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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평가에도 줄지 않는 영어 사교육비…어떻게 해야 하나

등록 2019-03-12 11:44:03   최종수정 2019-03-12 11:4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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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초·중·고 주요과목 중 영어 사교육비 증가율이 最高

들쭉날쭉 한 난이도·1등급 확보 경쟁 등이 원인으로 꼽혀

"난이도 낮추고 교육과정 기반으로 문항 출제해야" 주장

"작년 수능 어려워 올해 사교육 더 기승 부릴 것"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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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뉴시스】= 지난해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응시한 수험생들.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됐음에도  고교 영어 사교육비는 오히려 전년보다 1만원이 오른 8만7000원을 기록했다. 2018.11.15. (뉴시스DB)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구무서 기자 = 경쟁을 완화하고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영어 영역을 절대평가로 바꿨지만 사교육비는 여전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의외의 결과라면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12일 통계청과 교육부가 공동으로 작성해 발표한 '2018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등학교 학생 1인당 월평균 영어 사교육비는 8만5000원으로 전년도보다 6000원 늘었다.

이 중 수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고등학생의 1인당 영어 영역 사교육비는 8만7000원이다. 전년도 같은 통계자료에는 7만7000원으로, 1년 사이 1만원이 더 올랐다. 고등학교를 기준으로 하면 주요영역 중 수학이 전년도 10만9000원에서 지난해 11만8000원으로 9000원 올랐고, 국어는 2만7000원에서 3만5000원으로 8000원 올랐다.

절대평가로 전환했음에도 주요 과목 중 영어 사교육비가 전년대비 가장 많이 올랐다.

중학교와 초등학교에서도 영어 사교육비가 오르긴 마찬가지다. 중학교는 1인당 월평균 영어 사교육비가 지난해 11만2000원으로 전년도 10만5000원보다 7000원 올랐으며 초등학교는 같은 기간 6만7000원에서 7만원으로 3000원 증가했다.

영어 영역은 2018학년도부터 절대평가로 전환돼 지난해까지 두 차례 절대평가로 치러졌다. 교육부는 2014년 ▲사교육비 부담 완화 ▲불필요한 학습 부담 완화 ▲서열에 따른 경쟁 완화 등을 이유로 영어를 절대평가로 바꿨다.

결국 이날 공개된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보면 영어 절대평가라는 제도 도입 목적과 결과가 반비례한 셈이다.

서울교대 영어교육학과 홍선호 교수는 "영어가 절대평가가 되면서 학원가의 영어 과목 수입 비중과 대학에서 평가하는 영어 비중이 줄었는데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며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할지 연구해볼 필요가 있겠다"고 말했다.

상명대 영어교육학과 박거용 교수는 "절대평가 전환 후 고교에서 영어 수업을 줄이는데 반해 여전히 대학에서 영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은 사교육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교 교사들은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되면서 오히려 사교육을 더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서울문일고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김혜남 교사는 "취지와는 달리 90점만 넘기면 1등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중위권 학생들까지 사교육이 퍼지는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영역이 상대평가로 유지된 데 반해 영어만 절대평가로 바뀐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김 교사는 "국어와 수학에서 변별이 생겨 상대적으로 영어에서는 등급을 꼭 확보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며 "수시에서 최저등급기준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영어는 등급을 꼭 확보해야 하는 영역이 됐다"고 지적했다.

들쭉날쭉한 영어의 난이도가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따르면 2018학년도 수능에서 영어 1등급은 전체 응시생의 10.0%에 달하는 5만2983명인데 반해 2019학년도 수능에서는 5.3%, 2만7942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서울 신현고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김현 교사는 "난이도 조절에 실패하면서 학생들은 특별한 영어수업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며 "지난해 수능이 어렵게 출제됐기 때문에 올해도 사교육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통계는 2019학년도 수능이 치러지기 전 조사자료다. 10.0%가 1등급을 확보했던 쉬운 수능이 치러진 이후 난이도가 급상승할 것이라는 우려에 사교육비가 늘어났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구본창 정책국장은 "절대평가임에도 여전히 문항의 난이도가 높기 때문"이라며 "절대평가 취지에 맞게 난이도를 조절하고 교육과정을 기초로 한 문제를 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해남 교사도 "EBS연계가 최근 들어 간접연계로 바뀌면서 난이도가 높은데 예전처럼 EBS연계를 더 늘리면 사교육비 경감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만 영어만 난이도를 낮추면 다른 과목에 사교육이 쏠리는 풍선효과가 우려되기 때문에 다른 과목까지 절대평가를 하거나 난이도를 낮추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현 교사는 "교육과정평가원에서 영어 1등급이 10%가 나왔을 때 입장을 명확히 밝혔어야 했다"며 "영어 절대평가의 취지와 어느 정도로 1등급을 부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지 정확히 인식을 시켜줘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영어 절대평가는 사교육비와 밀접한 것은 아니고 본질적인 교육의 요소를 향상시키기 위한 방향"이라며 "단순히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절대평가 제도를 도입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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