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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보선]황교안, 첫 시험대 '체면치레'…대정부 투쟁 강화 전망

등록 2019-04-04 00:4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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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제점은 면했지만 당 장악력 확대는 쉽지 않을 듯

축구장 유세, 노회찬 모욕 발언 논란 등도 막판 악재

黃, 정국 주도권 잡기 위해 대정부 투쟁 강화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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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영태 기자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4.3보궐선거에서 당선 된 통영.고성의 정점식 후보의 사진 옆에 당선 스티커를 붙이고 자리로 가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준호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당대표가 첫 데뷔전이자 미니 총선으로 통한 4·3 보궐선거에서 사활을 걸고 전력을 쏟았지만 '텃밭'에서 한 석만 건지면서 간신히 체면치레를 했다.

다만 진보 진영의 아성인 창원 성산에서 범여권의 후보 단일화 이후 패색이 짙었던 한국당이 막판 턱 밑까지 추격하는 뒷심을 발휘한 저력을 보여줬다. 더불어민주당이 집권여당의 프리미엄을 갖고도 단 한 개의 의석을 챙기지 못한 것과 비교하면 한국당이 상대적으로 선전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황교안 체제에 불어닥칠 후폭풍도 생각보다 거세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번 보궐선거는 단순히 국회의원 2석 이상의 의미가 담긴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지배적인 평가였다. 선거는 창원 성산과 통영·고성 두 곳에서 치러지지만 집권 3년 차에 진입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중간 심판의 성격을 띤데다, 내년 4월 21대 총선을 앞둔 부산·경남(PK) 지역 민심의 향방을 미리 점쳐볼 수 있는 가늠자라는 점에서 여야 할 것 없이 총력을 쏟았다. 정치 입문 40여일 만에 첫 선거를 치르는 황 대표가 전력을 다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당 내에서는 황 대표의 선거 전략이 대체로 주효하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황 대표는 "허황된 정치이념 실험으로 죽은 경제를 반드시 살려내겠다"며 현 정권의 약점인 '경제 심판론'을 들고 나와 탈원전, 소득주도성장 정책 등의 폐해를 선거 유세 내내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원전 관련 기업이 밀집한 창원에서 탈원전 반감 정서를 의식, 침체에 빠진 지역경기에 불만이 팽배한 유권자 표심을 파고 들었다.

쉽사리 판세를 예측하기 힘들 만큼 개표 마지막까지 초접전 양상이었지만 당 내에서는 선거 결과를 1:1 대신 2:0으로 조심스레 낙관하는 기류도 일부 감지됐다.

한국당의 한 재선 의원은 "선거운동 지원 차 창원, 통영에 내려가서 지역 주민들을 만나봤더니 실제로 민심이 들끓는 게 느껴졌다"며 "통영·고성은 여당 후보가 바짝 추격해왔지만 선거를 2~3일 남기고 격차를 다시 벌렸고, 창원 성산에서도 범여권 후보 단일화로 한국당이 열세였지만, 불경기 때문에 많은 노동자들이 한국당으로 돌아선 것 같았다"고 전했다.

한 핵심 당직자는 "PK는 워낙 민심이 요동치는 곳이라 판세를 쉽게 장담할 수 없는 곳이었는데 당 내에서는 요즘 PK 민심이 한국당으로 많이 기울었다고 이야기한다"며 "당 지지율도 PK가 서울·수도권을 거의 따라잡았다고 바라보는 분위기다. 이런 분위기에서 총선을 치르면 한국당이 승리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고무적인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한국당이 현장에서 체감한 민심과 실제 표심 간의 괴리감이 있었다. 창원 성산과 통영·고성 두 곳 모두 승리할 것으로 점쳤던 한국당의 전망은 빗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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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영태 기자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4.3보궐선거에서 경남 통영고성에서 당선된 정점식 후보의 사진 옆에 당선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email protected]
정치권 일각에서는 총선도 아닌 보궐선거에서 굳이 당대표가 전면에 나서 사활을 걸 필요가 있었는가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이 없었던 건 아니다. 이번에 압승하더라도 얻을 수 있는 의석수는 두 석에 불과해 황 대표가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을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만약 선거 결과가 한국당에 불리하게 나올 경우 당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릴 수 있는 위기를 자초하는 셈이어서 황 대표가 결국 악수(惡手)를 둔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았다.

창원 성산에서의 석패를 놓고 당 안팎에서는 공천 실패를 원인으로 꼽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보수 성향이 강한 통영·고성은 한국당의 승리가 상당 부분 점쳐졌지만, 창원 성산은 '진보정치 1번지'로 부를 만큼 노동 정치의 성지(聖地)나 다름없어 한국당이 치밀한 전략을 세워 대비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자 표'가 판세를 뒤집을 수 있는 절대적 상수인 지역구의 특성을 감안한다면 인지도가 좀 더 높은 인물을 공천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 주변에서는 경남지사를 역임한 김태호 전 의원 등이 거명되기도 했다.

황 대표는 창원 성산에서 '원룸살이'로 창원과 통영·고성을 오가며 선거전을 진두지휘했지만 막판 연이어 터진 악재도 판세를 불리하게 하는 변수로 작용했다. 황 대표의 스포츠 경기장 유세 논란과 오세훈 전 시장의 고(故) 노회찬 의원을 향한 "돈 받고 목숨을 끊은 분"이라고 한 막말 논란이 대표적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는 축구 경기장 유세 논란을 일으킨 경남FC에 제재금 2000만원의 징계 조치를 내렸고 황 대표는 "용서를 구한다"고 사과했다. 오 전 시장의 발언에 대해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묵과할 수 없는 명예훼손이자 테러"라고 맹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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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영태 기자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4.3보궐선거에서 창원성산의 강기윤 후보가 마지막에 역전을 당하자 아쉬워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정의당이 창원 성산 지역구에서 민중당과의 후보 단일화에 실패하는 '반쪽 단일화'로 선거를 치렀는데도 불구하고, 한국당의 악재 덕에 진보 진영 표가 생각보다 분산되지 않고 승산 가능성이 높은 후보 쪽으로 결집되는 역효과를 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던 한국당에 황 대표가 압승을 안겨준 것은 아니지만 황 대표를 구심점으로 한 새 지도부 체제는 안정기에 진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통영·고성은 원래 전통적인 '보수 텃밭'이었던 만큼 첫 시험대로 여겨졌던 보궐선거에서 황 대표가 사실상 고배를 마신 것과 다름없다고 혹평하는 시각도 있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 합의 결렬 이후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 동반 하락과 맞물려 국정 동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한국당의 고전이 정부·여당에 정국 반전의 계기를 마련해준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만약 당 내 일각에서 보궐선거 결과를 둘러싼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할 경우 황 대표의 리더십도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될수 있다. 대권의 밑거름을 만들어야 할 시기에 제동이 걸려 향후 행보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황 대표가 당 장악력을 확대하고 기반을 견고하게 다지기 위한 수단으로 대정부 투쟁을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금보다 '문재인 정부 심판론'을 강하게 밀어붙여 향후 정국 주도권 싸움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다툴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럴 경우 정국의 냉각기가 더욱 장기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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