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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백악관 출입기자가 말하는 북미정상회담 발표 전말

등록 2018-03-09 23: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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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웨스트윙 앞에서 트럼트 대통령과 면담을 나눈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18.03.09. (사진=청와대 제공) [email protected]
【워싱턴=AP/뉴시스】 김재영 기자 = 북한과 관련한 대단한 뉴스가 있을 것이라는 신호는 8일 오후(현지시간) 늦게 다름아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흘러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백악관 브리핑 룸 문을 살짝 열고 얼굴을 들이민 뒤 한국 관리들로부터 "대단한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언질을 준 것이다.

이어 ABC 기자 존 칼은 브리핑 룸 위층 웨스트 윙으로 가는 복도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마주쳤는데 여기서 대통령이 단서의 끈을 조금 더 길게 내보였다. 북한과의 대화에 관한 발표가 아니냐고 넘겨짚자 트럼프는 "그것보다 윗길이라 할 수 있다. 내 말을 믿어 봐라"고 말했다.

몇 시간 후인 워싱턴 시간 밤 7시(한국시간 아침9시)에 상호 절멸의 벼랑끝 위협 공방을 벌여온 지 수 년 만에 트럼프가 북한의 김정은과 얼굴을 맞대고 마주 앉기로 합의했다는 뉴스가 터져나왔다. 트럼프는 김을 "리틀 로켓 맨"이라고 여러 번 조롱했었다.

특히 이 뉴스는 예고된 텔레비전 생중계 방송이나 위풍당당한 이스트 룸의 공식 기자회견 형식이 아닌, 한국 국가안보실장이 백악관 현관 차량진입로에서 직접 전달하는 형식을 취했다.

그것도 어둠 속에서였다.

정의용 실장은 카메라 앞에서 2분도 채 안 되는, 진정 역사적인 성명을 읽었다. 카메라 뒤에는 감은 잡았지만 깊이를 모르는 출입기자들이 옹기종기 서서 봄밤 추위에 떨고 있었다.        

트럼프가 이날 낮 백악관 지하 브리핑 룸에 나타난 것은 취임 이래 처음으로 알려졌는데, 마침 그때 자리를 비웠던 기자들은 대통령이 왔다는데 무슨 말을 한 것인지를 알기 위해 미친듯이 사방을 건들고 쑤셔야했다. 백악관 관리들은 관리들대로 어디서 발표를 할지를 대부분 몰라 서로 알아보느라 정신들이 없었다.

본래는 백악관 새러 허커비 샌더스 대변인이 브리핑 룸에서 발표하는 것으로 방침이 세워졌으나 이내 북쪽 현관 진입로가 더 낫다는 것으로 계획이 바꿨다.

기자들이 취재원을 들쑤셔봤지만 국방부 관리들은 직전까지 한국 관리들이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마저, 아프리카 출장 중이긴 하지만, 수 시간 전까지 미국은 북한과 직접 대화를 하려면 아직도 먼 길을 가야 한다고 다소 동떨어진 말을 하고 있었다.

사실 이날 발표를 앞두고 북한에서 돌아온 한국 특사들이 백악관 관리들에게 북한과의 대화 내용을 브리핑한 사실은 다 알려졌으며 나아가 특사들은 상당한 내용을 흘리기도 했다.

몇몇 매체들은 오후 들어 정 실장이 김정은이 트럼프와 일대일로 만나자고 요청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추정과 보도는 딱 거기까지였다.

백악관 현관 계단 아래 방문 차량들이 들어오는 진입로에서 정 실장은 헤드라인을 발표했다: 트럼프가 5월 말 안에 만나기로 김정은의 초청을 수락했다.

이 뉴스가 터진 뒤 30분 정도가 지나서야 백악관은 샌더스 대변인 성명을 통해 트럼프가 실제로 초청을 수락한 사실을 확인해 주었다.

대뉴스를 맨처음 감질나게 살짝 흘렸던 트럼프는 출입기자들에겐 대혼란이었던 이날 사건의 끝 마무리 선수로 다시 나섰다. 말할 필요도 없이 트윗을 동원했다: "중대한 진전이 이뤄졌다 그러나 제재는 합의에 닿을 때까지 지속된다. 만남이 실제 계획되고 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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