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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당당위 운영자 "곰탕집 성추행, 증언만으로 처벌하는 시대"

등록 2018-09-30 15:18:03   최종수정 2018-10-08 09:2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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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27일 곰탕집 성추행 판결 규탄 집회 예정

"고발자의 일방적 증언만으로 처벌하는 시대"

"증거 없이 판사가 처음부터 유죄 추정 판단"

"피해자들 실제 발생…여러 사례 정말 무서워"

"일부 시민단체 여론 조성, 정부·사법부 편승"

"범죄자 예단 미투 운동, 원칙 없고 너무 위험"

"증거 확보해 구형하고 증거 입각해 판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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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곰탕집 성추행 사건 1심 판결에 대한 규탄 집회를 예고한 인터넷 카페 '당신의 가족과 당신의 삶을 지키기 위하여(당당위)' 운영자 김재준 씨가 28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인근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09.3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심동준 고은결 기자 = "마녀 사냥에 가까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과거 유신 시절에도 고문하거나 증거 조작은 했지만 최소한 증거는 만들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고발자의 증언만으로 처벌이 가능한 시대가 됐다."

 지난 28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인근 한 카페에서 만난 김재준(28)씨는 "증거 없이도 처벌 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됐다. 곰탕집 성추행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라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이른바 곰탕집 성추행 사건 1심 판결에 대한 규탄 집회를 예고한 인터넷 카페 '당신의 가족과 당신의 삶을 지키기 위하여(당당위)' 운영자다.

 곰탕집 성추행 사건은 지난해 11월 대전의 한 음식점에서 남성이 여성의 신체 일부를 만졌다는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개월의 실형이 선고된 사건이다. 선고 이후 피고인의 아내가 남편의 결백을 주장한 사연이 알려지면서 상당한 논란이 됐다.

 해당 사건은 현재까지도 온라인상에서 뜨거운 감자다. 여성의 진술만으로 유죄를 선고한 법원 판단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과 전후 정황을 봤을 때 충분히 성추행으로 볼 수 있다는 주장, 뚜렷한 물증이 없는 상황에서 실형 선고는 과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 등이 부딪히고 있다.

 ◇10월27일 혜화역 인근 첫 집회…"사법부가 처음부터 범죄자로 예단"

 "성추행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실형 선고가 가능한지 의문이라는 것이 대부분 회원들의 말이다. 여자와 남자 중 누가 거짓말을 했는지가 초점이 아니다. 추가적인 증거가 있어서 흑백이 가려진다면 좋은 일 아닌가. 그런데 판결문이나 온라인상에 올라온 폐쇄회로(CC) TV 화면들을 봤을 때 법원이 처음부터 남자가 범죄자라고 본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당위는 재판 결과가 불합리하다는 전제 아래 규탄 집회를 열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 8일 꾸려진 카페다. 개설 약 20일이 지난 30일 현재 회원 수는 5000명을 넘어섰다. 회원들은 대개 인터넷에 오른 판결 내용이나 누리꾼들이 올린 해당 음식점의 폐쇄회로(CC) TV 화면 등을 봤을 때 실형을 선고한 법원 판단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검찰은 벌금형을 구형했는데 오히려 법원이 형을 늘려 실형을 내렸다. 초범이라는 점도 반영되지 않았다. 법원은 죄를 뉘우치지 않았다고 했는데, 재판을 받으면서 본인이 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믿는데 어떻게 뉘우치나. 변호를 하려면 충분히 자신의 입장을 얘기해야 하는데도 그것을 두고 죄를 뉘우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은 명백하게 판사가 개인 감정을 갖고 있거나, 이미 결론을 내려둔 상태였다는 것이다. 가장에게 실형 6개월이면 사실상 그 가족이 망가지게 되는데 너무 성의 없게 판결했다고 느꼈다. 이후 법원이 낸 입장도 면피성 발언에 그쳤다고 본다."
 
 당당위는 다음달 27일 종로구 혜화역 인근에서 첫 집회를 예정했다. 집회 의제는 ▲사법부 규탄 ▲성평등 ▲반혐오다. 집회는 운영자 6명이 주도하고 회원 30여명이 분야별 업무를 돕는 방식으로 준비 중이다. 집회 장소로 서울역과 서초동 법원 인근 등도 거론됐는데, 최종적으로 혜화역으로 정한 것은 운영자 김씨였다고 한다.

 "당당위는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단체는 아니다. 처음에는 집회를 하자는 글을 보고 카페에 가입해 운영진으로 활동했다. 이후 카페를 개설하신 분이 개인 사정으로 그만두게 되면서 제가 운영자로 나서게 됐다. 당당위의 주장이 평소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이었기 때문이다. 운영진 중에는 여성도 있다. 굳이 성비를 기계적으로 맞추려고 하지는 않았다. 카페 회원들도 20%는 여성이다. 판결 규탄만 다루면 범위가 좁다는 말씀들이 있어서 카페에 글 써주신 분들의 말씀을 최대한 종합해 의제를 세 가지로 정리했다."

 "장소는 혐오로 물든 혜화역을 시민들에게 돌려주자는 취지에서 혜화역 인근으로 제가 정했다. 혐오에 반대한다는 의도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그 전에 혜화역에서 열렸던 '불편한용기' 측 집회는 전형적인 남성 혐오 집회 아닌가. 어느 쪽이 혐오 집회인지는 시민들이 와서 판단해주실 것이다. 사실 포스터만 비교해 봐도 평범한 시민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지 않겠나. 저희는 내부적으로 혐오에 반대하면서 물들 수 있는 혐오를 경계하고 있다. 카페에서는 혐오 발언이 있으면 격리소로 옮겨 운영진이 검토를 하고 있고, 집회 때는 최대한 미리 안내를 드리되 혹시 모를 현장 상황은 경찰과 협조를 통해 해결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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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곰탕집 성추행 사건 1심 판결에 대한 규탄 집회를 예고한 인터넷 카페 '당신의 가족과 당신의 삶을 지키기 위하여(당당위)' 운영자 김재준 씨가 28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인근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09.30. [email protected]
◇"정부, 사법부, 일부 단체가 증거 없이 처벌 받는 사회 만들고 있어"

 김씨는 당당위 집회에서 곰탕집 성추행 사건 판결 이외에 미투 폭로에 따른 수사와 재판을 비판하는 발언도 있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거짓 미투'를 언급하면서 양예원 사건과 박진성 시인에 대한 미투 폭로를 사례로 제시했다.

 "저희는 성범죄자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처음부터 범죄자 취급을 한다는 것이다. 미투만 해도 여성가족부는 피해자가 정해지지 않았는데 2차 가해라고 말한다. 무고죄는 바로 맞고소가 되지 않고, 검찰에서 실질적으로 조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 전에는 조심해야겠다는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직접 발을 담그고 여러 사례를 접하니 정말 무섭다고 생각했다. 양예원 사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신 분도 사실 사회적 압력에 의해 자살 당했다. 이런 피해자들이 발생하고 있으니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다."

 그는 특히 양예원 사건에 대해 '주장을 믿기 어렵고, 믿을 만한 추가 근거를 제시하지 않으면서도 다른 사람이 의문을 제기하면 2차 가해라고 위협한다'고 힐난했다. 또 "미투는 위험한 운동"이라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집회에서 거짓 미투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양예원 사건에서도 거짓된 증언이 많이 밝혀졌다. 유튜브를 통해 내용을 공개했는데, 공감을 좀 더 해주길 바란다면 관련된 증거를 더 꺼내놓거나 진실성이 느껴질 정황을 제시해야한다. 그렇지 않고 의문을 조금만 제기해도 2차 가해라고 위협하니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는 일부 시민사회단체가 여론을 조성하고 정부, 사법부가 미투 분위기에 편승하면서 증거 없이 처벌 받는 사회가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저는 여성가족부나 일부 유사 인권단체들이 증거조차 없이 누군가를 처벌할 수 있는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고 본다. 성범죄자 형량을 높여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어느 순간 증거 채택 방식이 바뀐다든지, 없었던 2차 피해라는 단어가 생긴다든지, 2차 피해가 있으니 무고죄 조사는 나중에 해야 한다든지 이렇게 된 것들은 압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희의 목표에 정치적 올바름을 가장한 유사 인권 단체에 맞서자는 내용을 넣었다."

 "미투는 위험한 운동이다. 증거가 크게 있는 것이 아닌데 일방적 증언만으로 사람들을 몰고 간 사례들이 있지 않나. 양예원 사건 수사를 받으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신 분의 동생을 만나봤는데, 증거가 안 나오니 계속 붙잡혀 있는 등 표적 수사라고 불릴만한 상황이 있었던 것 같다. 또 저희에게 합류해주신 박진성 시인은 거짓 미투의 피해자다. 정부나 여성단체에서 미투를 옹호하는 쪽이 많은데 이건 너무 위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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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성 시인. (사진=뉴시스 DB) [email protected]
◇유사 사례 취합해 후속 집회도 예정…"미투 통한 사회적 환기 이미 충분"

 당당위는 10월29일 이후 카페 등을 통해 유사 사례를 수집하고 후속 집회를 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거리에서 미투 폭로로 촉발된 사건 대상자를 범죄자로 예단하는 사회적 흐름을 비판하고, 성폭력 사건 또한 증거주의에 입각해서 사법처리해야 한다는 주장을 이어가겠다는 취지라고 한다.

 김씨에 따르면 현재 당당위 집회에는 박진성 시인과, '그 페미니즘은 틀렸다'의 저자 오세라비 작가 등이 뜻을 같이하고 있다. 그는 곰탕집 성추행 사건과 유사한 다른 사례들을 수집하고 이를 알리는 일련의 활동을 통해 점차 '성폭력 사건이라도 무죄추정이 원칙이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증거 없이 증언만으로 성범죄자로 몰린 분들이 많다. 카페에 제보 공간을 개설해 유사 사건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모아보려 한다. 한쪽만 옹호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100% 확신할 수 있는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실형이 나오는 것이 가능한지에 의문을 갖는 것이다. 원칙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무죄 추정이 기본 아닌가. 성폭력 사건이라고 해서 다른 악질적인 범죄와 증명 방법이 달라진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사법부, 정부, 각종 단체에 미투를 옹호하는 발언을 하면서 압력을 가하는 분들이 많다. 미투는 무조건 옳은가. 진실이라면 다행이고 정의 구현이 되겠지만, 아닌 경우에는 누구도 책임져주지 않는다. 검찰은 증거를 확보해 구형해야 하고, 사법부는 증거에 입각해 판결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 기본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 마녀사냥을 하자는 것이다."

 김씨는 귀갓길 열차에 오르기 위해 카페를 떠나기 전 "미투는 너무 위험한 운동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라고 거듭 말했다.

 "미투를 통한 사회적 환기는 이미 많이 됐다. 이제는 (정식으로 법적 절차를 밟아) 고소, 고발을 통해 문제를 제기해도 충분할 것 같다. 익명에 숨어서 거짓 미투를 하는 경우도 많지 않나. 그리고 먼저 공개적으로 주장을 꺼냈으면, 공개적인 비판도 마땅히 수용해야 한다. 2차 가해를 언급하면서 무고나 역고소, 고발을 못하게 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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