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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김정은, 북미정상회담까지 가속페달 밟은 이유는?

등록 2018-03-09 14:46:32   최종수정 2018-03-19 09: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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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웨스트윙 앞에서 트럼트 대통령과 면담을 나눈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18.03.09. (사진=청와대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성진 기자 = 북한이 최근 4월말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한 데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사상 최초 북미정상회담까지 제안하는 등 최근 잇달아 파격적인 모습을 거듭 보이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한국시간으로 9일 오전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뒤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항구적인 비핵화 달성을 위해 김정은 위원장과 금년 5월까지 만날 것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최근 북한은 신속하면서도 파격적인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9일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보냈다.

 북한의 헌법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온 것도 주목할 만했지만, 이른바 '백두혈통'인 김 위원장의 피붙이가 처음으로 남한에 온 것은 전에 없는 파격적인 조치였다.

 당시 김 제1부부장은 김 위원장이 보낸 친서를 직접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빠른 시일 내에 평양에서 뵈었으면 좋겠다"고 말해 남북정상회담을 시사한 바 있다.

 또 이후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서울을, 우리측 대북특사단이 평양을 오가며 논의한 끝에 남북정상회담을 도출해낸 것도 파격이었다.

 거기에 김 위원장이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하면서 분단 후 최초로 북한최고지도자가 군사분계선(MDL)을 넘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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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이국 대통령을 면담하고 있다. 2018.03.09. (사진=청와대 제공) [email protected]
나아가 이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의 브리핑에서 볼 수 있듯이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가능한 조기에 만나고 싶다는 뜻을 표명하고, 비핵화 의지와 핵·미사일 실험을 자제한다고 약속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이 지난 1월9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 이후 단 2개월만에 진행된 일들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김 위원장의 빠른 행보에 대해 먼저 강도높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압박을 거론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은 전례없는 초고강도 제재에 직면해있다"며 "제제가 지속된다면 북한의 경제발전과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이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 실장은 그러면서 "대북제재가 지속되는 것은 그만큼 북한이 경제적인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김 위원장에게 상당히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도 "제재로 인해 그만큼 재정 압박이 있을 것"이라며 "북한 입장에서 제재에 대한 탈출구가 눈 앞에 왔다"고 풀이했다.

 또 김 위원장이 상당한 수준의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을 바탕으로 국제무대로 신속하게 나설 수 있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북한은 이미 지난해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시험발사 성공 후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포하고, 지난 1월1일 신년사에서 "핵 탄두와 탄도로켓 대량생산 및 실전배치"를 지시하며 핵 무력 완성을 기정사실화했다.

 안 소장은 "핵무기 자체가 외교를 목적으로 개발됐기 때문에 기회가 온 이상 북한은 활용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외교적으로 성과를 보면 자신의 시대가 열리기 때문에 북미, 남북관계 정상화를 하는 게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사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김 위원장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특히 북한과 미국의 대화가 자칫 틀어질 경우, 과거처럼 이른바 '치고 빠지기' 전략을 선택할 우려도 있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우리의 비핵화와 북한의 비핵화 개념이 달라서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며 "과거 북한은 비핵화에 대해 한반도에서 미국의 핵을 철수하고, 반입도 하지 않고, 북한이 검증하고, 지휘권자인 미군은 빠져야한다고 이야기했다"고 운을 뗐다.

 신 교수는 "비핵화 개념이 (이같은) 과거의 생각에서 전향적으로 바뀌었는지 하는 부분이 관건이 될 것"이라며 "만약 미국과 이런 식으로 대화가 되지 않을 경우, 북한이 치고 빠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북한이 진정성 있는 비핵화 조치에 대해서 핵을 단계적으로 포기하면서 보상을 받는 개념으로 접근하면 대화는 진전될 것으로 본다"며 "북한이 과도하게 자기들의 위협해소와 체제보장을 (테이블) 앞에 놓으면 대화의 진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의 이같은 전략이 ICBM의 궁극적인 완성을 위한 시간벌기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익명을 요구한 북한 전문가는 "북한의 시간벌기에 대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다만 북한이 시간벌기에 들어가더라도 미국의 최대압박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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