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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결사회 '통신망 마비'에 올스톱...백업 부재·비용 절감 '도마'

등록 2018-11-26 10: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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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아현지사 D등급, 백업 체제 안갖춰

전국 56개 국사 중 27곳이 D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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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25일 서울 마포구 KT아현지사에서 관계자들이 전날 발생한 화재로 손상된 케이블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국현 기자 = KT 아현지사 화재로 '초연결사회'가 마비됐다. 유·무선 전화가 불통되고, 치안과 의료시설은 물론 카드, ATM 등 서비스가 먹통이 됐다.

KT 통신망 마비 사태의 배경으로 백업 시스템 부재와 비용 절감에 따른 인력 감축이 지목된다.

24일 오전 11시12분께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의 KT 아현빌딩 지하 통신구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는 3시간 30여분 만인 오후 2시30분쯤 불길이 잡혔다. 하지만 통신망 복구는 하루가 지나도 해결되지 않았다. KT에 따르면 25일 오후 6시를 기준으로 인터넷 회선은 97%가 복구됐지만 무선 복구율은 63%에 그쳤다.

이로 인해 아현지사 회선을 쓰는 서울 중구, 용산구, 서대문구, 마포구, 은평구 등 5개구 지역에 걸쳐 KT 이동전화와 인터넷, 유선전화, IPTV가 마비됐다. KT통신망을 주로 이용하는 카드단말기기 마비돼 상인들의 피해도 커졌다.

직접적 원인으로는 방재시설 미비가 지적된다.

불이 난 KT아현지사는 스프링클러 없이 소화기 1대만 배치돼 있어다. 현 소방법은 지하구의 길이가 500m 이상이고 수도·전기·가스 등이 집중된 '공동 지하구'인 경우 스프링클러, 화재경보기, 소화기 등 연소방지시설을 설치토록 했다. 하지만 불이 난 통신구는 통신망과 광케이블 등 통신설비만 설치된 '단일 통신구'이고, 길이도 150m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백업 시스템 부재가 통신망 마비에 따른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KT 아현지사 지하 통신구에는 전화선 16만8000회선, 광케이블 220조(전선 세트)가 설치돼 있었다. 하지만 아현지사는 전국의 주요 통신국사 가운데 D등급으로 분류됐다.

통신국사는 전국망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정부가 A, B, C, D 등 4개 등급으로 나눈다. A∼C등급은 통신망 손상 시 백업 시스템이 작동하도록 이원화돼 있지만 D등급은 의무조항이 없다. 전국 56개 통신국사 가운데 D 등급 국사는 27곳이다. 사실상 D등급 국사에서 또다시 화재가 발생하면 또다시 속수무책으로 통신 마비 사태가 불가피한 셈이다.

KT 오성목 네트워크 부문장(사장)은 25일 화재 현장을 찾아 "통신국사 가운데 중요한 국사들은 백업이 돼 있다. 그러나 아현지사는 D등급으로 백업 체제를 갖추고 있지 않다"며 "백업을 한다는 건 굉장히 많은 투자가 수반이 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처럼 네트워크에 문제가 생겼을 때 다른 통신사 망을 쓰는 것을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며 "구체화할 수 있도록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기간통신사업자는 시외통신망 및 주요시내통신망의 우회소통 기능을 확보하기 위해 자체통신망, 다른 기간통신사업자의 통신망 또는 자가통신망 등을 적절히 이용할 수 있는 운용계획을 수립·시행토록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KT의 통신망이 제대로 운용되지 않을 경우 SK브로드밴드나 LG유플러스의 통신망을 이용하는 계획이 부재하다.

한편 일각에서는 KT가 최근 비용 절감에 나서며 인력을 감축한 점도 도마에 올랐다. KT전국민주동지회는 성명을 통해 "민영화 이후 KT가 수익성 위주의 경영을 펼치면서 비용 절감을 위해 기존에는 지점별로 분산돼 있는 통신시설을 소수의 집중국으로 모으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며 "통신망을 집중하며 통신사고에 대한 대비책은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5개구 지역의 회선이 집중된 아현지점이지만 사고 당시 근무자는 단 2명에 불과했다"며 "인력구조조정을 위해 핵심업무를 모조리 외주화한 것도 신속한 피해복구를 어렵게 했다. 초기 대응의 문제, 화재시 백업 대책 부재, 피해복구 지연 등 안정성을 위한 투자는 도외시하고 비용 절감에만 급급한 황창규 회장의 경영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통신시설 전체를 대상으로 종합 점검을 추진하고, 통신사가 자체 점검하는 D등급 통신시설도 점검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또 500m 미만 통신구의 경우에도 통신사와 협의해 CCTV, 스프링클러 등 화재 방지시설을 설치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과기정통부 민원기 차관은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올해 말까지 근본적인 통신재난 방지 수습책을 마련하고, 이주 중에 관련 부처가 참여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겠다"며 "사고 발생시 우회로를 사전에 확보하는 등 통신사간 위기 상황 대응에 협력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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