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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사미'로 끝난 뮬러 특검…민주당·언론 '패자'

등록 2019-03-31 05:00:00   최종수정 2019-04-01 09:5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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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의혹 '러시아 스캔들' 증거부족…민주당 '난감'

특검 수사 보도해온 美 주요 언론들도 타격 불가피

트럼프, 2020년 대선서 수사결과 적극 활용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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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 플로리다주 팜비치 개인 별장에서 주말을 보내고 24일(현지시간) 백악관으로 돌아와 기자들을 상대로 발언하고 있다. 2019.03.27.
【서울=뉴시스】김난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탄핵론까지 불러왔던 로버트 뮬러 특검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가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왔다. 특검이 가장 중요한 혐의였던 러시아와의 대선개입 공모 의혹에 대한 증거를 찾지 못하면서, 지금껏 트럼프 대통령을 괴롭혀온 수사는 거꾸로 특검을 비호해온 민주당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러시아 공모 증거 못 찾아…트럼프, '완전면죄' 선언

2016년 대선 당시 러시아의 미국 정치개입 시도에 대한 트럼프 캠프의 공모 의혹은 미국의 주권 위협이라는 점에서 핵심적인 탄핵 사유였다.

특히 러시아 스캔들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대선 가도에 적잖은 타격을 입혔던 '이메일 스캔들'과도 연관된 만큼, 민주당에선 수사결과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 당선무효까지 끌어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22개월이라는 장기간 수사 끝에 뮬러 특검은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 및 그 지인들을 추가 기소하지 않기로 했다. 추가 기소를 진행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다.

구체적으로 특검은 러시아의 인터넷리서치에이전시(IRA)를 통한 미 대선 영향력 행사에 트럼프 캠프 관계자가 연루됐다는 의혹, 러시아 정부의 힐러리 이메일 해킹 및 위키리크스 폭로 관련 트럼프 캠프 인사들의 공모 및 결탁 의혹 등에 대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이같은 특검 수사결과로, 그간 뮬러 특검을 "마녀사냥"이라고 비난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여론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사결과를 전해들은 직후 "완전하고 전면적인 면죄를 받았다"고 선언했다.

◇사법방해는 판단유보…민주당, 보고서 원본공개 추진

난감해진 건 민주당이다. 탄핵 가능성까지 배제하지 않고 특검 수사결과를 기다려온 민주당은 당장 여론의 역풍에 직면했다. 지난 18일 발표된 USA투데이와 서퍽대학 공동여론조사 결과 이미 응답자 50%는 특검 수사가 마녀사냥이라는 트럼프 대통령 주장에 동의했다.

다급해진 민주당은 일단 특검이 결론을 유보한 사법방해 혐의로 공세 초점을 옮겨가는 모양새다. 바 장관은 특검 보고서 요약본에서 "대통령의 행동과 의도를 사법방해로 볼 수 있는지와 관련된 법상, 사실관계상 어려움에 대한 특검의 시각은 '미해결' 상태로 남겨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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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AP/뉴시스】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25일(현지시간) 민주당 하원의원들과 회동한 뒤 의회를 빠져나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러시아 스캔들 특검 수사결과가 증거불충분이라는 결론으로 끝나면서 그간 강한 공세를 펼쳐온 민주당도 난처한 입장에 놓였다. 2019.03.26.
민주당은 이같은 바 장관의 요약본 설명이 주관적이라고 공세하며, 특검 수사결과 보고서 원본 공개를 주장하고 있다. 보고서 원본을 통해 특검이 판단을 유보한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 혐의 유죄 여지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보고서 원본이 실제 공개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와 관련, 바 장관은 의회에 제출한 요약본에서 "형사절차법상 정보공개에 관한 연방 규칙에 따라 특검 보고서는 비밀보고서가 될 것"이라며 원본 공개 가능성에 거리를 뒀다.

대신 미 법무부는 일반 대중에게 공개할 '일반 공개용 보고서'를 준비 중이다. 법무부는 원본 보고서 중 현재 진행 중인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은 추려내고 문구 일부를 수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수 주 내에 보고서를 공개할 방침이다.

그러나 일반 공개용 보고서 역시 트럼프 정부 손길을 거쳤다는 점에서 객관성 시비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일단 제리 나들러 하원 법사위원장 등 6개 위원장 명의의 서한을 통해 오는 4월2일까지 보고서 원본을 제출하라고 법무부에 요구한 상황이다.

◇트럼프, 역수사 나설까…2020년 대선엔 적극 활용 전망

트럼프 대통령 진영에선 특검 수사결과를 전화위복 계기로 삼으려는 태세다. 당장 2020년 대선 국면에서 '민주당의 마녀사냥'이라는 프레임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CNN은 이와 관련, 6명의 트럼프 대통령 참모 및 보좌관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은 특검 수사와 민주당의 끊임없는 범법행위 주장, 언론 보도를 새로이 포장할 계획"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수사결과를 무기화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 진영은 또 소셜미디어 플랫폼 등을 통해 특검 수사결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나섰다. 특히 러시아와의 공모 의혹을 언급했던 주요 민주당 인사들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도 배포하고 있다.

아울러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오랫동안 자신을 괴롭혀온 특검 수사 추진 책임자들을 역수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뮬러 특검에 대해 "높은 지위의 인물로부터의 지시로 시작됐다"고 주장하면서 역수사 추진 여부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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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AP/뉴시스】윌리엄 바 미 법무장관이 의회에 제출한 러시아의 2016년 미국 대선 개입 여부에 대한 로버트 뮬러 특검의 조사 보고서 요약분을 담은 서한의 복사본. 바 장관은 이 서한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선거대책본부가 러시아와 공모했다는 혐의는 입증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그러나 바 장관이 중립적 관찰자가 아니라며 보고서의 완전한 공개를 촉구했다. 2019.3.25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백악관 참모진 일부를 뮬러 특검 추진 책임자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호건 기들리 백악관 부대변인은 법무부에 민주당 상대 수사를 요청할 계획이 없다고 발언한 바 있다.

◇진정한 패자는 언론? 美 주요언론 타격 불가피

한편 이번 수사결과는 정치권을 넘어 미국 언론계에도 적잖은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CNN과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 트럼프 대통령에 비판적인 자세를 고수해온 주요 진보 언론들이 이번 수사결과로 난처한 입장에 놓였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특검 수사와 관련된 그간의 언론보도들을 추려서 유포 중이다. 더힐은 이와 관련, "주류 언론들이 기정사실인 듯 보도했던 수많은 의혹들이 증거부족으로 결론이 나면서, (언론이) 거꾸로 공격을 받게 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자신이 애용하는 트위터를 통해 "주류 미디어는 전세계적으로 가짜이고 오염됐다는 경멸을 받고 있다"고 직접 대언론 공격 포문을 열었다. 그는 "그들이 진정한 국민의 적이고, 야당의 적이기도 하다"고 비꼬았다.

2020년 대선 국면이 이제 막 시작됐다는 점에서 미 주요 언론들은 이번 특검 수사결과가 더욱 뼈아플 것으로 보인다. 대선 국면에서 나오는 트럼프 대통령 상대 비판성 보도들이 미국 대다수 국민으로부터 얼마나 신뢰를 받을 수 있을지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CBS 탐사전문 보도기자 출신 샤릴 애트키슨은 이와 관련, 칼럼을 통해 "우리는 항상 트럼프 대통령을 깎아내리는 엄청난 거짓 정보를 보도했다"며 "미안하다는 말로는 충분하지 않다. 누구에게 이 책임을 물을 수 있겠는가"라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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