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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만 전체 투표?…서울대 교수들 "총장 선출제 역차별"

등록 2018-01-08 14:34:12   최종수정 2018-01-16 09: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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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성낙인 서울대학교 총장이 6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시흥스마트캠퍼스 선포식 및 자율주행자동차 연구컨소시엄 조성 협약'과 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2017.12.06. [email protected]

투표, 학생 100% 참여…교원은 20% 이내 제한
교수협 "정책평가단 교원 투표비율 축소 유감"
"교수들 100% 참여 원치 않는 '세력'들 있어"
"이해 당사자들이 총장 선거 정치적으로 이용"
"학생·학교 갈등…총장 권력 나눠먹기 될 우려"

 【서울=뉴시스】박영주 기자 = 서울대학교가 최근 총장 선출 방식을 결정했으나 학내 교수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총장 예비후보자 정책평가에 학생들은 100% 참여할 수 있지만 교원들은 20% 이내로 투표권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학생들을 지나치게 의식해 교수들을 역차별하는 결과가 돼버렸다는 게 상당수 교수들 지적이다.

 서울대가 지난해 12월27일 발표한 총장 선출제도에 따르면 교원은 20% 이내로 정책평가단에 참여하게 된다. 현재 전임교원 2202명(2017년 기준) 중 최대 440명만이 총장 예비후보자들을 평가하게 되는 것이다. 반면 학생들은 전원이 총장 예비후보자를 평가한 후 그 결과를 교원 정책평가단의 9.5%에 해당하는 비율로 합산하기로 했다.

 서울대 총장선출 방식의 경우 총 30명으로 구성된 총장추천위원회(총추위)가 공모·추천을 통해 등록한 후보자 중 1차로 총장 예비 후보자 5명을 선별한다. 교원·직원·학생 등 학내 구성원들이 총장 예비후보자의 정책 평가를 하면 여기에 총추위 평가 결과를 합산해 최종 총장 후보자 3명을 이사회에 추천하게 된다. 이사회는 이 중 한 명을 차기 총장으로 선출한다.

 서울대는 2014년 성낙인 총장 선출 과정에서 발생한 잡음이 지속되자 지난해 총장 선출 방식에 칼을 댔다. 당시 이사회는 총추위에서 1순위가 아닌 2순위였던 성 총장을 선출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수개월의 논의 끝에 차기 총장선출제도가 마련됐지만 교원들 사이에서는 학생들에게 100% 투표권을 부여한 만큼 교원들도 전원이 정책평가단에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평의원회는 이사회에서 교원들의 정책평가단 참여율 하향 조정을 검토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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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와 관련해 서울대 교수협의회(교협)는 최근 교원들의 총장 투표 참여 비율이 축소된 점에 유감을 드러내는 입장서를 이메일을 통해 전체 교원에게 발송했다.

 교협은 "교원의 정책평가단 참여 비율이 축소된 점(100%→20% 이내)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교수들의 정책평가단 참여가 제한된 상태에서 학생 전원이 투표에 참여하는 중대한 사항을 대학 의결기구의 심의 절차 없이 이사회에서 확정된 점 등은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교협은 이사회가 대학 의결기구에서 통과된 총장선출제도 개선안을 독자적으로 수정해 최종안으로 확정한 점에 대해서도 문제를 삼았다. 또 평의원회가 교원의 정책평가단 참여비율 축소를 검토해달라는 부대의견을 이사회에 제출한 것을 두고 "대학을 대표하는 심의기구임에도 이사회가 학사에 개입할 명분을 줬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A교수는 "교수가 정책평가단에 100% 참여하는 것을 원치 않는 '세력'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교수가 전원 투표한 뒤 새 총장이 선출되면 '우리가 도와줘서 총장이 됐다'고 얘기할 수 있는 근거가 줄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총장 선거를 학교 발전에 가장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정해야 하는데 이해 당사자들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게 안타깝다"고 밝혔다.

 B교수도 "학생들에게는 100% 투표권을 부여하면서 교수들의 투표권을 제한하는 건 민주주의와 맞지 않다"면서 "모든 구성원이 투표에 참여하게 한 후 일정 비율로 반영하면 되는 게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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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기 총장 선출제도가 지속될 경우 학내 구성원들 간의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학생들이 전원 참여해 뽑은 총장이 당선되지 않으면 본부와 학생들 간 갈등이 더욱 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다. 새 총장이 선출되더라도 학생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던 총장 후보자는 학내에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있다.

 C교수는 "학생들에게 최다 표를 받았던 교수는 학생들 편에 서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새 총장과 학생들만의 총장, 두 명의 권력 나눠 갖기가 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학생들 역시 자신들과 친한 교수를 총장으로 밀게 되면 뜻이 다른 학생들과 균열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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