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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韓경제⑤]무역전쟁·내수부진 '이중고'…순익 증가폭 둔화 '먹구름'

등록 2018-07-12 11:46:34   최종수정 2018-07-23 10: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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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안지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10일(현지시간) 2000억 달러(약 223조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계획을 밝혔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국현 기자 = 미중 무역전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내수 부진 여파로 국내 기업들이 실적에 먹구름이 끼었다.

증권가에서는 상장사들의 실적이 지난해보다 악화되지는 않겠지만 증가폭이 정체되거나 둔화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봤다. 내수 기업은 고용 부진에 따른 소비 위축 등으로 실적 기대감이 낮아진 데다 상장사 실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수출기업의 경우 미중 무역분쟁의 장기화 여부에 따라 순익 증가폭이 급감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2분기 실적 추정치, 올해 잇따라 하향

1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의 추정치가 있는 코스피 상장 122개 기업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지난 10일을 기준으로 45조342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2분기 이들 기업의 영업이익 41조5850억원과 비교하면 9%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증권사들의 실적 추정치는 지난해 말 50조2776억원에서 올해 3월 말 47조6895억원, 6월10일 46조 6984억원으로 지속적으로 하향되는 추세다.

이는 IT 대형주의 '형님' 격인 삼성전자의 영향이 크다.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은 올해 1월 15조6000억원에서 2분기 14조8000억원으로 줄었고 매출도 61조원에서 58조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로써 2016년 4분기부터 올 1분기까지 이어왔던 분기 연속 최대 영업이익 신기록 행진을 6분기로 마감하게 됐다.

코스피 상장사 전체 매출액과 영업이익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5%, 36%에 해당한다. 특히 삼성전자를 비롯한 IT 비중은 코스피에서 30.2%를 차지하고 있다. 코스닥시장에선 IT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비중이 30%에 달한다.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IT업종의 실적 부진이 상장사 전반의 실적 하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증권사들은 2분기 수출을 이끌던 반도체 등 IT분야의 성장세가 다소 둔화된 데다 환율과 원자재 가격 급등락, 무역 분쟁 등의 악재가 상반기 내내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실적 눈높이를 낮춰왔다. 미중 무역분쟁 등 보호무역주의로 철강과 자동차 분야는 타격이 예상되고, 내수 기업은 국내 경기 둔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둔화되며 한국의 수출 증가율도 빠르게 낮아졌다. 원화 기준으로는 2분기 한국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0.7% 하락했다"며 "수출 부진으로 코스피 매출액 성장률이 현재 예상치를 하회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글로벌 경기 개선 및 한국 수출의 회복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하반기 국내 기업들의 성장과 영업이익 증가에 대한 신뢰도는 크게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서동필 BNK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한국 수출 증가율은 완연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국내 소비증가율은 점진적으로 개선되는 모습이지만 여전히 전년비로는 개선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수입 물가 상승은 유가 강세에서 기인하고 있는데 수출 물가 하락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교역조건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교역조건이 빠르게 악화된다는 것은 결국 기업의 이익률이 하락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수출기업에 원화 약세 호재…무역전쟁 격화 땐 위험

고용 부진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내수 시장 분위기도 심각하다.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6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취업자는 2712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만6000명 증가했다. 하지만 취업자 수 증가폭은 5개월 연속 10만명 안팎에 머물고 있다. 고용 부진은 소득 부진과 소비 위축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내수 기업에는 악재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내수 부분은 고용도 좋지 않고, 여러 가지 지표가 최악이므로 (실적을) 기대하기 힘들다"며 "다만 내수가 국내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으므로 실적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수출기업의 실적을 가늠하는 무역분쟁이 하반기 실적의 최대 관전 포인트다. 지난 6일 340억 달러 규모의 미중 상호 관세 부과가 발효됐다. 이후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2000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산 수입품에 10%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했고, 중국은 즉각 반발하며 보복 움직임을 드러냈다. 미국은 이미 유럽연합, 캐나다와 보복관세를 주고받는 등 무역 전쟁은 확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김예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통화정책 정상화 기조를 이어가고, 달러 강세로 신흥국 통화는 약세를 보이는 등 신흥국의 금융시장은 위기에 봉착했다"며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가능성이 부각되고 국제 유가의 상승으로 원자재 수입국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이러한 흐름이 단기적으로 그치지 않고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우려스렵다"고 밝혔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되면 달러 강세 심화와 신흥시장의 자본 유출 확대가 시차를 두고 미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소비와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며 글로벌 경기 둔화를 불러올 수 있고, 금융시장은 약세장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수출 의존도가 높고, 환율에 민감한 한국 기업에 무역 전쟁 확산 우려는 부담이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상승해 수출 쪽을 보전하는 것을 제외한다면 국내 내수 경기도 둔화되고 있고, 세계 수출 물량이나 수출 단가도 상승세가 확대되기 어렵다"며 "지난해에는 전년도 부진에 따른 기저 효과도 작용했으나 올해는 기저 효과도 소멸되고 모멘텀도 둔화되고 있다. 하반기 환율 여건을 제외한다면 국내 기업의 이익 상장세가 하향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금융을 제외하면 수출 비중이 80% 정도 가까이 된다. 환율이 상장기업 전체로 놓고 보면 이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내수 기업의 경우 모멘텀이 둔화되고 있어 하반기 구조적 고용 부진을 압도할 정도의 경기 부야책 추진이 불가피하다. 수혜 효과가 집중되는 내수 업종에서 명암의 차별화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하반기에는 실적 증가 모멘텀이 정체되거나 둔화될 가능성이 조금 더 있다"며 "다만 삼성전자 등 대표 기업들의 펀더멘털이 좋아 경제적으로 체감하는 것보다 견조할 것이다. 4차 산업혁면은 구조적인 변화로 여기에 필요한 반도체 수요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삼성전자의 실적 안정성은 꽤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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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안지혜 기자 = 11일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6월 취업자 수는 2712만6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0만6000명 증가했다. [email protected]
◇트럼프 광폭 행보 제동 걸릴 것, 하반기 실적 회복

증권가에서는 미중 무역쟁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봉합될 것이라는 점에서 낙관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최근 미국 내 정치, 경제 관료들의 부정적 의견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자국이 피해를 입을 수준까지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환율과 국민총생산, 통화량, 외환보유고, 재정수지, 무역수지, 기업 펀더멘탈을 반영하는 실적 등 모든 수치가 비정상적인 구간"이라며 "무역 전쟁의 방향을 예측하기 어렵고, 장기화된다면 실물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다. G2 무역전쟁이 중국 경기에 영향을 주고, 중국의 익스포저가 크고,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에 손실로 작용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지난 1930년 당시 무역전쟁처럼 전개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1930년 무역전쟁 이후 교역량 줄고 대공황을 맞으면서 승자 없는 게임이 진행됐다"며 "미국과 중국이 언제 협상 테이블로 갈 것이냐가 관건이다. 11월 중간 선거를 염두에 두고 8월 말, 9월 초 사이에 북한의 비핵화 문제와 연관 지어 화해의 시그널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수출 증가세가 최근 수개월간 둔화되는 모습이나 여전히 증가세라는 점에서 보면 당장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이 수출과 기업 실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삼성전자도 2분기에 부진했으나 3분기에는 좋게 보고 미중 무역분쟁 이슈만 없다면 기업 실적 전망은 부정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중 무역분쟁은 패권 경쟁이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견제는 지속되나 부메랑이 되서 타격이 될 정도로 확산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며 "하반기 중에 미중이 타협점을 모색하면 실적도 원만한 회복세 유지될 것이다. 지난해 대비 올해 영업이익은 지난해 대비 10% 정도 늘어나고,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 3% 정도 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 다만 지난해 증가폭에 비해서는 약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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