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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통화규제 1년⑤]우리나라의 규제 갈 길은?...전문가들에 들어보니

등록 2018-08-01 05:30:00   최종수정 2018-08-13 09: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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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규제 갈 길 멀어…4차 산업혁명 생각하면 결단 내릴 때"

"해외 사례 참고해 세부적으로·명확하게 가이드라인 제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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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국내 대형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이 해킹으로 350억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도난당한 20일 오후 서울 중구 빗썸 을지로센터에서 한 직원이 근무를 하고 있다. 빗썸은 20일 오전 긴급공지를 통해 350억원 상당의 가상화폐가 탈취된 사실이 확인됐다며 당분간 거래 서비스와 가상화폐 입출금 서비스 제공을 중단한다고 밝혔다.빗썸 측에 따르면 이번에 유실된 가상화폐는 모두 회사 소유분이다. 2018.06.2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천민아 기자 = 1일 국내 최대 가상통화 거래사이트 빗썸의 실명확인 가상계좌 서비스가 중단됐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빗썸이 소비자 보호 등 농협의 내부 자체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재계약을 유예했다"고 밝혔다.

빗썸이 농협의 자체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한 데에는 명확히 정해진 국가적 지침이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표준이 될 수 있을 만한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이다.

뉴시스는 이번 '가상통화 규제 1년' 시리즈를 마감하며 지난 31일 가상통화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우리나라 가상통화 규제가 가야할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전문가들은 규제 미비 상황을 지적하는 동시에 해외 사례 등을 참고, 가이드라인을 확충해야 가상통화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는 것에 인식을 같이 했다.

우선 전문가들은 대체로 현재 한국 가상통화 규제가 4차산업혁명 신산업을 개척하기에 걸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암호화폐가 등장하면서 통화금융이 디지털 통화 금융으로 넘어가는 전환기라는 점을 정부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암호화폐를 인정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4차 산업혁명에 굉장히 중요한 기반기술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규제가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닌 애매한 상태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인호 한국블록체인학회장은 "가상통화가 뭔지조차 정의가 안 된 상태"라며 "규제가 없다고도 있다고도 할 수 없는 애매한 상태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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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박용만(왼쪽)  대한상의 회장이 30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51차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이날 정부는 가상통화 관련 규제를 다음으로 미뤘다. [email protected]
규제의 방향에 대해서는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다. 가상통화의 성격에 따라 세부적인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인 회장은 "가상통화를 세부적으로 정의해 그에 맞는 규제를 적용하는 스위스식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스위스는 페이먼트 토큰(지급수단형), 유틸리티 토큰(서비스이용형), 에셋 토큰(자산형)으로 가상통화를 나눠 규제하고 있다. 금을 담보로 발행하는 자산형만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강하게 규제하는 식이다.

오 회장은 '명확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규제의 명확성"이라며 "많은 해외 국가들은 어떤 게 되고 어떤 게 안 되는지 명확하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우선 가상통화의 성격이 화폐인지, 디지털 화폐인지, 금융자산인지 부터 확실하게 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규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면서도 가상통화를 다루는 부처간 영역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시각도 제기됐다. 홍익대 홍기훈 경영대 교수는 "형평성을 생각한다면 가상통화 거래사이트에 한국거래소, 선물거래소 등 만큼의 강한 규제를 적용해야 하는데 그렇게 된다면 산업의 싹을 자르는 식이 될 것"이라면서도 "가상통화에 개입하는 곳이 금융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등으로 영역이 분명하지 않다는 딜레마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문제가 됐던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는 거래사이트의 기준을 높이고 코인평가사를 도입하자는 방안이 제시됐다. 오 회장은 "우선 거래사이트에 해킹 방지 시스템이 갖춰져야 하고, 고객신원확인이나 자금세탁 방지 등의 장치가 있어야 한다"며 "또한 투자자들이 제대로 된 코인에 투자할 수 있도록 코인 평가사를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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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으로 참고할 만한 해외 규제 사례로는 '스위스'가 꼽혔다. 인 회장은 "스위스의 주크(Zug)시는 세심한 모니터링을 통해 스터디를 거쳐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며 "크립토밸리(Crypto Valley·소프트웨어 중심지인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가상통화 중심지가 되겠다는 뜻)가 된 주크시의 전체 인구는 4만 명인데 일자리는 4배에 가까운 11만 개"라고 말했다.

현재의 애매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한국이 시대에 뒤쳐질 수 있다는 걱정어린 목소리가 나온다. 오 회장은 "과거 시대에 맞는 생각으로 규제에 접근하다가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성공적으로 승선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에 비해 중앙정부의 태도가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인 회장은 "제주는 '제주블록체인아일랜드(JJBI)'라며 한국의 '몰타섬'이 되려는 노력을 하고 있고, 부산에서도 '크립토밸리'가 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며 "다가오는 결단의 시기를 중앙정부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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