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사회일반

[박대종 문화소통]‘히읗’의 발음은 ‘히읃’이 아니라 ‘히으’

등록 2019-05-28 06:01:00   최종수정 2019-06-03 09:31:40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박대종의 ‘문화소통’

associate_pic
<사진> 목구멍소리 ㅇ, ㆆ, ㅎ은 종성에선 모두 묵음이다. 고로 ‘낳’의 발음은 ‘낟’이 아니라 ‘나’이며, ‘낳다’의 발음은 ‘ㅎ’가 ‘다’와 결합 ‘나타’가 된다.
【서울=뉴시스】 2018년 10월 6일자 ‘훈민정음 부국정신 최초규명’ 편에서 설명한 것처럼, 세종은 ‘훈민정음’(1446)에서 ‘ㅎ’의 명칭을 ‘虛(허)’로 정하되 종성에서는 ‘ㅎ’를 쓰지 않았다. 그 후 최세진은 ‘훈몽자회’(1527)에서 ‘ㅎ’를 초성에서만 쓰는 글자라고 설명한 후 ‘屎(히)’로 기록했다. 조선총독부의 ‘언문철자법’(1930)조차도 ‘ㅎ’를 종성에 쓰지 않았다. 그런데 ‘한글 마춤법 통일안’(1933)을 기원으로 하는 한글맞춤법에서는 ‘ㅎ’를 ‘히읗’이라 칭하고 그걸 이상하게도 ‘히읃’이라 읽게 하며 ‘낳다, 좋다’ 등의 종성에 쓰고 있다. 그러나 후음 ‘ㅎ’이 종성에서 설음 ‘ㄷ’이 된다는 현재의 가르침은 훈민정음의 원리를 무시한 비과학적 교육이다.

완벽했던 세종대왕의 훈민정음에서 꼭지 있는 동그라미(ㆁ)와 꼭지 없는 동그라미(ㅇ)는 전혀 다른 소리였다. ‘ㆁ’은 어금닛소리이며, ‘ㅇ’은 목구멍소리다. 이 분명한 체계가 최세진 이후 어그러지기 시작하여 현대인들은 <사진>의 훈민정음 언해본 ‘世(솅)’자를 보면 매우 당황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학교종이) 땡땡땡”처럼 ‘솅[syeng]’으로 읽는 한국인들이 대다수다. 그러나 언해본 표기 ‘솅’의 종성 ‘ㅇ’은 묵음이다. 고로 ‘世(솅)’는 오늘날 방식과는 달리 ‘셰’로 읽어야 옳다. 언해본에서 종성이 ‘ㆁ’자로 적힌 ‘宗(조ㆁ)’자는 현대의 ‘종(宗)’과 똑같은 발음이다. 표기가 꼬여서 혼란스러울 것이다. 만약 세종께서 현대 표기의 ‘종’자를 보신다면 ‘조’로 읽으실 것이다. 목구멍소리 ‘ㅇ’은 종성에선 묵음이므로.

그래서 훈민정음 해례본 종성해 편 18장에서는 <사진>과 같이 “ㅇ聲淡而虛, 不必用於終”, 곧 “ㅇ 소리는 경미하고 텅 비어서 종성에 쓸 필요가 없다”고 명기했다. 세종께서는 그에 따라 ‘월인천강지곡’에선 종성에 ‘ㅇ’을 쓰지 않으셨다. <사진>의 언해본에 보이는 ‘不(불)’자의 종성에 쓰인 목구멍소리 ‘ㆆ’은 ‘ㄹ’로 끝나는 우리의 한자음이 본래 촉급한 입성(入聲)이었음을 나타내기 위한 보완책으로 쓰인 것일 뿐, 묵음이어서 나중에는 더 이상 쓰이지 않게 되었다. 목구멍소리 ‘ㅎ’ 또한 종성에 쓰는 것이 불필요하여 1933년 전에는 받침에 쓰인 적이 없었다. 우리말 받침의 본질은 ‘ㅋ’을 종성에 쓰면 ‘ㄱ’으로 변해버리고, ‘ㅍ’을 종성에 쓰면 ‘ㅂ’으로 변해버리듯, ‘ㅎ’ 또한 써봤자 같은 계열의 후음 텅 빈 소리 ‘ㅇ’으로 변해버리기 때문이다.

문제는 연산군의 탄압 이후 이 땅에서 해례본이 자취를 감춘 후에 시작됐다. 위와 같은 내막과 훈민정음의 이치를 살피지 못한 주시경을 시작으로 그의 제자들은 ‘ㅎ’자를 종성에 쓰고 싶은 욕망이 매우 강했다. 훈민정음의 중추인 ‘•’와 ‘ㆎ’를 없애버린 조선총독부의 ‘언문철자법’조차도 종성에 ‘ㅎ’자를 쓰지 않았고, 박승빈을 주축으로 한 조선어학연구회의 격렬한 반대에도 조선어학회는 종성 ‘ㅎ’자를 쓰는 것을 고집하였고, 결국 국가 교육방침이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나를 낳으시고”를 발음해보자. ‘낳’의 발음이 ‘낟’이 맞다면 ‘낳으시고’는 ‘나드시고’가 돼야 하나 그렇지 않고 ‘나으시고’로 발음된다. 또 ‘낳다’는 된소리 ‘나따’가 아니라 ‘ㅎ+ㄷ=ㅌ’의 법칙에 따라 ‘나타’로 발음되니, 이는 ‘낳, 히읗’의 발음이 ‘낟, 히읃’이라는 이희승 등의 주장이 명백한 오류임을 입증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해가 아니라 세뇌에 의해 ‘히읃’으로 읽고 있을 뿐이다.

무릇 목구멍소리는 목구멍에서 발원한 소리가 최종 입 밖으로 나올 때까지 혀나 입술 등에 의해 장애를 받아 구강 폐쇄되는 일 없이 나는 공허한 소리다. 그 개방된 ‘ㅎ’ 소리가 폐쇄음인 ‘ㄷ’으로 발음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제 와서 종성에 ‘ㅎ’자를 쓰는 관습을 되돌리긴 어렵겠지만, 아이들과 한글을 배우고 싶어 하는 세계인들에게 교육은 바르게 해야 한다. ‘히읗’의 발음은 ‘히읃’이 아니라 ‘히으’라고, 목구멍소리(ㅇㆆㅎ)가 종성에 쓰이면 모두 묵음이라고 제대로 교육해야 한다. 뒤틀린 점들을 교정해야만 훈민정음은 균형 잡혀 그 과학성과 안정을 되찾고 “전무후무한 문자학적 사치”라는 말은 진실이 될 것이다.

대종언어연구소 소장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