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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로 가동중단 어떻게 봐야하나⑤]환경단체 "유해물질 배출" VS 철강업계 "영향 미미"

등록 2019-06-07 13:57:27   최종수정 2019-06-17 09:3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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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계 전례없는 조업정지 처분에 강력 반발

안전밸브 개방은 필수 안전 조치..."다른 대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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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종희 기자 = 철강업계는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고로(용광로)에서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했다는 이유로 '조업정지 10일' 처분이 내려지자 수일째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오염 물질 배출의 원인으로 지적받는 '블리더(Bleeder·안전밸브)' 개방의 경우, 이를 대체할 마땅한 기술적 대안을 찾기 어렵다는 이유를 대고 있다.

반면 환경단체에서는 고로의 잔여가스에서 먼지, 황화수소, 일산화탄소 등 유해물질이 다수 배출되고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7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지자체의 '조업정지 10일' 처분이 확정되면 사실상 국내 모든 제철소 고로가 가동 중단될 수밖에 없어 경제적 후폭풍이 막대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포스코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등 제철소 3곳에 고로 12기가 있다. 이들은 모두 같은 안전밸브를 개방하는 방식으로 운영돼 앞으로 무더기 조업정지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앞서 충청남도는 지난달 30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제2고로에 대해 '블리더 개방에 따른 오염 물질 무단 배출 행위' 건으로 조업 정지 10일 처분을 확정했다. 경상북도와 전라남도도 포스코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의 2고로에 대해 조업 정지 10일을 사전 통지하고 의견서 제출이나 청문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일반적으로 철강생산 과정의 첫 단계인 고로 조업은 높이 110미터의 거대한 용광로 상단에서 철광석과 유연탄을 투입하고, 아래쪽에서 고온·고압의 바람을 불어넣어 쇳물을 만든다.

고로는 한번 가동을 시작하면 15~20년 동안 계속 쇳물을 생산하게 되는데, 1500℃의 쇳물을 다루는 고로 특성상 안전성 확보를 위해 연간 6~8회 정기적인 정비를 한다.

정비시 송풍을 멈추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고로 내부 압력이 외부 대기 압력보다 낮아지면 외부 공기가 고로 내부로 유입되어 내부 가스와 만나 폭발할 수가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고로 내부에 스팀(수증기)을 주입해 외부 공기 유입을 차단하고, 이 때 주입된 스팀과 잔류가스의 안전한 배출을 위해 고로 상단에 있는 안전밸브를 개방하게 된다.

환경단체가 문제를 삼은 부분은 안전밸브 개방 시 잔여가스에서 유해 물질이 배출된다는 점이다. 잔여가스에 먼지, 황화수소,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납, 아연, 망간 등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는 물질이 다수 포함됐다는 것이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철강업계는 잔여가스의 대부분은 수증기로, 미미한 영향을 미친다는 입장이다. 잔류가스는 2000cc 승용차가 하루 8시간 운행시 10여 일간 배출하는 양에 불과하며, 성분은 현재 국립환경과학원 주관으로 측정이 진행 중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고로 상부에 가스 포집장치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안전성 문제 때문에 국내외 철강회사에서 설치한 전례가 없다. 

철강업계를 대변하는 철강협회도 무조건 지금의 방식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의 행정처분은 지나치며 현실화하면 철강업뿐 아니라 국내 산업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민철 한국철강협회 부회장은 전날 '20회 철의 날' 기념식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해외의 주요 고로 엔지니어링사와 (고로의 안전밸브인) 고로 브리더 문제의 기술적 대안을 찾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면서도 "세계적으로 가장 선진화된 설비를 갖추고 있음에도 지금 상황에선 뾰족한 해법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철강협회는 안전밸브 운영과 관련해 국내외 전문가와 기술적 대안을 찾아보고, 주변 환경영향 평가를 투명하게 수행하겠다고 약속했다.

협회는 "전세계적으로 고로의 안전밸브를 대체할 기술을 확보할 수 없는 게 현실이지만, 국내외 철강사, 해외 고로 전문 엔지니어링사, 환경 전문가 및 단체, 지역기관, 정부 등과 협업해 다른 기술적 방안이 있는지 연구하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데 힘을 모으겠다"며 "고로 운용에 따른 주변환경 영향도 평가를 투명하게 수행하고, 환경개선 활동도 지속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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