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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혁명 시작됐다⑤]신재행 수소얼라이언스추진단장 인터뷰

등록 2018-05-06 07:10:10   최종수정 2018-05-21 09: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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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맵에 따른 기술개발 필요…수소경제법 통과돼야"

"수소차 기술 세계 선두권…생산·보관·운송 기술은 미흡"

"수소는 바로 옆의 에너지…가정·산업 기간에너지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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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신재행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장이 4일 오후 서울 금천구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5.0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고군분투 중인 국내 수소산업의 한 가운데에는 민관협의체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이 있다. 지난해 초 발족한 수소융합얼라이언스는 '저탄소 수소경제' 조기 달성을 목표로 정부와 민간의 창구 역할을 하며, 정책과제·제도개선, 수소 보급 활성화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

 뉴시스는 지난 4일 서울 금천구 G밸리에서 위치한 수소융합얼라이언스 사무실을 찾아 신재행(58) 추진단장을 만나 국내 수소산업 현황과 과제를 들어봤다.

 신 단장은 산업통상부 가스산업과, 시장개척과와 지식경제부 지역경제촐괄과를 거쳐 2010년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운영지원과장을 지냈다. 2014년에는 산업부 경제자유구역기획단 개발지원팀장을 지냈으며 지난해부터 수소얼라이언스추진단의 초대 단장을 맡아 수소사회 실현을 위해 바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다음은 신 단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국내수소기술 수준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구분해서 봐야 한다. 자동차 분야를 이야기하자면 현대자동차가 수소차 시장을 이끌며 부품 국산화를 99% 정도 이뤘다. 현대차야 워낙 투자를 많이 하고 있고, 우수한 성과를 보이고 있어 문제가 안 되는데 문제는 충전소다. 충전소는 국산화율이 40% 수준에 불과하다. 가장 중요한 것이 압축 기술이다. 그런데 구축 비용 자체가 높아 충전소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충전소 핵심 기술력은 대부분 독일 린데나 프랑스 에어리퀴드 등에서 수입하고 있다. 생산면에서 보면 대부분 정유화학단지에서 나오는 '부생수소' 형태다. 중요한 부분이 물 전기분해인데 이 분야에서도 우리가 일본 등에 비해 뒤쳐져있다. 가장 이상적인 수소사회의 모습은 화석연료를 쓰지 않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물 전기분해를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물 전기분해 기술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저장기술 측면에서는 승용차용 저장 용기는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했지만 대량저장은 아직 힘든 부분이 있다."

 - 국내에서도 자동차를 위주로 수소산업이 발달하고 있고, 수소강국인 독일이나 일본도 공교롭게 자동차강국이다. 수소를 난방이나 산업에너지로 널리 활용할 날은 아직 멀었다고 보나.

 "현대차가 2003년에 세계에서 처음으로 수소차 양산 체계를 만들었다. 그러다보니 수소차는 기술 경쟁력에서 세계 선두권이다. 장점을 가진 분야를 최대한 살려 친환경 자동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2003년 노무현정부 당시 전 분야에 걸쳐 수소사회로 가자는 플랜을 짰었는데 그때 연료전지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도 어느 정도 이뤄졌고, 그 바탕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전기차 중심으로 보급이 되며 수소에 대한 관심이 많이 시들했었다. 최근들어 문재인 대통령이 수소차를 시승하고,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수소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최근 넥쏘 예약판매가 2000대 가까이 이뤄졌다고 들었다.

 수소 연료전지 역시 최근 발전소들이 지어지면서 보급이 확산되는 추세다. 연료전지 발전소는 소음과 매연이 없어 도심권에 짓기에 굉장히 장점이 많다. 연료전지 스택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발전 규모를 키울 때 부지면적을 늘리지 않고도 층을 높이면 된다. 환경오염이 전혀 없는데다 전기 뿐 아니라 열 에너지까지 나오기 때문에 전기와 난방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당연히 관리비도 적게 나온다. 부산 해운대와 서울 노을 등에 수소 연료전지 발전소가 지어졌고, 확산되는 추세다. 지방분권이 점차 강화되고 있는 만큼 에너지 분권도 점차 중요해지리라고 본다. 서울의 전기 자급률은 1.9%지만 충남은 200%가 넘는다. 지방에서 에너지를 생산하고, 수도권은 이를 사용하다보니 송전탑 등 갈등도 많다.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를 활용하면 도심에도 설치가 가능하고, 수도권과 지방간의 갈등을 해소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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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신재행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장이 4일 오후 서울 금천구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05.04. [email protected]
- 수소자동차 관련 기술은 세계 선두권이지만 보조금이 전기차에 비해 적고, 충전소가 부족해 국내 보급에 어려움이 많다.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보조금 관련된 부분은 정부의 추경에 반영되지 않았지만 국회에서 추가 반영해야 한다는 말이 계속 나오고 있다. 현재 국회가 열리지 않아 지체되고 있는데 논의 결과를 봐야겠지만 잘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충전소는 현재 11개(연구용 5개 포함)가 있는데 수소차 이용자들이 불편할 수 밖에 없다. 환경부 예산에 올해 10개 충전소를 짓도록 반영돼있고, 정부 보조금과 별개로 고속도로 휴게소에 8개를 짓겠다는 계획이 있어 기대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별도 계획도 있다. 계획대로만 되면 40개 정도가 지어질 수 있을 텐데, 그 정도는 아마 안 될테지만 최대한 계획에 가깝게 구축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최근 정부와 15개 기관이 수소충전소 설치·운영을 위해 특수목적법인(SPC) 설립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나.

 "지금까지는 정부만 예산을 투입해 보조금을 줬지만 이제는 수소 관련 민간 업계에서도 자율적으로 자금을 모으자는 취지로 SPC가 구성된 것이다. 잘 진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PC설립을 위해 설립위가 구성됐고, 11월까지 SPC를 설립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일본이나 독일은 주로 대기업이 참여하지만 우리는 중견·중소기업도 참여하고 있다."

 -석유화학단지에서 파이프라인으로 kg당 2000원 수준에 거래되는 수소가 수소튜브트레일러 등으로 먼 곳으로 운반되며 가격이 1kg당 8000원까지 뛰고, 충전소의 경우 운영비가 반영되면 가격이 더 높아진다고 한다. 수소에너지가 가격 경쟁력을 갖춰야 할텐데 이를 위한 방안이 있나.

 "부생수소가 생산되는 석유화학단지 인근이면 문제가 없는데, 수소를 운송하고 충전소를 구축해 운영하려면 이익이 나지 않는다. 수소차가 아직은 대중적이지 않아 수요가 적은 것도 문제다. 전기의 경우 한전이라는 큰 공기업이 있어서 저렴하게 공급해 해결했다. 그런데 수소는 큰 공기업이 없다. 가스공사가 대량으로 수소를 매입해 공급하는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가격을 인위적으로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인만큼 대량으로 구매해서 공급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일괄로 대량 구매해서 전체 충전소에 보내면 일반 충전소들도 기준가격을 고민해 움직이지 않겠는가."

 - 일본, 독일 등 선진국들이 수소산업을 선점하기 위해 빠르게 달리고 있다. 우리나라가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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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신재행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장이 4일 오후 서울 금천구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수소·전기차 번호판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5.04. [email protected]
"수소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는 자동차 뿐 아니라 수소 생산부터 이용까지 전 단계에 걸친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2030년, 또는 2050년까지의 장기적 그림과 목표를 세우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 지, 어떤 기술이 필요한 지를 분석해 중장기적이고 체계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수소산업과 관련된 연구개발(R&D), 규제, 개발, 과제 등이 각 부처에서 산재돼 추진되고 있는데, 이를 통합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 수소사회로의 이행을 추진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지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현재는 신재생에너지법에 수소와 연료전지가 신에너지로 들어가 있다. 태양광, 풍력 등 여타 재생에너지와 함께 취급되니 중점적으로 다뤄지지 못하고 있다. 수소에너지는 다른 재생에너지들과 달리 가정, 산업용 발전 등 모든 분야에서 기간에너지로 쓰일 수 있다. 현재 국회에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 주도로 '수소경제법'이 발의된 상태다. 수소경제 이행을 위한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목표에 맞춰 생산부터 이용단계까지 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법이 통과돼야 기본적 틀이 마련될 것으로 본다."

 - 수소융합얼라이언스 추진단장으로서 맹렬히 활동하고 있는데, 활동하며 느낀 점은?

 "수소에 대해 이야기하고, 알리다보면 거의 모두가 '좋은 에너지'라는 생각은 하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이 수소를 '미래 에너지'로 생각한다. 하지만 당장 수소차가 200대씩 운행되고 있고, 충전소도 11곳이 설치돼있다. 연료전지 발전도 이뤄지고 있다. 너무 먼 미래에너지로 생각하지 말고, 바로 옆의 에너지로 생각해야 수소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다. 수소는 우리 주변의 에너지다. 친근하게 생각하고,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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