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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진 화려한싱글은없다]결혼비용, 남성이 여성의 2배 이상···큰 적폐

등록 2018-12-04 06:02:00   최종수정 2018-12-04 11:3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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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결혼문화의 적폐청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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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웅진의 '화려한 싱글은 없다'

결혼비용이 2억원을 돌파한지 이미 오래다.

남녀 결혼비용을 보면 남성이 1억4000만~1억5000만원, 여성이 6000만~7000만원 정도이다. 남성이 여성의 2배 이상 결혼비용을 부담하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평균 초혼연령은 2017년 현재 남성 32.94세, 여성 30.24세이다.

33세의 남성이 1억5000만원을 모은다는 것을 현실적으로 생각해보자. 일반적으로 남성이 학업과 군복무를 다 마치고 나면 빠르면 20대 중반, 재수를 하거나 군복무 시기가 안 맞아서 시간 누수가 생기거나 하면 20대 후반이 된다. 그리고 운좋게! 바로 취업을 하고 평균 초혼 연령까지 5년 정도이다. 그 5년 동안 1억5000만원을 모을 수 있을까? 억 단위라서 계산이 안 된다면 1년에 3000만원을 모을 수 있을까?

모을 수 없다에 한표!

돈 없어서 결혼 못한다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지난 15년 동안 결혼커플은 연간 38만쌍에서 30만쌍으로 20% 이상 줄었다. 인구가 줄어서 결혼커플이 줄고 있는 게 아니다. 결혼을 늦게 하거나 안 하니까 결혼건수가 줄어든 것이다.

31세의 직장남성인 A씨는 취업한지 3년째로 5000만원 정도를 모았다. 3년에 5000만원이면 정말 선전을 했다. 하지만 A씨는 요즘 고민이 많다. 교제한 지 2년 된 여자 친구는 직장도 자리를 잡았으니 결혼을 생각해보자고 한다. 결혼자금을 좀 더 모으려면 시간이 걸리고, 그렇다고 퇴직하고 연금으로 빠듯하게 생활하는 부모님에게 손을 내밀 수도 없다. 그래서 여자 친구에게 넌지시 전셋집 마련하는 데 반반씩 돈을 내자고 말했다가 얼굴 붉히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남자가 집 하나 마련하지 못해서 여자한테 손 벌린다고 우리 엄마 아빠가 실망하실 거야.”

그녀의 이 한마디에 남녀평등에 대해 고민하고 반성하면서 함께 잘사는 방법을 고민하는 세상인데, 왜 결혼할 때 함께 살 집인데도 남자가 마련해야 하는지, 결국 대한민국 남자로 태어난 운명을 탓해야 하나 싶었다고 한다.

사실 A씨 같은 고민을 하는 남성들이 많다.

남자는 집, 여자는 혼수, 이 공식은 부모세대는 물론 요즘 세대 머리 속에도 박혀있다. 1970, 80년대만 해도 결혼비용은 보통 1000만원대였다고 한다. 부모님과 같이 사는 경우가 흔해서 결혼 비용 부담이 적었고, 분가를 하더라도 주택의 전세가가 500만원 정도였고, 형편껏 평수를 맞춰서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남성이 결혼비용을 전담했다고 해도 돈이 많이 안 들었으니 결혼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던 시절이다.

하지만 세대가 바뀌고, 세상이 변했는데도 수십년 전의 기준을 적용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더구나 전업주부였던 당시 여성들과는 달리 지금은 여성의 사회활동이 일반적이어서 경제적 능력도 된다. 그리고 1~2자녀 시대이기 때문에 부모님이 어느 정도는 딸의 결혼을 지원해줄 수도 있다.

남녀의 결혼비용 분담 비율이 지금의 70:30에서 55:45 정도로 여성이 조금만 더 부담을 한다면 결혼커플은 지금보다 10% 이상 늘어날 것이다.

남성 편을 들자는 게 절대 아니다. 시대에 역행하는 남성의 결혼비용 부담을 좀 더 줄여서 남녀가 함께 준비하고 시작하는 결혼이 된다면 하는 바람이다.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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