~82쪽)

"사람들이 실제 어떻게 살아가는가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고려하지 않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만을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을 보존하기보다는 파괴하고 말 것이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이 선하지 않은 세상에서 언제나 선하게 행동하려고 하는 사람은 얼마 못 가서 파멸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을 보존하고자 하는 군주는 선하지 않게 행동하는 방법을 배워서, 필요에 따라 이것을 사용하거나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125쪽)

마키아벨리는 군주가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옳은 것이 아니라 필요한 것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사람들이 군주의 덕목으로 들고 있는 것, 신의, 우애, 자애, 신앙심 등이 오히려 군주를 파멸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강력한 권력과 효율성을 칭송하며, 무자비한 행동도 용인했다. 나아가 군주는 복종을 강요하기 위해 공포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러한 마키아벨리 주장은 종교적 규율, 전통적인 윤리적 가치에 충실하던 그 당시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급기야 16세기, 가톨릭교회에서 공포한 '금서 목록'에 '군주론'이 포함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면에는 열렬한 추종자를 거느리는 이중성을 갖게 됐다. 특히 18세기 이후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대왕,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 20세기 초 이탈리아의 무솔리니, 혁명가 그람시 등의 지지를 받는 등 근대 정치학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김종원 옮김, 208쪽, 위즈덤하우스,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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