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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가 그린 동성애...'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소돔과 고모라

등록 2019-01-17 10:33:18   최종수정 2019-01-28 10: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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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대신 나는 그에게 그날 밤 여러 번 벨이 울렸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어느 누구도' 누르지 않았으며 그 사실을 입증해 보일 수 있다고 했다. 벨이 울리면 경보 장치 '판'에 표시된다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내게는 거의 미친 듯이 울려 대는 소리가 반복해서 들린 듯했고, 그 소리는 여전히 내 귀에 울렸으며 앞으로도 며칠동안 더 감지될 것 같았다. 그렇지만 우리의 깨어있는 삶에서 잠이 잠과 함께 끝나지 않는 추억을 던지는 것은 매우 드물다. 그런 운석은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다. 만일 잠이 주조해 낸 것이 관념이라면, 그 관념은 되찾을 수 없는 미세한 조각으로 재빨리 분해된다. 그러나 나의 경우엔 잠이 소리를 만들어냈다. 보다 물질적이고 보다 단순한 소리는 더 오래 지속되었다."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1871~1922)의 장편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4편 '소돔과 고모라'(7·8권)가 번역·출간됐다.

모두 7편에 이르는 연작소설이다. 앞서 1편 '스완네 집 쪽으로', 2편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 3편 '게르망 쪽'이 출간된 바 있다. 민음사는 2022년 프루스트 사후 100주년에 맞춰 전 권 완역 출간을 준비 중이다.

정본으로 불리는 1987년 프랑스 플레이아드판을 번역본으로 삼았다. 김희영(70) 한국외국어대 프랑스어과 명예교수가 번역했다. 김 교수는 "길고 난해한 프루스트의 문장을 최대한 존중, 텍스트의 미세한 떨림을 살리는 데 중점을 뒀다"며 "독자의 이해와 작품의 올바른 수용을 위해 최대한 많은 주석 작업을 통해 문화적, 예술적 차이를 극복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소돔과 고모라'는 성경에 언급된 성적으로 타락한 두 도시에서 가져온 이름이다. 이 작품에서 화자 마르셀은 다양한 계기와 상황을 통해 동성애에 대한 주제를 이끌어 나간다.

앞 권에서 마르셀은 그토록 열망하던 게르망트 공작 부인의 만찬에 참석, 포부르생제르맹 귀족 사회와 맞닥뜨렸다. 마르셀은 게르망트 공작 부인을 기다리다가 샤를뤼스 씨와 젊은 재봉사 쥐피앵의 묘한 만남을 목격한다. 그 후 자신의 동성애적 성향을 깨달은 그는 게르망트 대공 부인이 베푸는 연회에 다시 참석, 죽음의 빛이 완연한 스완과 대화를 나눈다.

퓌스뷔스 부인의 시녀를 통해 성적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발베크에 돌아간다. 죽은 할머니의 추억이 불현듯 엄습한다. 그는 사교계에 홀려 할머니를 돌보지 않았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힌다. 알베르틴과 자동차로 발베크 근교를 산책하다가 베르뒤랭 부인의 만찬에 가기 위해 지방 열차를 타게 된다. 베르뒤랭 부인의 패거리와 조우해 샤를뤼스와 모렐의 관계까지 알게 된 데 이어 알베르틴의 고모라적 성향을 알고 충격을 받는다. 알베르틴에 대한 질투심에 사로잡힌 그는 어머니에게 편지를 보내 알베르틴과 꼭 결혼하고 말겠다고 선언한다.

김 교수는 "동성애에 대한 주제는 유럽 사회에서 19세기 말까지 드물게 다뤄졌다"며 "사교계나 예술계에서는 비교적 흔하게 알려져 있었지만, 보수적인 영국이나 독일에서는 금기시되거나 범죄로 취급받았다"고 전했다.

"프랑스 문단의 경우를 보자면 앙드레 지드가 '코리동'에서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공공연히 선언한 데 반해 프루스트는 보다 우회적이고 간접적인 방식으로 동성애를 극화한다. 동성애자는 '나'가 아닌 샤를뤼스나 생루, 알베르틴 같은 상상적인 자아들로서, 이런 수많은 가상의 출현을 통한 자아의 증식과 분산은 자서전 소설에 돌파구를 마련한 새로운 유형의 글쓰기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 7권 448쪽·8권 540쪽, 7권 1만5000원·8권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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