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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 새 벌어지는 기묘한 인질극...이사카 고타로 '화이트 래빗'

등록 2018-04-24 17:12:26   최종수정 2018-05-08 09:3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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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일본 소설가 이사카 고타로(47)의 장편소설 '화이트 래빗'이 번역·출간됐다.

고타로는 '러시 라이프'(2002) '사신 치바'(2005) '골든 슬럼버'(2008)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국내에서도 열혈 독자층을 구축했다.

작가는 10대 시절 미국 소설가 아이라 레빈(89)의 '죽음의 키스'를 읽고 "언젠가는 독자가 읽다 깜짝 놀랄 만한 소설을 쓰고 싶다"는 자극을 받았다. 그런 마음으로 '화이트 래빗'을 완성했다.

센다이시 주택가를 무대로 단 하룻밤 동안 벌어지는 인질극을 밀도있게 그려낸 작품이다.

우사기타는 수상쩍은 유괴 전문 벤처기업에서 인질 매입 담당으로 일한다. 여느 때처럼 성실하게 근무한 뒤, 사랑스러운 아내와의 오붓한 시간을 기대하던 그에게 조직에서 전화가 걸려 온다. "네 아내를 유괴했다."

우사기타의 보스이자 아내 유괴범인 이나바는 "조직의 돈을 가로챈 컨설턴트 오리오를 찾아 데려오라"고 그를 협박한다.

주어진 시간은 단 하루. 다급해진 우사기타는 오리오가 머물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 센다이시 어느 단독주택에 침입하지만, 그곳에서 오리오 대신 무언가를 감추고 있는 듯 불안해 보이는 모자와 그보다 더 수상한 한 남자를 맞닥뜨린다.

아내를 되찾으려는 우사기타의 몸부림은 또 다른 인질극으로 이어진다. 뜻밖에도 빈집털이 겸 탐정 구로사와가 훗날 '흰토끼 사건'이라 불리는 이 연쇄 유괴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나쓰노메가 상상을 초월한 충격을 받았음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깊은 바다보다도 어두운 광경이 있다. 그것은 우주다. 우주보다도 어두운 광경이 있다. 그것은 소중한 사람을 잃은 자에 깃든 혼의 내부다. 신호를 무시해 아내와 딸의 목숨을 앗아 간 차, 그 차를 운전한 고령의 운전자, 그 고령의 운전자를 정신적으로 몰아붙인 점쟁이, 거듭 말하지만 마지막에 언급한 점쟁이에게는 법적 책임이 없다."

"인질범에게는 동료가 있다, 조직이다, 그 조직에게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목록이 있다, 그 목록에 실린 주소를 지도에 표시하자 오리온자리의 모양과 비슷해졌다, 단지 그뿐이다. 그게 이번 인질 농성 사건을 해결할 실마리로 이어지느냐, 절대 그럴 것 같지는 않다. 아니, 오리온자리 모양과 비슷하지도 않다. '악의 본거지가 밝혀진다느니 그딴 소리는 하지 마.' 오시마가 놀리듯이 말하자 오리오는 '가능성은 있습니다'하고 대답했다. 한순간 그의 코에서 콧김이 픽 새어 나왔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너무 엉터리다 싶어 웃음이 터진 것 아닌가 싶었다."

이사카는 "이번 소설을 쓸 때 내 작품 '러시 라이프'도 자주 생각났다"며 "'러시 라이프'는 지방 도시 센다이를 무대로 삼아 범죄를 그려 낸 미스터리 작품으로 '시간'과 관련된 트릭을 사용했다. '화이트 래빗'도 센다이를 무대로 삼아 범죄를 그려냈고 묘수를 준비해 뒀다"고 말했다.

"데뷔하고 나서 지금까지 마음 내키는 대로 다양한 스타일의 소설을 써 왔기 때문인지 미스터리 작가가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많지만 원래 '수수께끼'와 '묘수' '놀라움'이 가득한 미스터리가 좋아 소설을 쓰기 시작했으니 이번 '화이트 래빗'은 미스터리 작가인 내게 무척 소중한 작품이다."

김은모 옮김, 316쪽, 1만3800원, 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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