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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리우 '종이 동물원' 출간…SF 문학계 사상 첫 동시 3관왕

등록 2018-12-09 11:21:01   최종수정 2018-12-17 09:4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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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엄마는 식탁 위에 종이 덩어리를 내려놓고 손을 뗐다. 식탁 위에 주먹 두 개를 합친 크기의 조그마한 종이 호랑이가 서 있었다. 호랑이의 가죽은 포장지 무늬 그대로 흰 바탕에 빨간 사탕, 초록색 크리스마스트리가 점점이 그려져 있었다."('종이 호랑이' 중)

중국계 미국인 소설가 켄 리우(42)의 단편 선집 '종이 동물원'이 국내 번역·출간됐다. 대표작 '종이 동물원'을 비롯해 중·단편 소설 14편이 담겼다.

중국 북서부 간쑤성 란저우에서 태어난 리우는 11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에 이민했다. 하버드대 영문학과를 나와 마이크로소프트 등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한 뒤, 하버드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했다. 법무법인에서 변호사로 7년간 일했다.

대학 시절부터 습작을 시작해 수많은 단편을 쓴 그는 2002년 오슨 스콧 카드가 편집한 '포보스 SF 단편선'에 '카르타고의 장미'를 발표해 소설가로 첫발을 내디뎠다. 2011년에 발표한 단편 '종이 동물원'으로 SF·판타지 문학계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휴고상과 네뷸러상, 세계환상문학상 등을 모두 휩쓸었다. 3개 상을 동시에 받은 최초의 작가가 됐다.

2017년 '종이 동물원'으로 로커스상 최우수 선집상을 받으며 SF·판타지 문학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로 자리 잡았다. 현재 미국 보스턴에 거주하고 있다. 낮에는 기술 전문 법률 컨설턴트로 일하고, 밤에는 소설을 쓴다.

문화대혁명을 다룬 '종이 동물원'은 리우를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린 작품이다. 어린 시절, 선물 포장지를 사용해 종이 동물을 만들고, 생명을 불어넣어 주던 중국인 어머니와 그 아들에 관한 이야기다.

일본군의 731부대의 잔학성을 다큐 형식으로 그려낸 '역사에 종지부를 찍은 사람들', 패망하지 않은 일본이 강제징용을 통해 미국과 해저터널을 잇는다는 대체 역사물 '태평양 횡단 터널 약사', 서양 열강의 경제 침탈을 환상문학과 스팀펑크 장르로 다룬 '즐거운 사냥을 하길' 등 동북아의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을 SF 환상문학 장르에 녹여낸 작품들이 담겼다.

이 밖에도 개인의 모든 결정을 인공지능이 대신해 주는 디스토피아를 경고하는 '천생연분', 몰래카메라와 이와 관련한 사건을 추적하는 탐정을 그린 하드보일드 '레귤러', 인격을 가상현실로 복제해 체험하는 기계를 소재로 한 '시뮬라크럼' 등이 실렸다.

리우는 한 인터뷰에서 "내 작품은 대개 사적인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대표작 '종이 동물원'에 관해서는 "'부모라면 누구나 '아이에게 이해할 수 없는 존재로 보이지 않을까'하는 불안을 느끼는 것 같다. 이것이 이 이야기 주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첫째 딸이 태어나면서 부모가 된다는 것에 관해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로서 느끼는 한 가지 불안은 '내 아이가 나를 어떻게 볼까, 나를 이해할까, 내 삶에서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까?'다."

장성주 옮김, 568쪽, 1만5800원, 황금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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