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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공습①]유럽 점령 후 韓 공략 속도…규제론 '고개'

등록 2019-01-30 09:00:00   최종수정 2019-02-12 09:5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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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국내 투자 규모 1500억 웃돌아

OTT도 방송법 규제에 포함..국내 사업자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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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국현 기자 = 유럽시장을 잠식한 넷플릭스가 한국시장 침투에 속도를 내며 국내 콘텐츠 업계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단순히 망 사용료나 수익 배분 논란을 넘어 고유의 콘텐츠를 앞세운 공략 확대라는 점에서 방송법에 따른 규제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2016년 한국에 진출한 후 2017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에 이어 드라마 '킹덤'과 예능 콘텐츠 '범인은 바로 너!'에 투자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tnN '미스터 선샤인'의 판권을 280억원에 구입하며 화제가 됐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투자한 금액은 1500억원에 달한다.

특히 지난 25일에는 한국 최초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인 킹덤을 전세계 190개국에서 동시에 오픈했다. 넷플릭스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올해 '좋아하면 울리는', '첫사랑은 처음이라서', '범인은 바로 너! 시즌2' 등을 선보일 계획이다.

업계에선 시작에 불과하지만 국내 콘텐츠 산업이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유럽 사례가 대표적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로이모건리서치에 따르면 영국 등 영어권 유럽국가에서 넷플릭스의 동영상시장 점유율이 83%에 달했다. 스웨덴과 핀란드 등 비영어권 유럽국가에서도 76%로 나타났다. 아직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 점유율은 9%에 그치는 것을 전해졌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지난해 자체적으로 제작해 방영하는 오리지널 콘텐츠에 80억 달러를 투자했고, 700여개의 신규 오리 지널 TV쇼 및 영화를 제작하는 등 콘텐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에서는 수익 배분이나 망 사용료 문제 등과 함께 방송법 개정 논의까지 불을 지폈다. 현재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측면에서는 방송의 역할과 같지만 인터넷을 통해 유통된다는 점에서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사업자'로 규정하고 있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방송법 개정안을 통해 넷플릭스 등 OTT도 방송사업자 지위를 부여토록 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넷플릭스와 티빙, 푹(POOQ) 등 OTT도 부가유료방송사업자로 편입된다. 다만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넷플릭스는 신고사업자, 실시간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푹과 티빙은 등록사업자로 분류된다.

최세경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OTT 서비스 규제의 핵심은 방송사업자가 제공하는 방송서비스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서비스를 식별해 '동일 규제'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라며 "콘텐츠 측면에서 전통적으로 방송서비스의 내용 규제가 인정되는 사회적 책임을 방송서비스 제공자에게 부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넷플릭스는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규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제시카 리 아시아태평양 커뮤니케이션 총괄 부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지금 상황으로서는 마무리된게 없어서 말할 게 없다"고 일축했다.

오히려 국내 OTT 업체들이 또 다른 역차별을 초래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강한 규제를 피하기 위해 실시간방송서비스 중단, 월정액 서비스 포기 등을 검토해 서비스 축소, 경쟁력이 저하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방송사들이 제공 중인 OTT의 경우 대부분 실시간채널을 포함하는 반면 넷플릭스 등 VOD 위주 서비스 대비 강도 높은 규제를 받는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해 국내 시장을 공략 중인 해외사업자 대비 신규시장 개척 단계의 토종 OTT가 규제리스크를 떠안게 되는 상황으로 역차별이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료방송 합산 규제 논의에서도 넷플릭스가 거론되고 있다. 합산규제를 반대 진영에서는 글로벌 OTT등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는 상황에서 합산규제를 유지할 경우 M&A를 통해 시장 파이를 키우는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합산규제란 IPTV, 케이블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시장에서 특정 사업자가 시장점유율의 33%를 넘지 못하도록 한 제도다.

황용석 건국대 교수는 "OTT는 정형화된 미디어 형태가 아니라 플랫폼 서비스이면서 생산과 소비 모든 영역에서 다양한 특성이 있다"며 "내수 산업에 대한 공공적인 접근을 취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국내 사업자들이 규제 대상이 되며 갈라파고스 효과를 만들 수 있다. 영향성 평가를 면밀히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상원 경희대 교수는 "다른 나라에서 넷플릭스가 들어왔을 때 세 가지 방식으로 대응한다. 넷플릭스와 손을 잡거나 국내 기업들끼지 전략적 제휴를 맺어 경쟁하는 방안, 직접 경쟁 서비스를 만들어 콘텐츠 투자를 늘리는 방법"이라며 "넷플릭스가 들어왔을 때 무조건 규제해서 반대하기보다는 국내 사업자가 발빠르게 대응하고 성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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