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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신흥무관학교' 매진···군 뮤지컬 레퍼토리 될까

등록 2018-08-19 09:43:37   최종수정 2018-08-28 09:3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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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성규, 지창욱, 강하늘.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5년 만에 돌아오는 군(軍) 뮤지컬 '신흥무관학교' 티켓이 매진됐다. 9월9~22일 서울 용산동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공연하는 이 작품은 최근 티켓 예매에서 총 20회 공연의 표가 순식간에 팔려나갔다. 862석의 중형 극장인 데다 일부 좌석이 주최사인 육군 본부, 후원사에 제공된다는 것을 감안해도 주목할 만한 판매량이다.

현역으로 군 복무 중인 지창욱(31), 강하늘(28), 그룹 '인피니트' 멤버 성규(29) 등 상업 뮤지컬에서도 보기 힘든 스타 캐스팅이 큰 몫을 차지했다. 지창욱과 강하늘은 상병, 성규는 일병이다. 이들은 원캐스트로 나선다.

◇군 뮤지컬, 창작뮤지컬 지평 넓힌다

육군이 창작 뮤지컬을 제작한 역사는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8년 '제60주년 국군의 날'을 기념해 2000년 당시 DMZ에서 발생한 실화를 모티브로 한 뮤지컬 '마인(MINE)'을 선보였다.

2010년에는 흥남철수작전을 배경으로 한 뮤지컬 '생명의 항해', 2012년에는 6·25동란 당시 낙동강 전투를 소재로 다룬 뮤지컬 '더 프라미스' 등 창작 뮤지컬 3편을 만들었다.

자칫 무거운 소재와 함께 군에서 만들었다는 이유로 '촌스럽다'는 인상을 줄 수 있으나 대체적으로 '잘 만들었다'는 평을 들었다.

'신흥무관학교' 제작사는 뮤지컬 '헤드윅'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등으로 유명한 쇼노트다. '내 마음의 풍금' '사춘기' '마마 돈 크라이' 등의 작가 이희준, 뮤지컬 '신과 함께' '무한동력', 연극 '알앤제이' 등의 연출가 김동연, '트레이스 유'의 작곡가 박정아, '마타하리' '웃는남자' 등의 무대디자이너 오필영 등 각광 받는 창작진이 함께 한다.

프로 제작사, 창작진이 함께 한다는 것은 군 뮤지컬이 '웰메이드 창작물'로서 가능성을 내포한다는 뜻이다. 과거에도 '마인'의 예술감독을 설도윤 설앤컴퍼니 대표, '프라미스'의 연출을 '헤드윅' '광화문연가'의 연출가 이지나가 맡았었다.

이런 창작진을 무기 삼아 기존 상업 뮤지컬에서 드문 군을 소재로 스펙트럼을 넓혔다는 분석도 있다. 영화로 익숙한 박상연 작가의 소설 'DMZ'(1997)를 원작으로 한 '공동경비구역 JSA'을 비롯하 '여신님이 보고계셔' 등 군을 소재로 한 웰메이드 창작뮤지컬이 있었으나 남북 관계를 소재로 인간을 톺아본 측면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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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생명의 항해'에 출연한 주지훈
군 뮤지컬은 대중이 알기 힘든 군 관련 역사적 소재를 좀 더 톺아본다. 뮤지컬 '신흥무관학교'도 마찬가지다. 신흥무관학교는 독립운동사에서 중요한 존재다. 항일 독립 전쟁 선봉에 선 학교다. 뮤지컬은 이 학교를 소재로 일제에 항거하고 '백성이 주인이 되는 나라'를 건립하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친 평범한 청년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장경진 공연 칼럼니스트는 "군 뮤지컬은 창작 뮤지컬의 파이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면서 "창작 뮤지컬이라도 한국적인 것을 다루기 힘든데 군 뮤지컬은 자연스레 전쟁, 군대, 6·25 동란 등 소재를 다룰 수 있다. '신흥무관학교' 역시 독립 운동에 접근하는 데 새로운 가능성을 품고 있다"고 봤다.

김 연출은 '신흥무관학교'에 관해 "가장 뜨거운 청춘들의 이야기"라고 특기했다. "흔히 장병들을 '군인 아저씨'라고 하잖나. 근데 이번에 청춘들과 함께 하니까 '군인 아저씨'라는 말이 틀린 것 같더라. 신흥무관학교에 있는 어린 친구들과 같은 나이대 배우들이 그들이 느꼈을 감정을 함께 느끼고자 노력했다"고 밝혔다.

'신흥무관학교'의 제작비는 육군 예산 9억여원을 비롯해 약 18억원이다. 기존 상업 대작 뮤지컬에 비해 빠듯해 보이는 예산이지만, 군인 신분인 주역 배우들의 출연료가 없어 그 만큼 작품 자체 투자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군 뮤지컬 전작 '프라미스'는 제작비가 11억원이었다.

이런 군 뮤지컬의 생명력이 지속하려면 장기 공연은 필수적이다. 앞선 군 뮤지컬은 단기간 공연으로 끝났다. 장 칼럼니스트는 "군 뮤지컬도 레퍼토리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군 안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밖으로 나오는 것도 중요하다. 독립운동을 확장한 ‘신흥무관학교’가 그런 예"라고 짚었다. 

육군본부 문화영상과장인 심성율 대령은 "서울 공연 이후 연말까지 56회가량 지방공연을 돌 예정"이라면서 "내년 3·1절 100주년을 맞아 기념공연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일부 군인들의 무료 관람, 영상물로 만들어 군대 내 상영 등도 예정하고 있다.

◇군과 연예인들에게 모두 이득

군대는 한 때 최고의 연예기획사로 통했다. 인기 절정의 배우, 가수들이 비슷한 시기에 입대하면서 군을 알리는데 톡톡히 역할을 했다. 하지만 2013년 연예병사, 올해 연예의경이 폐지되면서 군에서 연예인을 통한 홍보나, 연예인들이 군 복무 도중 연예 활동을 경험하는 건 드문 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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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프라미스'의 이특, 김무열, 지현우
그간 군 뮤지컬에도 톱스타들이 대거 출연했다. '마인'에는 그룹 'HOT'의 강타와 양동근, '생명의 항해'에는 이준기와 주지훈, '프라미스'에는 지현우, 김무열, 그룹 '슈퍼주니어'의 이특 등이 나왔다. 내로라하는 공연제작사도 해내기 힘든 스타급 캐스팅이 역에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이번 '신흥무관학교'에 나오는 세 사람은 이미 무대를 오가며 실력을 다졌다. TV와 영화에서 유명한 배우인 지창욱은 '그날들' 등 뮤지컬로 호평받았다. 영화 '동주'로 유명한 강하늘은 2006년 뮤지컬 '천상시계'로 데뷔한 무대가 기반인 배우다. '내꺼 하자'로 유명한 한류그룹 인피니트의 리더 겸 메인보컬인 성규는 뮤지컬 '올슉업' '인더하이츠' '광화문연가' 등을 통해 뮤지컬배우로서 입지를 다졌다.

'신흥무관학교'에서 지창욱은 신흥무관학교의 뛰어난 학생 '동규', 강하늘은 신흥무관학교에서 훌륭한 독립군으로 성장하는 '팔도', 성규는 일본 육군사관학교 졸업 후 독립운동을 적극적으로 이끌어간 장군 '지청천' 역을 맡는다.

하지만 이들이 이름값으로 캐스팅 된 것은 아니다. 육군을 비롯해 해군, 공군까지 공문을 내려보낸 뒤 정식 오디션 절차를 밟아 뽑았다.

강하늘은 "본 부대에서 군생활을 하다 보면, 연극이나 연기 지망생들이 많다"면서 "모두에게 기회를 주지 못했지만 오디션을 통해 뽑힌 장병들과 함께 하게 됐다는 것이 가장 인상 깊다. 지금도 즐겁게 작업하고 있고, 그것이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 독거노인, 청소년 등을 위한 연극·뮤지컬을 공연해왔던 서울지방경찰청 연극단 '호루라기'에서 뮤지컬스타 조승우, 한지상 등이 동고동락하면서 실력을 키워온 일화는 유명하다.

장 칼럼니스트는 "배우, 가수의 직업 자체가 연속성을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2년 동안 활동을 못하면 타격이 클 수 있다"면서 "연기는 감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한데 군 생활 도중 배우들이 이번을 계기로 일의 소중함을 깨닫고 다시 의욕을 갖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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