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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형 성폭력범죄' 최대 10년형…공소시효도 7→10년 연장

등록 2018-03-08 11:00:00   최종수정 2018-03-12 08:5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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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범정부 성희롱-성폭력 근절 추진 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8.03.08. [email protected]
정부, '범정부 성희롱·성폭력 근절 추진 협의회' 1차 회의
 문화예술분야 '특별조사단'과 '특별 신고·상담센터' 100일간 운영
 간호協·의사協에 신고센터…대응 매뉴얼 제작, 보수교육에 예방교육 추가
 피해자 밀착보호 및 회복지원…2차 피해시 민·형사상 무료법률 지원 강화
 
【서울=뉴시스】손대선 기자 = 앞으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자행되는 권력형 성폭력 범죄에 대한 법정형이 최대 10년까지로 상향된다. 권력형 성폭력 범죄 공소시효가 연장되는 방안도 함께 추진된다.

 성폭력문제가 뿌리깊은 것으로 드러난 문화예술계와 관련해서는 특별조사단과 특별신고·상담센터를 운영해 정확한 실태파악에 나서며 문화예술인의 피해방지와 구제를 위한 법률 제·개정을 검토한다.

 여성가족부는 8일 오전 관계부처와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범정부 성희롱·성폭력 근절 추진 협의회' 1차 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이 담긴 '직장 및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근절대책'을 확정해 발표했다.
 
 협의회에는 국조실, 기재부, 교육부, 법무부, 고용부, 행안부, 국방부, 복지부, 문체부, 경찰청, 인사처 등 12개 관계부처가 두루 참여했다.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고백하는 미투(me too) 운동이 한달 넘게 한국사회를 강타하자 정부는 지난달 27일 '공공부문 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책'을 마련한 이후 여가부 중심 범정부 협의체를 구성했다. 이후 관계부처 실무협의와 현장 및 민간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한편, 주요 관계부처 장관들 간의 논의를 거쳐 이번 민간부문을 위한 대책을 내놓게 됐다.
 
 이번 대책은 고용이나 업무관계 등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성희롱·성폭력을 자행하는 범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민간부문 전반의 성희롱·성폭력을 근절하는데 목적이 있다.

 ◇우월적 지위 이용 성폭력 범죄 처벌·제재 강화
 
 정부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정부비서 성폭력 사건처럼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난행을 저지르는 범죄자에 대한 사건처리 기준을 강화한다. 종속관계 정도, 반복성, 범행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다.
 
 이에 따르면 업무상 위계, 위력 간음죄의 법정형을 징역 10년 이하, 벌금 5000만원 이하로, 추행죄의 법정형을 징역 5년 이하, 벌금 3000만원 이하로 각각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법정형을 상향하는 경우 공소시효도 업무상 위계·위력 간음죄의 경우 현행 7년에서 10년으로, 업무상 위계·위력 추행죄의 경우 현행 5년에서 7년으로 각 연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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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안지혜 기자 = 여성가족부는 8일 '직장 및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email protected]
현행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은 징역 5년 이하, 벌금 1500만원 이하, 추행 징역 2년 이하, 벌금 500만원 이하에 처해진다.
 
 ◇성폭력 취약 문화예술분야·의료계 성폭력 근절의지

 미투운동이 가장 거세게 부는 문화예술분야와 의료계에 대한 성폭력 근절대책이 광범위하게 진행된다.  

 우선 문화예술분야에 대해서는 성희롱·성폭력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해 국가인권위원회, 문체부, 민간전문가 등 10인 내외로 구성된 '특별조사단'과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 신고·상담센터'가 100일간 운영된다.
  
 특별조사단은 ▲사건조사 및 실태조사를 통한 피해자 구제 및 문제점 파악 ▲가해자 수사 의뢰 ▲특별 신고·상담센터와 연계한 2차 피해 방지 등을 수행한다.

 문체부·여가부가 함께 운영하는 특별 신고·상담센터는 피해자 상담부터 신고, 민형사 소송 지원, 치유회복프로그램 등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접수된 피해 사례는 경찰 또는 특별조사단과 연계해 고소·고발을 진행하고, 관련 기관에는 피해자의 2차 피해 방지 및 가해자 징계 등의 조치를 요청한다.

 성폭력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자는 보조금 등 공적 지원에서 배제되도록 상반기 중 문체부 국고보조금 지침을 개정하고, 국립문화예술기관·단체의 임직원 채용과 징계규정도 강화한다.

 소관 단체의 성폭력 사건에 대한 조직적 방임 또는 조력, 사건 은폐, 2차 피해 등이 파악되면 관련 행정감사를 실시하고 수사기관에 고발 조치를 한다. 아울러 표준계약서에 성폭력 관련 조항을 명문화하고, 자율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단체의 윤리강령 제개정도 권고하기로 했다.

 국가인권위원회와 함께 문화예술, 영화계, 출판, 대중문화산업(음악, 만화, 이야기산업, 패션산업 등) 및 체육 등 5개 분야를 대상으로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를 진행한다. 인터뷰 과정에서 나타난 피해사례는 특별조사단과 연계해 신고 및 피해자 지원 절차를 진행한다.
 
 또한 현장 예술인, 전문가 의견수렴을 통해 예술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보호, 침해행위 구제 등을 위한 가칭 '예술가의 권익보장에 관한 법률'이나 개별법 개정을 추진한다.

 의료계에 대해서는 간호협회 인권센터와 의사협회의 신고센터를 통해 의사 선후배간, 의사-간호사간 등 성희롱·성폭력 신고접수를 활성화한다.

 의료인의 성폭력 대응 및 피해자 2차 피해 방지, 수사기관 및 성폭력 피해상담소 등의 연계 제도 활용 등을 반영한 대응매뉴얼을 제작·보급하고, 의료인 양성 및 보수교육에 성폭력 예방 교육을 추가·강화하기로 한다.

 올해 중 전공의법을 개정해 수련병원의 전공의 성폭력 예방 및 대응 의무규정을 마련하고, 진료 관련 성범죄 외 의료인 간 성폭력에 대해서도 금지 및 처분 규정 마련 등 제재를 강화한다.

 전공의 수련환경평가 등을 통해 전공의 대상 성희롱․성폭력 사건에 대한 조직적 은폐, 2차 피해 등 부적절한 대응이 확인되면 해당 의료기관에 과태료, 의료질 평가지원금 감액 등 강력한 제재 조치를 시행한다.

 정부는 의료기관의 대외신뢰도의 척도가 되는 각종 평가에 성희롱․성폭력 예방, 피해자 보호 및 대응 등을 지표로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성폭력 익명신고만으로도 행정지도

 정부는 고용부 홈페이지에 직장 내 성희롱 익명 신고시스템을 8일부터 개설·운영해 익명 신고만으로도 행정지도에 착수해 피해자 신분노출 없이 소속 사업장에 대한 예방차원의 지도 감독이 가능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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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범정부 성희롱-성폭력 근절 추진 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8.03.08. [email protected]
 
 사건 자체가 은폐되거나 피해자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고 경영자(CEO) 직보 시스템을 확산하고, 고용평등상담실의 전문인력을 통해 성희롱 심층상담 지원과 근로감독과의 연계를 강화한다.

 또한 남녀고용평등 업무 전담 근로감독관을 배치하여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을 집중 감독하고, 외국인 여성노동자의 성희롱 피해 예방을 위해 외국인 고용 사업장을 대상으로 집중점검 실시한다.

 사업주의 성희롱 행위, 성희롱 행위자에 대한 징계 미조치 등 일부 행위에 대해서는 징역형까지 가능하도록 형사처벌 규정으로 강화하는 방안과 법인 대표 이사가 직장 내 성희롱의 직접 가해자가 된 경우에는 처벌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성폭력 피해자 보호 주안점

 정부는 성폭력 피해자를 밀착 보호하고 회복 지원을 강화한다.

 피해자의 진술을 어렵게 할 수 있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무고죄를 이용한 가해자의 협박, 손해배상 등에 대한 민·형사상 무료법률 지원을 강화한다.
 
 상담과정에서 피해자 해고, 불이익 처분 등 2차 피해 확인 시 해바라기센터 연계를 통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관련 법률을 개정해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불이익처분에 대한 규정을 구체화한다.
 
 미성년자인 성폭력피해자의 경우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 시효를 성인이 될 때까지 유예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수사과정 전반의 피해자 접촉은 원칙적으로 여성경찰관이 전담하고 피해자 신분 노출 방지를 위해 가명조서를 적극 활용한다.

 지방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팀장, 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팀장 등 915명을 미투피해자 보호관으로 지정해 운영고, 수사가 끝날 때까지 책임지고 피해자 사후지원(상담, 의료, 심리치료, 법률 지원 등)을 하도록 한다.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의 소송 등 2차 피해에 대한 두려움 없이 피해사실을 공개할 수 있도록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경우 수사과정에서 위법성의 조각사유를 적극 적용하기로 했다.
 
 한편 정부는 피해자에 대한 온라인상 악성 댓글에 대해서는 사이버수사 등 엄정 대응한다. 경찰은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가해자 보복은 가중 처벌된다는 사실을 강력히 경고하고, 피해자·신고자에 대한 체계적 신변보호를 추진한다.

 정현백 여가부 장관은 "'미투 운동'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가장 오래된 적폐인 성별 권력구조와 성차별 문제에 대한 뜨거운 분노가 마침내 터져 나온 것"이라며 "이제는 미투 운동을 넘어 사회구조적 변화를 위한 직접 행동에 나서야 할 중요한 지점에 서 있다"고 지적했다.
 
 정 장관은 "정부는 이번 대책을 포함해 그동안 관계부처가 머리를 맞대 마련한 일련의 대책들을 범정부 협의체를 중심으로 앞으로 종합화·체계화해 이행하고 점검․보완해 나감으로써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며 "지금의 아픔이 보다 성평등한 세상으로 나아가는 거대한 전환점이 될 수 있도록 사회구조를 개혁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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