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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최저임금 해법 찾기에 사활 걸어야

등록 2018-01-11 08:33:53   최종수정 2018-01-16 09: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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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변해정 기자 = 지난 5일 오후.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당초 일정에 없던 서울 종로구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를 찾았다. 소상공인들에게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을 독려하기 위해서였다.

소상공인들은 그러나 부총리를 반길리 없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잔뜩 뿔이 난 상태라 당연했다.

첫 번째로 찾은 커피 체인점의 업주는 "장사 잘 되느냐"는 부총리의 물음에 "어렵다. 손님(도) 없다"며 카메라를 치우라고 으름장을 놨다. 발길을 돌려 두 번째로 간 빈대떡 가게의 사장은 "일자리 안정자금(지원 대책)을 처음 들어본다"고 했다. 일식 초밥집에 가서는 자리를 비운 업주를 대신해 종업원에게 제도 취지를 설명했다.  

일자리 안정자금 제도를 알고 있다는 고깃집 업주마저 "최저임금을 (한꺼번에) 너무 많이 올렸다. 모든 자영업자가 힘든 시기를 보낸다. 아직 (음식값을) 올리지 않고 있지만 (주변엔 이미) 들썩들썩 한다"는 푸념을 늘어놨다.

절박한 업주들의 반응이었지만 단지 부총리는 "어려워 종업원을 해고할 수도 있는데 (일자리 안정자금을) 쓰면서 사업을 잘해달라" "고용보험에 가입해 지원받을 좋은 기회"라는 정도의 말 밖에는 하지 못했다.

업주 입장에선 억지로 올린 최저임금 때문에 생업을 접을 판이다. 근로자는 업주의 최저임금 회피 꼼수와 일자리 감소에 꿈틀대는 물가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가계 소득이 높아져 소비 확대와 고용 증대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기대했던 정부 의도와는 정반대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그런데도 이날 부총리의 발언들은 아직도 현장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김 부총리의 잇단 일자리 안정자금 현장 방문이 곱게 비치지 않는다. 우는 애 달래주자는 식은 아닌지 의심마저 든다. 그도 청계천 판자촌에서 끼니를 걱정하며 힘겹게 지내던 시절이 있었다. 부총리는 취임 직후 "우리가 언제 한번 실직의 공포를 느껴본 적이, 몸담은 조직이 도산할 것이라고 걱정해본 적이, 장사하는 분들의 어려움이나 직원들 월급 줄 것을 걱정하는 기업인의 애로를 경험해본 적이 있느냐"며 직원들을 다그쳤던 일화는 유명하다.

지금이라도 적나라한 현장의 목소리를 새겨 듣고 치열하게 해법을 찾아나서야 한다. 소득 불평등과 저임금 근로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선결 조건이라고 넘어가기엔 경제· 사회에 남길 생채기가 너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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