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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나무 것, 사람 아니라···리처드 파워스 '오버스토리'

등록 2019-02-15 06:12:00   최종수정 2019-02-25 10:3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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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지금은 밤나무의 시절이다. 사람들이 커다란 나무 몸통에 돌을 던진다. 성스러운 환호 속에서 밤이 그들 주위로 떨어진다. 이번 일요일에 조지아부터 메인까지 수많은 장소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위쪽 콩코드에서는 소로가 참여한다. 그는 지각을 가진 존재에게 돌을 던지는 듯한 기분이다. 자신보다는 좀 둔하지만, 어쨌든 친척 같다. 오래된 나무들은 우리의 부모이고, 어쩌면 우리의 부모의 부모일 것이다. 자연의 비밀을 배우려 한다면 더 많은 인류애를 키워야 할 것이다."

미국 작가 리처드 파워스(62)의 장편소설 '오버스토리'가 번역·출간됐다. 2018년 맨부커상 최종후보작이다. 프랑스에서 출간된 미국문학에 수여되는 미국문학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제명은 숲 상층부의 전체적인 생김새를 뜻한다. 인간과 숲에 관한 소설이다. 남북전쟁 전 뉴욕부터 20세기 말 태평양 북서부의 목재 전쟁과 이후에 이르는 이야기다.

비극적인 운명의 밤나무 초상사진 백 년치를 물려받은 화가가 있다. 이민자 아버지로부터 뜻모를 아라한의 족자와 나무가 세공된 반지를 물려받은 엔지니어 딸이 있다. 미공군 한 명은 격추당했다가 반얀나무 위로 떨어져서 살아남는다. 파티광인 대학생은 감전되어 죽었다가 공기와 빛의 존재들에 의해 되살아난다.

시민 극장에서 '맥베스'를 공연하며 움직이는 숲의 예언을 재현하기 전까지는 나무에는 관심도 없던 변호사와 속기사가 있다. 나무에서 떨어져 반신불수가 되었을지라도 컴퓨터 속 세계에서 더 생동감 있게 움직이는 학생이 있다. 청각과 언어 장애를 지닌 과학자는 나무들이 의사소통을 한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탄생수 단풍나무와 운명을 같이한다고 믿던 아이는 인간의 맹점에 눈을 뜨며 영악하게 자라난다.

소설은 각기 한 그루의 나무로 상징되는 아홉 인물의 개별적인 삶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나무의 부름을 받는다. 숲이 그러하듯, 이들의 삶은 예기치 못한 순간에 서로 연결되며 또 다른 거대한 이야기 숲을 이룬다.

"그녀는 그에게 말한다. 모든 것은 다른 것들에 의존한다. 오래된 숲을 필요로 하는 들쥐 종이 있다. 이 들쥐들은 썩은 통나무에서 자라는 버섯을 먹고 포자를 다른 곳에 배설한다. 썩은 통나무가 없으면 버섯도 없다. 버섯이 없으면 들쥐도 없다. 들쥐가 없으면 포자도 퍼지지 않는다. 포자가 퍼지지 않으면 새로운 나무도 없다."

"여기는 나무가 끼어 사는 우리 세계가 아니다. 나무의 세계에 인간이 막 도착한 것이다." 김지원 옮김, 704쪽, 1만8000원,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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