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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백년과 여성]①저평가 받는 항일 독립영웅들…존재조차 잊고 있었다

등록 2019-02-18 11:00:00   최종수정 2019-02-25 09:3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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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독립유공자 357명…전체의 2% 불과

자금 전달책, 정보원 역할 등 활약 저평가

그동안 여성 독립운동가 관련 기준 부재

민간단체 "국가적 차원에서 체계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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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2.8 독립선언과 3.1 혁명 100주년을 맞아 지난 8일 오후 서울 중구 배재어린이공원에 설치된 항일독립운동여성상 모습. 2019.02.0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최현호 기자 = 일제 강점기 민족 최대 독립운동인 3·1운동이 올 해로 100주년을 맞게 됐다. 100년 전 그날, 전국 방방곡곡에 울려펴진 "대한독립 만세" 외침은 우리 나라 항일 운동 역사를 바꾼 분수령이 됐고, 그 주인공은 일제에 극렬히 저항했던 독립운동가들이었다. 

그런데 항일운동에 나선 독립운동가 중에서 여성들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실태를 보면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현재까지 포상을 받은 여성 독립유공자는 총 357명에 불과하다. 포상을 받은 전체 독립 유공자가 모두 1만5180명인 점에 비춰볼때 여성 독립 유공자는 2%에 불과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은 숫자의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독립 운동 전반 곳곳에 포진돼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여성독립운동연구소에 따르면 아직 발굴되지 않은 수많은 여성 독립운동가들은 당시 음식·의복을 마련해 지원하는 것은 물론, 독립 자금을 전달하는 전달책 또는 정보를 수집하는 정보원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특히 전달책이나 정보원 임무의 경우 여성이 남성보다 의심의 눈을 피하기가 훨씬 용이했기 때문에 여성 독립운동가들은 이 부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다.

최근 연구소가 발굴한 여성 독립운동가 38명 명단을 봐도, 이들은 대부분 지역공작대 내에서 정보수집과 자금 전달 등의 임무를 수행했다. 해당 명단에 대해선 현재 연구소 측에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여성 독립 운동가들은 왜 그동안 상대적으로 조명을 받지 못했을까.

가장 큰 이유로는 여성 독립운동가 발굴에 대한 기준 자체가 없었다는 점이 꼽힌다.

민간 독립운동 단체 등에 따르면 1960년대 정부의 독립운동가 발굴 초기 당시 그 대상은 큰 규모의 독립운동 단체 지도자급이 중심이었다. 여성 독립운동가들은 지도자급 독립운동가 등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명단에 포함된 사람들 정도만 서훈을 받는 데 그쳤다.

이와 관련해 보훈처는 지난해 여성 독립운동가 서훈 기준을 일부 손질하는 작업을 진행하긴 했다. 여성·학생 독립운동가의 경우 옥고를 3개월 이상 지내야 인정해 주는 기준이 있었는데, 이를 없애는 방향으로 기준을 완화한 것이다.

보훈처 관계자는 "아무리 독립운동을 많이 해도 옥고 3개월이 안되면 그동안 서훈이 안 됐는데, 그 기준을 없애면서 학생들이 정학이나 퇴학 받은 것도 다 인정되고 여성들도 자연스럽게 인정이 되고 있다"면서 "현재 작업 초기 단계"라고 설명했다.

심옥주 한국여성독립운동연구소 소장은 "2013년 6월 발표된 전체 여성독립운동가 현황 논문 발표 당시 223명이었는데, 6년 정도 흐른 상황에서 357명이면 많은 숫자가 증가한 것"이라면서 "그런 면에선 작년과 올해를 거쳐서 추가적인 발굴은 많이 된 것이고,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타까운 건 발굴 숫자가 이렇게 급격히 늘어날 정도인데 왜 전엔 안했나 하는 부분"이라면서 "앞으로도 많을 것인데, 국가적 차원에서 룰을 만들고 체계화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현재 한국여성독립운동연구소 측은 올해 3·1 운동 100주년을 맞아 여성 독립운동가와 관련한 다양한 행사와 정책을 추진 중이다.

먼저 연구소는 관계부처에 여성 독립운동 연구센터 마련을 제안하고 있다. 유일한 서훈 심사기관인 보훈처를 넘어 민관 소통 체계를 구축하고, 여성 독립 운동가에 대한 전체적 기준 등을 마련하는 창구를 확보하기 위한 일환이다.

또 ‘무명 여성 독립운동가 기념탑’ 건립도 추진 중이다. 우리가 놓쳐 온 무명 여성 독립운동가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취지로, 현재 부지 선정 정도까지 논의된 초기 단계다. 다음달 8일과 9일에는 광화문 광장에서 국내외 청소년들이 그린 여성 독립운동가 그림 100점 전시 행사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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