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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건설한류⑦]난공사도 '척척'…싱가폴 건설역사의 한획 긋는 쌍용건설

등록 2018-09-13 08:00:00   최종수정 2018-09-18 09: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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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층 '래플스시티' 건설 영광 각종 공사수주로 이어져

선진건설사 이기는 원동력은 중심지키는 '현장관리능력'

국내 건설사와의 공동수주 통해 中 저가공세 따돌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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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뉴시스】이인준 기자 = "래플스 시티(Raffles City)를 보라. 한국인은 강인하다(tough)."

 '싱가포르의 아버지' 리 콴유 전 수상은 1985년 8월 독립 26주년 기념식에서 쌍용건설에 감사를 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관광인프라 확충을 위해 국책사업으로 1986년 완공된 래플스 시티는 기네스북에도 기록된적 있는 싱가포르 초고층 건물의 효시이자 쌍용건설의 현지 위상을 보여주는 건축물이다. 쌍용건설은 4개 거대 타워중 메인 건축물인 73층 규모의 '스위스 스탬포드호텔’의 기초공사에 레미콘트럭 1800대분의 콘크리트를 47시간 동안 쉬지 않고 타설하는 진풍경을 연출하며 현지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래플스시티 프로젝트의 성공으로 쌍용건설은 이후 마리나베이 샌즈호텔, W호텔 등 각종 고급 건축물은 물론 도심 지하철, 고속도로 등 인프라공사까지 도맡으며 세계 유수의 건설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쌍용건설의 저력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지난달 13일 방문한 싱가포르 도심 지하철 308공구 현장에 답이 있었다 .바로 악조건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현장 관리' 능력이었다.

 이 현장은 쌍용건설(지분율 75%)이 현대건설과 함께 지난 2016년 싱가포르 육상교통청(LTA)에서 약 3050억원에 수주한 공사다. 싱가포르 동부해안을 따라 늘어서는 도심지하철 노선 '톰슨 이스트코스트 라인' 13개 공구중 하나로 가장 난도가 높은 구간이다.

 1.78㎞ 길이에 터널 2개와 '마린테라스' 역사를 설치하는데 백사장을 매립한 지형으로 모래가 많고 지반은 연약했다. 일반적인 지하철공사보다 더 높은 수준의 보강작업이 필요했다.

 또 현장주변에는 이미 아파트 단지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공사에 필요한 장비조차 둘곳이 마땅치 않았고 공사가 진행되면 소음과 진동에 대한 민원 소요가 불보듯 뻔했다. 현장 위로는 왕복 6차선 도로가 지나가고 있었다. 이 곳은 출퇴근시간마다 막히는 상습 정체구간이었다.

 현장을 책임지는 류동훈 소장은 "악조건도 이런 악조건이 없었다. 이런 조건에서 어떻게 공사를 진행해야 하는지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고 술회했다.

 하지만 극한조건에서 쌍용의 관리 능력이 빛을 발했다. 쌍용건설은 공사시작전 치밀하게 작업구간을 나누고 매 시간단위로 구간별 공사 일정을 세분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모래지반에서 원활한 공사수행을 위해 채택한 '탑 다운(Top Down)' 방식의 공사기법은 고된 작업이었다.

 작업을 진행할 수 있는 지하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깊이 60m까지 파고 내려간뒤 모래지반이 무너지지 않게 양옆으로 연속벽을 세우고 나서야 공사가 본격화 될 수 있었다. 차량통행 문제도 큰 고비였다. 쌍용건설은 발주처의 요구로 도로 이용에 대한 지장이 없도록 도로를 옮겨가며 왕복 4차선을 만들고 남은 공간을 활용해 공사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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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마린테라스' 역사가 들어서는 구간은 아파트 밀집지역이어서 소음, 분진의 발생을 고려해야해 더 애를 먹었다. 현장주변에는 폐쇄회로(CC) TV 18개, 소음 측정기 13개를 설치됐다. 24시간 내내 감시체계가 가동됐다. 모니터링을 통해 민원 우려가 있을 경우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서는 방식이었다.

 류 소장은 "현장상황은 쌍용의 관리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이자 동시에 안전사고예방에 대해 오히려 더 많은 신경을 쓰게 하는 조건이었다"며 "운도 따랐지만 현장 직원들과 협력업체들의 도움으로 성공적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쌍용건설의 현장관리 능력은 발주처로부터 깊은 신뢰를 주고 있다. 쌍용건설은 지난 2017년 9월 '영국 왕립 재해예방기관(RoSPA) 안전보건 시상식'에서 최고 상인 골드 어워드(Gold Award)'를 받았다.
 
 하지만 싱가포르는 점차 과거의 영광만으로 자리를 지키기 힘든 시장이 되고 있다.

 세계 유수의 건설업체들은 싱가포르에 주목하고 있다. 도시국가로서 국토 활용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매립지, 항만 등의 공공 인프라 공사 발주가 꾸준히 나오고 있어 일감을 따내기 위한 건설사간 각축전이 벌어지는 중이다. 특히 중국업체들의 저가 공세가 거세다.

 쌍용건설은 국내 건설사들과 함께 위기 국면을 돌파해나가고 있다. 도심 지하철을 현대건설과 공동수주한데 이어 최근 대우건설과 함께 싱가포르 보건부(MOH)가 발주한 'WHC 종합병원'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류 소장은 "싱가포르도 건설사가 경쟁이 심화되면서 점점 현장에서 이익을 내기가 녹록지 않은 상황이 되고 있다"면서 "적정가격과 인력을 유지할 수 있는 현장관리의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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