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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종 문화소통]1443? 1444? 훈민정음 창제연대, 어느 것이 맞나

등록 2018-11-06 06:02:00   최종수정 2018-11-13 08:4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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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 창제 관련 세종25년 때의 세종실록 기록들. ‘11월 신사삭(辛巳朔)’은 ‘12월 신사삭’의 오기이다.
【서울=뉴시스】 박대종의 ‘문화소통’

인류문명사에 있어서 세계적 보물인 훈민정음이 창제되어 그 빛이 세상에 최초로 기록으로써 드러난 때는 ‘계해년(癸亥年) 겨울’이다. 집현전의 대제학이었던 정인지는 훈민정음 해례본의 뒤쪽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증언하였다.

“계해년 겨울에 우리 전하께서 정음 28자를 창제하시고는, (신하들에게) 그 용례와 의미들을 간략히 들어 보여주시면서, 명칭을 훈민정음이라 하였다.(癸亥冬. 我殿下創制正音二十八字, 略揭例義以示之, 名曰訓民正音)”

정인지는 세종대왕 사후에 집현전 8학사 중 자신과 최항, 박팽년, 성삼문, 신숙주 포함 총 58명으로 구성된 세종실록 편수작업(1452~1454)의 총감독자로서 실록에 위 상황을 다시 한 번 더 기록한다. “세종 25년(大明 正統 8년=계해년) 음력 12월 30일(경술일): 이달에 주상께서 친히 언문 28자를 창제하였는데···이것을 일러 훈민정음(訓民正音)이라 하였다.”

이 세종실록을 통해, 훈민정음 해례본의 기록 ‘계해년 겨울’이 구체적으로 동짓달(음력 11월)이 지난 대한(大寒)달인 음력 12월임을 알 수 있다. 참고로, <사진>에서의 세종25년 기록 중, ‘朔(삭: 음력 매월 1일)’과 ‘춘정월 정사삭’, ‘십일월 임자삭’을 고려할 때, ‘십일월 신사삭’의 ‘십일월’은 ‘십이월’의 오기이다.

문제는 훈민정음이 창제된 계해년 음력 12월이 현대인들이 사용하는 서기 날짜로 따졌을 때 1444년 1월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천문연구원에서 제공하는 음양력변환계산을 이용하여 훈민정음 창제 기록날짜인 계해년 음력 12월 30일을 양력으로 변환하면, 1444년 1월 19일이라는 값이 나온다. 당시 계해년 음력 12월 1일부터 음력 12월 11일까지는 양력으로 1443년 12월 21일~31일에 해당되지만, 그 뒤 음력 12월 12일은 양력으론 해가 넘어가 1444년 1월 1일이 되니, 계해년 음력 12월 중 3분의 2가 1444년이다.

북한은 우리와는 달리 훈민정음 반포일이 아니라 훈민정음을 창제한 날짜를 기준으로 하여 매년 1월 15일을 ‘조선글날’로 기념한다. 앞의 글을 통해 다들 감 잡으셨겠지만, 북한에서의 창제기념일이 12월 아닌 1월인 이유는 세종실록의 음력 12월 30일(庚戌) 기록을 근거로 그레고리력으로 환산해본 결과, 음력 12월의 날짜 대부분이 양력으론 1월이었기 때문이다.

북한이 총 한 달의 기간 중에서 하루를 창제기념일로 선택한 날짜인 양력 1444년 1월 15일을 율리우스력으로 계산했다는 가정 하에 음력으로 검산해보면, 계해년 음력 12월 26일이 된다. 그러나 북한은 우리와 똑같이 1582년 이전의 연대들에 대해서는 율리우스력으로써 양력을 계산한다는 국제표준 양력법칙에 주의하지 않고, 율리우스력이 아닌 그레고리력으로써 양력 1444년 1월 15일이란 값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그 날은 음력으론 12월의 중간 무렵인 12월 17일(丁酉)이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문화재청에선 ‘훈민정음’에 대해 “세종실록에 의하면 훈민정음은 세종 25년(1443)에 왕이 직접 만들었으며”로,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선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뜻으로, 1443년에 세종이 창제한 우리나라 글자를 이르는 말”이라 정의하고 있다. 모두 ‘음력 12월’ 기록을 무시하고 단지 전체적 연도만 고려한 계산이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남북한 간의 통일은 이루어질 것이다. 그때가 되면 기념일 명칭과 날짜가 서로 다른 훈민정음 기념일 또한 다시금 의논하여 하나로 정해질 것이다. 생일이란 관점에서 볼 때, 상세한 설명서인 훈민정음 해례본이 완성된 날짜 보다는, 훈민정음 28자가 최초로 세상 밖으로 나온 창제일로 통합되는 것이 더 순리에 맞다고 본다.

대종언어연구소 소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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