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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혁파,이해관계 돌파해야④] 각국 신산업 '빅뱅'…韓, 규제에 '싹'부터 꺾여

등록 2018-09-13 14:30:00   최종수정 2018-09-18 09: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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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스타트업 급성장…'헥토콘' 탄생 기다리는 세계

한국은 유니콘 기업도 3곳 뿐…'스타트업'의 불모지 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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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4일 오후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 국화룸에서 열린 '신산업 규제혁신 토론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8.07.24.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email protected]
지난 6일 창사 17주년을 맞은 공감언론 뉴시스는 '파괴적 혁신'만이 위기의 한국호를 구해낼 화두라는 판단 아래 '혁신 없이 미래 없다는' 기획 시리즈를 한 달간 연재한다. 미국과 중국, 독일은 어떻게 규제를 혁파하고 금융의 물꼬를 돌려 벤처에 자양분을 주고 산업을 키우는지 살펴보고, 작금의 복합위기를 헤치고 한국호가 나아가야 할 길을 집중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① 복합위기 한국경제호(號)…왜 '파괴적 혁신'인가
② 산업정책의 틀, 다시 짜자
③승부처는 첨단 제조업
▲④ 규제혁파, 이해관계를 돌파해야
⑤ 벤처혁신, 게임산업처럼
⑥ 혁신의 물꼬, 금융서 튀워야


 【서울·선전(중국)=뉴시스】 박주연 오동현 기자 =  #1. 중국판 '우버택시'라 불리는 '디디'는 중국의 대표적인 대중교통으로 자리잡았다.

지난달 21일부터 25일까지 중국 선전 출장 기간 동안 이용했던 '디디 택시'는 우리나라의 '카카오 택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차량 외형은 우리나라처럼 'TAXI'라는 표시를 하지 않아 일반 차량과 구분되지 않는다. 내부엔 미터기가 부착돼 있어 목적지까지 거리에 비례한 요금을 부과할 수 있다. 특히 택시요금을 현금이나 신용카드없이 스마트폰으로 간편결제할 수 있어 편리했다.

 스마트폰 앱으로 택시를 부르면, 차량번호와 함께 기사의 운행일수와 사진 등의 정보가 나온다. 다른 점이 있다면 같은 장소에서 디디택시를 부른 사람들의 대기수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사람들이 많은 번화가에선 디디택시를 잡기 위해 1시간 이상 대기해야 하는 진풍경도 벌어진다. 그런데도 중국인들은 일반 택시보다 저렴한 디디택시를 선호한다.

 기업가치 10억달러(약 1조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을 뜻하는 '유니콘기업'. 미국의 여성 벤처투자자 에일린 리가 2013년 처음 사용한 용어다. 당시만 해도 스타트업이 기업가치 1조원을 일구는 일은 뿔이 하나 달린 전설 속의 동물 유니콘처럼 '상상 속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었다.

 하지만 5년만에 세상은 빛의 속도로 달라졌다. 이제는 기업가치 100억 달러 이상으로, 유니콘의 10배가 넘는 데카콘 기업이 16곳이나 생겼다.

 우버, 디디추싱, 샤오미, 메이퇀·뎬핑, 에어비앤비, 스페이스X, 플랜티르 테크놀로지, 위워크, 루닷컴, 핀터레스트, 플립카트, 리프트, 터우탸오, 드롭박스, 인포, DJI….

 인터넷과 모바일, 사회관계망(SNS)를 통해 세상이 24시간 촘촘히 연결되면서 소비자의 차별화된 욕구에 부응한 기업들은 유니콘을 넘어 데카콘으로 진화했고, 이제 세계가 기업가치 1000억 달러 이상 헥토콘(뿔이 100개 달린 유니콘)의 탄생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중국의 선전, 미국의 실리콘밸리, 이스라엘의 텔아비브 등에서 수천, 수만 스타트업들이 밤하늘을 환하게 밝히며 유니콘, 데카콘, 나아가 헥토콘을 향해 뛰고 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미국 투자분석업체 피치북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데카콘 1위는 기업 가치가 680억 달러(73조4400억원)로 추산되는 우버다.

 우버는 2009년 3월 '우버캡'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돼 단시간 내에 급성장했고, 글로벌 사회에 '공유경제'의 물결을 불러일으켰다.

 중국의 400개 이상 도시에서 4억명의 가입자를 대상으로 차량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디추싱'은 창립 3년 내에 기업가치를 100억 달러 이상으로 불린 대표적 '데카콘 기업'이다.

 디디추싱은 우버 중국지사를 인수하며 기업가치가 560억 달러(60조4800억원)에 이르는 아시아 최대 스타트업으로 성장했다. 공유경제를 기반으로 빠른 성장을 이룬 우버와 디디추싱은 자율주행과 빅데이터를 연구하며 또다른 빅뱅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토양은 상상 속의 동물을 좀처럼 허용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세계 유니콘 기업은 현재 261곳이다. 이중 미국 기업이 112개, 중국이 76개다. 특히 중국은 올해 상반기에만 무려 52개의 유니콘 기업을 배출할 정도로 무서운 속도를 보이고 있다. 3.5일마다 기업가치 10억 달러 비상장 기업이 한 곳씩 생기고 있는 것이다. 
 
 국내 유니콘 기업은 쿠팡, 옐로모바일, L&P코스메틱 등 3곳에 불과하다. 전체 유니콘 기업의 1.3%에 불과한 부끄러운 성적이다. 데카콘 기업은 전무하다. 한국이 '스타트업의 불모지'라는 혹평을 받는 이유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자율주행, 공유경제, 사물인터넷(LoT), 블록체인 등 신기술이 끊임없이 세상을 바꾸고 있지만 유니콘이 되기 위해 날아오른 한국의 스타트업들은 '전통 산업의 이해관계', '세상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구시대적 규제'에 부딪혀 속속 추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초단위로 급변하는 세상에 앞서갈 수 있는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구시대적 규제 시스템을 혁신하고, 이해관계를 타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계 관계자들은 스타트업 등 국내 산업의 성장을 막는 가장 큰 요인을 '규제 시스템'으로 꼽는다.

 우리나라는 허용되는 것들을 법 등에 나열하고, 이 외의 것들을 모두 허용하지 않는 '포지티브 규제 시스템'이 대부분 적용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산업 모델들이 벽에 부딪히고 있다는 지적이다. 

 포지티브 시스템을 도입한 국가의 경우 법 등을 개정해야 신기술 기반 사업을 할 수 있다. 금지하는 것들을 법 등에 나열하고, 이 외의 것을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시스템'을 채택한 국가에 비해 산업 발전이 느릴 수 밖에 없다.

 심야시간에 남는 전세버스로 귀가 방향이 같은 사람들을 태워주는 콜버스 플랫폼을 개발한 공유경제 스타트업 '콜버스랩'이 규제의 벽을 뛰어넘지 못하고 사업을 접었고, '한국판 우버'로 불렸던 승차공유 스타트업 '풀러스' 역시 불법 논란과 택시업계의 반발에 밀려 경영난으로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정부 역시 '네거티브 규제' 도입을 위한 논의를 수년째 이어가고 있지만 현실은 지지부진하다. 개별 법안에 대한 검토와 개정 없이는 원칙적 네거티브 규제 적용이 어려운데다 '네거티브 규제'로 인해 불거질 수 있는 문제에 대한 보호장치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학계 관계자는 "사람의 생명이 오가는 분야에도 무조건 네거티브 규제를 적용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며 "각 분야에 따라 기준을 구체적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국가들은 이 때문에 신기술 기반 사업모델이 시장에 정착할 때까지 일정 기간 규제를 면제해주는 영국의 '규제 샌드박스' 등 규제 예외 옵션들을 활용하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법 개정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통산업을 영위해온 사업자들과의 이해관계 충돌 때문이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위원회는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내기 위해 지금까지 4차례의 해커톤(마라톤회의)를 열었지만 차량호출·차량공유사업에 반대하는 택시업계의 불참으로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IT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산업의 성장은 글로벌 트렌드"라며 "전통산업을 영위하는 사업자들이 반대한다고 해도 늦어질 뿐 결국 국내에 들어올 수 밖에 없는 만큼 국내 산업을 살리기 위한 빠른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이해관계 충돌로 국내 산업의 성장이 늦어지면 둑이 터졌을 때 결국 해외 사업자에게 국내시장을 내줄 수 밖에 없다"며 "공유민박업 허용된다고 해도 에어비엔비를 이길 공유민박이 나타날 수 있겠느냐. 모든 신기술 기반 산업을 빼앗기기 전에 규제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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