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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용의자도 석방…'김정남 암살' 이대로 미궁?

등록 2019-04-28 05:00:00   최종수정 2019-04-30 09: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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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北과 거리뒀던 수사…예견됐던 결과

北-관계국들 관계회복 나서…외교적 해결 수순

'김한솔 구출' 자유조선, 향후 사건 향방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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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난영 기자 = 이른바 '김정남 암살 사건'의 베트남 국적 용의자 도안 티 흐엉이 석방된다. 지난 3월11일 인도네시아 국적 용의자 시티 아이샤 석방에 이어 말레이시아 당국이 신병을 확보한 마지막 용의자까지 풀려난 것이다. 말레이시아 검찰이 이들에게 적용했던 살인 혐의 기소를 취하하고 상해죄 등 상대적으로 가벼운 혐의를 적용하면서, 사실상 '김정남 암살 사건'은 이대로 조용히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김정은 이복형 김정남, 김정은의 '콤플렉스' 분석

지난 2017년 2월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 공항에서 대낮에 발생한 살인 사건은 국제적으로 큰 충격을 안겼다. 특히 이 사건 사망자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이복형인 김정남씨라는 점은 이 사건이 북한 지도층의 지시로 치밀하게 계획된 '암살'이라는 분석에 힘을 실었다.

김씨는 일찍부터 후계자 경쟁에서 밀려나 해외 유랑 생활을 했지만, 족보로 따지면 엄연히 김일성 주석의 직계장손이다. 그의 어머니 성혜림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첫 부인이었다. 반면 김정은 위원장은 김정일 위원장과 셋째 부인 고용희 사이에서 형 김정철 이후 태어난 둘째아들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김씨에 대해 이른바 '정통성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는 분석도 심심찮게 나왔다. 이와 관련, 김씨는 생전인 2012년 이미 한차례 암살시도를 모면했으며 같은 해 4월 김 위원장에게 "도망갈 곳은 자살 뿐"이라고 호소하는 편지를 보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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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정은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오른쪽)의 10대 시절 당시 모습. 2017.02.14. (사진= 뉴시스DB) [email protected]
이같은 배경 때문에 말레이시아 김정남 암살 사건 배후에 김 위원장을 위시한 북한 지도부가 있다는 분석에 이의를 제기하는 시각은 드물다.

◇북한 없는 김정남 암살 수사…예견된 결과?

그러나 김정남 암살 사건 수사는 초반부터 북한 지도부와 동떨어진 모양새로 진행됐다. 말레이시아 당국이 신병을 확보한 도안 티 흐엉과 시티 아이샤는 각각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국적이었고, 리지현, 홍송학, 오종길, 리재남 등 북한 국적 용의자 4명은 도주했다.

아울러 말레이시아 당국은 유일하게 신병을 확보했던 북한 국적 용의자 리정철을 증거부족을 이유로 3월3일 석방, 북한으로 추방했다. 이후 김씨 아들인 김한솔이 유튜브를 통해 모습을 드러내 "내 아버지가 며칠 전 피살됐다"고 밝혔지만, 이 시점엔 이미 신병이 확보된 북한 관련 인물은 한 명도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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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AP/뉴시스】 김정남 암살 혐의를 받았던 인도네시아 여성 시티 아이샤가 11일 말레이시아 고등법원재판에서 검찰측의 기소취소로 석방된 후 고국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공항에 도착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19.03.11
말레이시아 당국에 체포·구속된 흐엉과 아이샤는 김씨를 살해할 의도가 없었다며, 자신들은 리얼리티TV쇼를 찍는 줄 알았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북한 용의자들이 도주 또는 추방으로 재판에 포함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증명할 방법은 당사자인 흐엉과 아이샤의 진술 외엔 없었다.

◇北·관련국들 관계회복 움직임…외교적 해결 수순?

김정남 암살 사건 직후 전통적으로 우방 관계였던 북한과 베트남의 외교관계는 단교까지 거론될 정도로 취약해졌다. 북한이 베트남 국적자를 암살범죄에 이용했을 가능성에 베트남 내부의 대북 여론은 심각하게 악화됐다. 사건 발생국인 말레이시아는 같은 해 4월 평양주재 자국 대사관을 폐쇄, 사실상 외교단절 조치를 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건 발생 2년이 경과한 현재 관련국들은 서서히 관계회복에 나서고 있다. 베트남은 지난해 11월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자국을 방문해 김정남 암살 사건에 대해 비공식 사과를 한 것을 계기로 김정은 위원장을 국빈급으로 초청하고 자국에서 북미 정상회담까지 개최하며 북한과 우방관계를 회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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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알람=AP/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암살한 혐의를 받았던 있는 베트남 여성 도안 티 흐엉이 1일(현지시간) 미소를 지으며 말레이시아 샤알람의 고등법원에서 나오고 있다. 말레이시아 검찰은 이날 흐엉의 혐의를 '살해'에서 '상해'로 고쳤으며, 재판부는 상해죄를 인정한 흐엉에 3년 4개월형을 선고했다. 2019.04.01.
베트남과 마찬가지로 북한의 전통적 우방이었던 말레이시아에서도 올해 들어 마하티르 모하맛 총리가 평양주재 대사관 재운영 가능성을 거론하는 등 북한과의 화해 무드가 조금씩 조성되는 분위기다.

아울러 말레이시아와 베트남, 인도네시아 각국도 서로 김정남 사건에 대해 적잖은 외교접촉을 행해왔다. 아이샤와 흐엉의 석방은 각각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의 적극적인 외교로비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처럼 사건에 연루된 여러 국가들이 차츰 경색됐던 관계를 풀어나가는 국면에서 김정남 암살 사건은 외교적으로 부담일 수밖에 없다. 사건을 전면적으로 재조사하거나 재판을 통해 그 진상을 적극적으로 밝히기보단 외교적 해결이라는 명분하에 마무리하는 게 각국 입장에서 간편한 선택지인 셈이다.

◇김한솔 보호 추정 '자유조선' 행보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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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에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4차 전원회의'를 주재했다고 11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기본 취지와 당의 입장을 밝히며 "우리의 힘과 기술, 자원에 의거한 자립적 민족경제에 토대하여 자력갱생의 기치 높이 사회주의 건설을 더욱 줄기차게 전진시켜 나감으로써 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혈안이 되어 오판하는 적대세력들에 심각한 타격을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2019.04.11. (출처=노동신문)  [email protected]
그러나 김정남 암살 사건의 향후 진행 방향엔 한가지 변수가 있다. 김씨 사망 이후 그 자녀 한솔·솔희 남매를 피신시킨 것으로 알려진 자유조선(구 천리마민방위)의 행보다.

지난 3월22일 스페인 마드리드주재 북한대사관 습격 사건으로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린 자유조선은 '김씨 일가 세습 타파', '김정은 정권 흔들기'를 그 활동목표로 분명히 제시하고 있다. 이들이 '김정은 정권 흔들기'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김정남 암살 사건을 재조명할 가능성은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이들이 피신시킨 김씨의 아들 한솔군은 사실상 백두혈통 적장자로, 혈통을 중시하는 북한 내부에 적잖은 충격을 줄 만한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된다. 이미 대사관 습격 사건으로 저력을 보여준 이 단체가 한솔군을 내세워 조직적인 김정은 정권 흔들기에 나설 경우 무시 못할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자유조선 핵심 멤버로 알려진 에이드리언 홍 창이 과거 김정남씨에게 접근해 망명정부 수립을 위한 지도자가 돼 달라고 요청했었다는 주장도 나온 바 있다. 이같은 요청이 결국 김씨 암살 사건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외교가를 중심으로 나왔었다.

자유조선은 앞서 지난 3월1일 '민족의 해방과 계몽'이라는 목표를 내세워 임시정부 수립을 선언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영향력 있는 대북 반체제 조직인 자유조선이 조용히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는 김정남 암살 사건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릴 가능성은 여전히 눈여겨볼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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