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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 아트클럽]이정재·정용진·BTS가 놓치지 말아야 할 청전×소정

등록 2019-04-07 10:45:25   최종수정 2019-04-15 09:5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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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진짜 한국화' 그림...현대화랑+갤러리현대서 전시

"718억원 '中 피카소 제백서'에도 뒤지지 않지만" 평가 안돼

국공립미술관도 수묵화 방기속 상업화랑서 대규모 조명 눈길

10일부터 리움미술관등서 대여한 '국보급 한국화' 100점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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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갤러리현대 지하에 선보인 소정 변관식의 카리스마가 작렬하는 세로로 그린 대작. 1960년대 금강산을 다니며 내금강을 장엄하게 담아낸 작품으로 세로 264cm, 가로 120 cm로 박진감 넘치고 생동감있는 풍경이다. 먹을 중첩하여 쌓는 적묵법과 가로 세로로 만든 입체감까지 드러나 소정 작품의 금강산 그림중 최고 대작이자 최고봉으로 꼽힌다. 이 작품은 리움미술관 소장품이다.

【서울=뉴시스】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작품 가격은 너무 속상해서 얘기 안할래요."

박명자 현대화랑 회장(76)은 50년전, 소녀같은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때, 박수근 청전 선생 작품값이 같았어요. 아휴 그런데, 지금은..."

박 회장은 1960년대 국내 최초 화랑인 반도화랑 직원으로 박수근 청전 소정등 지금은 블루칩 작가들이 된 작가들과 깊은 인연을 가졌다. 반도화랑을 운영했던 故 이대원 화백의 권유로 청전(이상범)화실에서 매난국죽을 배웠고, 1965년 결혼했을땐 청전이 '설경'을 축의금 대신 선물했다.

그림은 화가를 닮는다. "고른 작품처럼 청전은 변함이 없었고, 소정은 들쭉날쭉했어요." 박 회장은 "소정(변관식)은 남성적이고 카리스마가 넘쳤어요. 그림이 딱 그 작가"라며 "우리나라 서양화의 '국민화가가 박수근'이라면, 한국화의 국민화가는 청전-소정"이라고 확신했다.

옆에 함께 한 이주현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도 동의했다. 이 교수는 "해방된 후 대부분의 작가들은 일제시대 화풍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두 사람은 필획을 쓰는 우리 전통적인 필법을 50~60년대 부활시켜 근대적인 수묵화단을 일신시켰다"면서 "특히 소정 변관식은 박력있고 강렬한 화법으로 '중국의 피카소'로 불리는 제백석이 부럽지 않을 정도다"고 강조했다.

송희경 이화여대 초빙교수도 "청전 이상범은 후배 산수화가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화가다.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독창적인 한국적 산수 풍경화를 창출한 한국 근현대기 최고의 동양화가"라며 "한반도 역사 이래 한국인의 정서를 지필묵으로 가장 잘 표출한 산수화가로 평가한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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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현주 미술전문기자 현대화랑 청전 이상범 전시 전경. 1945년에 그린 효천귀로. 129×256cm 대작으로 맑고 연한 담묵으로 사물의 형상을 잡고 그 위에 짧고 경쾌한 붓질을 가미한 후 발묵을 더하는 방식의 고즈넉한 산수풍경을 창출했다.

'국민화가 박수근'과 '중국의 피카소' 제백석에도 뒤지지 않는 그림 실력이지만, 그들은 왜 유명세가 덜할까. 

'그래서 얼마?'인지부터 따져묻는 작품값에 반하는 시대이니, 일단 그림 가격부터 살펴보자. 국민화가 박수근의 호당(18×14 cm-엽서 크기)가격은 2018년 기준 약 2억8800만원으로 국내 최고가격이다.  2007년 5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45억2000만원에 낙찰된 '빨래터'(1950·37㎝×72㎝)가 최고 낙찰가 기록을 세우면서다.

비교는 안돼지만 중국 제백석(1864∼1957)의 작품은 2011년 베이징의 한 미술 경매에서 4억2550만위안(약 718억원)에 낙찰돼 그해 피카소, 클림트 작품을 제치고 최고가 미술품 경매가를 기록해 세상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중국의 피카소'로 별칭이 붙은 배경이다. 그가 82세였던 1946년 그린 '송백고립도·전서사언련'으로 이 그림은 제백석이 장개석에게 선물로 준 그림으로 알려졌다.

청전과 소정의 작품값은? 박수근이나, 단색화가들에 비하면 1/10 수준이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가 2018년 기준 발표한 작품값에 따르면 서양화 40호크기 전지(100×72.7㎝)기준이 1억원선이다. 낙찰총액 상위 20위권에는 조선시대와 근현대 한국화 작가는 없다. 국내 미술시장에서 서양화 부문 최고 그림값은 85억원(김환기의 빨간 점화 ‘3-II-72 #220’)까지 치솟았지만 근대 한국화는 80년대 부터 제자리 걸음이다. 박명자 회장이 얼굴 표정을 샐쭉하며 "작품값 이야기는 하지 말자"고 한 이유이기도 하다. 시쳇말로 'X값'으로, 그래서 '지금이 구입 적기'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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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청전 이상범, 고원무림, 1968, 종이에 수묵담채, 76.5x192.5cm

청전-소정은, 겸재(정선),단원(김홍도)이후 이어진 한국화 양대산맥이자 역대급 라이벌중 라이벌 화가다. 둘은 2살 터울로 겸재, 단원 등 조선 시대 대가들의 전통 화풍을 계승하면서도 보다 독창적인 화풍으로 각자 고유의 양식을 구축하여 20세기 한국 산수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청전은 스승 심전 안중식(心田 安中植), 소정은 소림 조석진(小琳 趙錫晉)에게 배운 전통화풍과 당시 유행하던 일본화법에서 벗어나, 자신들만의 조선화 정립을 위해 이른 시기부터 노력했다. 1911년 개설된 서화미술회(書畵美術會)에서 청전은 심전의 학생으로, 소정은 소림의 외손자로 처음 만나 친분을 다졌고, 이후 돈독한 우정을 쌓았다.

태어난 해로 보면 조선인으로, 1970년대까지 살면서 전통수묵화에 우뚝한 업적을 쌓았다. 동시대를 같이 살며 한국화가로 활동했지만 둘은 완전히 반대였다. 먹을 쓰는 법, 붓을 잡는 법, 그림 그릴 때 팔을 놓는 방식, 화면구성 등 모든 면에서 대조적으로 다르다. 청전은 담묵(淡墨)과 담채(淡彩)의 섬세한 변화를 즐겼던 데 반해, 소정은 먹을 상당히 강하고 짙게 썼다. 청전이 차분한 서생 같은 기질이라면 소정은 반골 기질로 야성이 넘친다.

청전은 1897년 충남 공주 출신으로, 1904년 서울 돈화문으로 이사했다. 1914년 서화미술회 화과 입학후 심전 안중식과 소림 조석진에게 사사했다. 소정 변관식과 함께 1923년 한국 최초 전통 회화 단체인 ‘동연사’를 조직했다. 1925년부터 '조선미술전람회'에 출품하여 10회 연속 특선을 거듭하면서 화가로서의 실력을 인정받았다. 작가 활동을 하는 동시에 1927년부터 향후 10년 동안 동아일보의 미술 기자로 활동했고, 광복 후 1949년부터 1961년까지 홍익대학교 교수로 지냈다. 1920년대 중반부터 ‘사경 산수화’를 만들어냈다.

한국의 산천을 직접 보고 경험하고 그리면서 중국 송대의 화법을 오롯이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냈다. 1945년 해방 이후 현재 ‘청전 양식’이라 불리는 쌀알을 찍는 듯한 미점법(米點法)으로 산과 언덕을 안정된 구조로 전형화시켰다. 작품은 완숙기에 들어서면서 외진 산골과 언덕 풍경의 적막함, 소박함과 한국적 산양의 평범함을 따뜻하면서도 푸근하게 담아냈다. 1972년 서울 종로구 누하동 자택에서 숙환으로 75세에 별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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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청전 이상범, 설경, 1960년대, 90x213cm
“말하자면 청전은 평범하고도 스산스러우며 또 서민적인 한국의 자연을 그림 속에서 모싯발처럼 섬세하게가 아니라 굵은 삼배발처럼 가식 없이 굴탁없이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청전의 산수는 한국의 그러한 자연 속에서 굳건한 뿌리는 내리고 거친 비바람에 미동도 하지 않는 땅에 붙은 가지들,그리고 순리대로 자라난 평범한 나무들과 짓이겨도 살아나고 또 무성해지는 억새 번등이들을 감발한 무딘 발로 딛고 걸어가듯 그는 서울의 20세기 화단 위에 그 독자적인 한국산수 정립의 고된 길을 걸어온 것이다.” (최순우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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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소정 변관식, 외금강 삼선암 추색, 1959, 종이에 수묵담채, 155 x 117cm

소정
은 1899년 황해도 옹진군 출신으로 1910년 외조부인 서화가 소림을 따라 서울 송동(현 혜화동)에 상경했다. 1914년 공립보통학교를 졸업하고 조선총독부가 관립으로 설립한 공업전습소의 도기과를 거쳐 외조부가 교수로 있던 서화미술회에 출입하며 동양화를 공부했다. 이후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남화의 대가로 알려진 고무로 스이운에게 사사했다. 청전과 함께 1923년에는 ‘동연사’를 조직했고 서협회전과 조선미술전람회에도 참여할 정도로 한국 화단에서 초기에는 활발하게 활동을 하였으나 평생 제도권 미술계 바깥에서 야인으로 활동했다.

1937년부터 작가는 전국을 유람하며 실경산수를 그리기 시작하는데 이를 바탕으로 하여 먹을 말려가며 쌓아가는 적묵법(積墨法), 선위에 묵점을 찍어 깨트리는 파선법(破線法)을 사용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화풍을 형성해 나갔다. 8년 동안 금강산을 사생하고 30년 이상 다양한 명소들을 변주하며 그려온 만큼 ‘금강산의 화가’로 불린다. 1976년 2월 18일 서울 돈암동 자택에서 타계했다.

"소정의 산수가 변화가 많고 극적인 장면 설정이 많은 것이 다름 아닌 금강산의 경관에서 온 감화라고 할 수 있다면, 육중한 필법 역시 금강산의 암벽에서 오는 감흥의 직접적인 반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전반적으로 소정의 작품은 무거운 느낌을 주는데 그것은 진한 먹색에서 비롯된다. 먼저 엷은 먹으로 대상의 윤곽을 잡고 이 위에 점차 짙은 먹을 중첩시켜 가는 묘법-그 자신이 말한 적묵법이 전체적으로 무거운 느낌을 주게 한다. 소정의 산수는 거친 대빗자루로 쓱쓱 문지른 것 같은 필법과 물기가 없는 갈필의 구사가 유독 눈에 띈다. 어쩌면 이 갈필과 거친 붓질이 있었기 때문에 한국의 자연이 지니는 대기를 절묘히 묘파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역시 이 같은 기법속에 단순한 대기뿐 아니라 한 시대의 공기라고 할 수 있는 문화적 질료까지 함축되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오광수 미술평론가 뮤지엄 산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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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소정 변관식, 도화산촌, 1962, 종이에 수묵담채, 128 x 129cm


"두 분 모두 그림을 많이 그리셨어요. 1000여점 정도 될 겁니다. 이번 전시는 70년(청전), 72년(소정) 현대화랑에서 초대 개인전을 열고 1985년 동산방화랑과 공동으로 기획전을 연 이후 34년만에 두 분을 제대로 모시는 전시입니다."

현대화랑 박명자 회장이 아들 도형태 대표가 운영하는 갤러리 현대와 공동으로 '한국화의 두 거장 청전-소정' 전시를 10일부터 연다. 1970년 4월 4일 오후 4시에 문을 연 현대화랑의 50주년 기념 전시이자 한국 미술사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작가들의 예술세계를 조망하는 전시다. 2010년 '국민화가 박수근'전을 시작으로 이중섭, 장욱진, 김환기, 유영국, 이성자의 대규모 전시를 진행했다.

이번 전시는 오래되고 진부하다는 수묵화-한국화의 이미지를 깬다. 국립현대미술관, 리움미술관과 개인 컬렉터들에게 대여해온 청전과 소정의 작품들은 '정말 좋다'라는 마음속 진동이 울린다. 두 화백의 초기작부터 작고할 때까지의 대표적인 작품 각 50점씩, 총 100여점을 전시했다.

현대화랑 1층은 청전의 50, 60년대 대표작들로 선보인다. 1945년 8월 15일 해방의 기쁨을 표현한 '효천귀로'는 이번 전시를 통해 대중들에게 최초로 공개되는 작품이다.

"은은하게 스민 먹색과 감각적인 필치만으로 모든 것을 포용하는 이상범의 산수화가 선사하는 찬란한 고요의 순간은 시간을 초월한 거장의 예술혼이 우리에게 부여하는 값진 선물이다"(송희경 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 초빙교수)

갤러리현대 1층과 2층에서는 소정의 작품이 전시됐다. 추수를 마친 늦가을 농촌의 풍경을 담은 '농촌의 만추' 비롯하여 '진양촉석루'와 '설경산수' 등을 공개해 60년대에 즐겨 사용하였던 '적묵법'의 화풍을 가까이서 살펴볼수 있다. 지하 1층에는 '지금은 갈수 없는 곳' 금강산 진경을 그린 대표작 '내금강보덕굴', '내금강진주담'과 1977~1978,국립현대미술관 주최 '한국 회화 유럽 순회전'에 출품된 '외금강삼선암추색' 등이 소개된다. 1937년경 재야작가로서 금강산에 들어가 살다시피 하며 무수히 많은 스케치를 제작한 소정의 박진감과 생동감 넘치는 금강산 그림은 한국적 수묵화의 경지를 보여준다.

청전과 소정의 대표 작품 100점이 수록된 각 화집도 발간된다. 마로니에북스에서 2010년부터 출간하고 있는 ‘마로니에북스: 한국의 화가’ 시리즈의 일곱 번째, 여덟 번째 화집이다.

한국화의 멋을 국내외에 널리 알릴수 있는 이번 전시는 국공립미술관도 외면하는 수묵화를 상업화랑에서 대규모로 선보여 주목고 있다. (지난해 노화랑에서도 청전과 소정 전시를 선보였는데 소품 위주였다) 수묵화는 현대미술에 완전히 뒷전으로 밀려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30년간 국립현대미술관이 마련한 기획전시에서 전통회화 분야가 6%가 되지 않았다는 발표도 있었다.

미술전문가들은 "이웃 중국과 일본에서는 전통회화에 대한 애정이 유지되거나 근현대 중국화, 일본화 작가들이 대접을 받는 실상과 비교하면 더욱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입을 모은다  "중국도 근대는 부끄러운 역사다. 하지만 근대 역사속 수묵화를 높이 받들어주고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인데도 수묵화, 전통적인 것을 앞으로 내세워서 국가 문화 전략으로 삼는다. 우리나라는 수묵화를 방기하고, 근대를 바라보는 시선을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한국문화의 고유성과 민족의 자존감이 존재하는지를 돌아보게 하는 씁쓸한 일이다."

최근 홍콩에서 열린 아트바젤 홍콩은 8만8000여명이 관람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이 자리에는 국립현대미술관 홍보대사이자 미술컬렉터로 알려진 배우 이정재와 연인인 대상그룹 임세령 전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배우 정우성, 공효진, 하지원,박서준, 최진혁등 연예인과 기업인들이 방문 눈길을 끌고, 행사가 더욱 주목됐다. 수억 수십억짜리 작품이 거침없이 팔렸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데이비드 호크니전도 전시로는 첫 '실검'에 오르는 등 화제다. 지난해 생존 작가 중 경매 낙찰 최고가(한화 1019억원)를 기록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가'로도 주목받았지만, BTS(방탄소년단) 리더 RM이 미술관을 찾았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줄서서 보는 전시'가 되고 있다. 그 비싸게 낙찰(더 첨벙)된 작품도 없고, 관람료도 시립미술관 역대 최고 비싸지만 관람객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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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현주 미술전문기자= 서울 삼청로 갤러리현대 현대화랑에서 '한국화의 두 거장 청전-소정'전이 10일부터 열린다. 현대화랑은 청전, 갤러리현대는 소정의 국보급 작품 100여점이 전시됐다.

청전과 소정도 가치로 치자면 100억대가 넘는 작품들이 기다리고 있다. 공짜 전시도 아니다. 상업화랑이지만 관람료 3000~5000원을 받는다. (무료와 유료 전시의 차이는 관람해본 사람은 안다)

갤러리는 그림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공간이다. 구매자들과 그들이 필요로 하는 예술작품을 연결하는 임무다. 그래서 '전시장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주요 능력은 판매 수완이 아니라 고객의 내면에 무엇이 부족한지 진단하는 능력'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림 장사가 아니라 감정, 위상, 유대감을 판다. 화랑과 미술관은 문화를 바꾸고 세상을 바꾼다. 50년째 현대화랑을 운영하고 있는 박명자 회장은 청전 그림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바쁘게 돌아가는 요즘 시대에 청전의 그림을 보면 돌돌돌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고 편안해져요. 저~기 지게 지고 일하고 있는 사람이 청전 자신이에요. 내가 옛날 사람이라서 그런지, 저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요.

예술작품은 그들의 눈을 통해 세상을 보고, 그래서 그들이 본 것을 우리도 세심하게 보는데 있다. 한땀 한땀 진실한 열정을 바친 작품은 본능을 일깨운다. 우리가 놓쳤던, 지나쳤던 일상의 진정한 가치에 경의를 표하는 힘이 있다.

"현재 화단의 서양 현대미술과 닮은꼴 경향들이 지닌 무미건조함이나 소란함에 비하면, 수묵화 계통의 전통형식은 한층 인간주의적이고 친환경적이다. 청전과 소정의 수묵산수화는 민족예술로 뿐만 아니라, 그 묵향은 현대인에게도 여전히 허브 공간을 제공해준다. 한국 현대문화사의 정말 귀중한 가치다."(이태호 미술사학자·서울산수연구소장)

무엇이 낫고 못하다가 아니다. 글로벌AI시대, '국뽕'도 아니다. 다만 '우리나라 그림, 진짜 한국 그림'을 못 보고 놓칠까하는 아쉬움이 있다.

"우리가 우리 것을 높이 사주지 않으면, 그 누구도 우리 것을 높이 사주지 않는다" 전시는 6월1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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